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야무지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홍상수 감독.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by Glenn

진짜 순수한 사랑의 체험..? 난 그렇게 생각해.


말도 안 돼...


자기 취향대로 사셔야죠 뭐.. 그러니까 차도 저런 거 모시는 거잖아요 하하


시인이라고 게으르고 퇴폐적인 사람 아니야


자기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겠대. 펴엉생~그러다 깨끗이 죽겠대


꿈이 야무지네. 욕심이 너무 크네


이렇게 아무도 건들 수 없는 존재가 될 거란 걸 어떻게 알았겠어


그게 웃겨?


닭이 운다. 두 남자의 대화가 잘 안 들릴만큼.

제발 좀 닥치라고 우는 것 같아서 웃겼다.

우는 닭이었는지 안 우는 닭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닭들 중 하나는 요리가 되어 식탁에 올라갔다.

어색하게 오가는 술잔 속에서 뼈와 살이 분리되었다.


시를 쓰는 남자(하상국)는 오래된 차를 타고

더 오래된 산을 찾는다. 우연이었다.

여자친구(강소이) 가족들이 마침 그 산에

집을 짓고 살고 있어서.

하지만 시를 쓰는 남자에겐 산에 있는 나무와

절에 있는 나무가 자신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고

뭔가를 적는다. 아마도 시를.


시를 쓰는 남자는 추궁당한다.

여자친구 아빠(권해효)와는 대화가

그럭저럭 이어졌지만

여자친구 언니(박미소)는 그의 낡은 차와

그의 유명한 아버지를 거론하며

그의 가난한 현재를 공격한다.

시를 쓰는 남자는 자긴 최소한의 딱 생존할 만큼의

경제활동만 추구하고 바라는 게 없다고

지속적으로 강하게 주장했지만

여자친구의 가족에게는 답답한 소리였다.

술에 취한 시를 쓰는 남자는 화를 낸다.

아버지와 자길 엮지 말라고.

거기서 모든 대화는 종결된다.


시를 쓰는 남자는

산으로 끌려 들어와

닭의 죽음에 기여하고

뼈가 묻힌 나무에 절을 하며

술 들어간 몸으로 소릴 지르고

엄청난 먹성을 전시하고

담배 담배 담배를 피우고

결국 낡은 차에 갇혀

산을 벗어나는 길에 홀로 멈춘다.


그에 대한 주변 인간들의 평가는 대체로 좋지 않다.

경제적 자립이 불안하고 이동시 안전이 불안하며

가족 관계가 불안하며 시의 수준조차 형편없다.

어쩌다 말려든 시공간 속에서 그의 모든 말은

누군가의 말에 대한 후속조치에 불과하고

그 또한 타율이 너무 낮기만 하다.

이해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며

주장은 있지만 공허하고

신념은 있지만 허술하고 나약하며 의존적이다.


그의 몸 바깥으로 나오는 단어 중

‘사랑’만큼 기이한 게 없다.

그는 그 단어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으로

규정하지만 저 단어를 들었을 타인이

온전히 그의 감정을 입었는지 의문을 들게 한다.

홍상수의 카메라는 그를

값어치 없는 인간으로 바라본다.

사람, 자연, 동물의 눈에 그는

의연하지도 기대되지도 않는 존재.


술에 취해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고장 난 차를 팔아버릴까 고민하는

느리고 부족하고 다르고 묘하며 불편한 존재.


쓰다 보니 영화 제목은

그를 향한 조소처럼 들린다.


모든 35살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홍상수가 그린 남성들은 대다수

저런 류였다.


게으르고

퇴폐적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꿈 많은 수컷들

현실에 너무 많은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기 정도면

콧수염을 길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