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한 자들만이 웃고 있었다
말과 글을 배우기 전 모두가 행복했다
서로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고
누군가 쓴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세계는 붕괴되고 있었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그때까지 보고 듣고 읽은 것을 한데 모아
내다 팔아야 했다
거래를 하지 못하면 생존을 위협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전까지
뭔가의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해야 했다
아무런 욕망도 없는 이들조차도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있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테스트를 통과한 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신발을 만들거나 포스터를 찍어내거나 영상을 만들곤 했다
집단의 물건들이 다른 집단의 물건들과 교환되었고
각자의 이익을 취했지만 대부분
교활한 조상들과 음흉한 최초인들을 둔 이들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갔다
이런 구조 안에서 개인들은 둘로 나뉘었다
테스트를 통과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통과하지 못한 자들은 통과할 때까지 불안해하며
자신을 한껏 치장해야 했고
통과한 자들은 찰나의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다가
테스트는 끝이 없다는 진실과 마주한 뒤
테스트에 통과하기 전보다 더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테스트 통과 이후 계속되는 테스트
뭔가를 모으기도 전에 뭔가를 팔아야 했다
그래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지
노력하면 되겠지
시간을 쏟아부으면 되겠지
배우면 되겠지
되겠지 되겠지 되겠지
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아니 점점 적어졌다
통하지 않았다
능력을 거래했던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 없었던 것 같았다
다른 것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팔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장시간 노동으로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근육은 퇴화되고 뼈는 녹슬었으며
털은 푸석해지고 뺨은 파여만 갔다
장기의 쓸모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죽어야 하나
계산이 빠른 이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하나둘 다른 것을 팔 방법을 발견한 듯 보였다
진심과 다른 말을 하고
진실과 다른 내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짜와 다른 표정을 짓고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영혼을 파는 기술이 확산되고 있었다
영혼을 능숙하게 파는 자들이
서열의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낡은 장기들로 승부를 짓던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저마다 영혼을 염가에 내놓으며
텅 빈 몸뚱이라도 남겨두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마치 좀비와도 같은 형상들
눈빛과 말투와 움직임과 그것을 다루는 자리에
더 이상 영혼은 없었다
영혼 거래는 생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었다
이미 죽은 자들이 산자들의 세계를 뒤덮고 있었다
테스트를 준비하는 자들에게까지 소문이 퍼졌지만
테스트만 통과된다면 영혼이든 장기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테스트를 통과하는 자들에게
영혼을 파는 일은 하나의 불문율이 되었고
애초의 목적은 완전히 가치를 잃었다
영혼을 판 부작용이었다
룰도 윤리도 원칙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영혼 없는 이들이 영혼 없는 이들을 판단하고 있었고
영혼 없는 반응과 영혼 없는 수용이 영혼 없는 관계를
불온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아무도 내일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누구도 선과 악을 따지지 않았다
테스트를 통과한 자들 사이에서
영혼 거래는 더 이상 어떠한 놀라운 일도 되지 않았다
잔존을 위한 필수과정일 뿐,
뒤늦게 떠난 자들을 이따금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영혼 없는 제자리로 돌아와 숨을 이어나갔다
영혼을 착취한 자들만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자신들이 왜 웃고 있는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