누가 나를 찾거나
뭐가 나를 찾을 일이 생기거나
느닷없이 내 목덜미를 잡아끌고 가서
내가 알지 못한 일에 대한 혐의를
뒤집어 씌운 후 해명을 요구하거나
무지로 인해 한없이 비난받거나
망각으로 인해 심연의
골격이 분쇄되거나
그런 일을 상상하며 불안에 떤다고 해서
다음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막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지도 않고
우려했던 공상은 실현되지 않으며
그저 나는 차가운 얼음벽에 갇혀
눈을 감은 채 화상을 입은 사람이 된다
모든 글이 남 탓과 내 탓을 하고 있고
어떤 글은 어느 탓도 아니라 하지만
금속의 갈퀴 달린 무언의 채찍에 묶이면
과다출혈이 일어나 몸의 어딘가가 죽는다
날카로운 혈관을 뚫고 예쁜 색의 피를 뽑으면
더러운 것들이 정화되며 굽은 것들이 팽팽해질까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것들이 알아서 연결되어
운과 운명과 죽음으로 이어진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한들
내게 다른 결과가 주어지나
변수 만으로 생의 미로가 그려진다면
꿈과 낮이 뭐가 다른가
다르지 않다면 왜 싫은
왜 싫은 왜 싫은 이동을 이동을
멈춰 멈춰 그만 그만
내려줘 내려줘 돌아가 돌아가자
이미 배운 단어들로
현재를 표현하는 일이 점점
불가능해진다
생각이 텍스트로 출력되지 않으면
굳은 잉크가 되어 교체되겠지
고대인들이 왜 그토록 신을
창조하려 했는지 짐작이 가기도 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죽는 날이 두려웠으니까
자살에 함의된 적극성에 대한 착시가
자기가 이거 하나는 주도했다는 환상이
이만 끝내고 싶다는 지긋지긋한
피로에 대한 애처로움이
왜 그토록 노래들이 부르짖고 있는지
그만 죽으라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는지
마땅한 어휘력이 모자라 돈돈돈 숭배하는지
다들 외로우려나 자기마저 등을 돌려서
무엇을 쓴다고 무엇이 되지는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