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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는 나날이 자라고 있다.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다.
도로시는 점점 더 많은 것들과 겨루고 있다.
늘어가는 뼈의 길이와 근육의 양들,
이를 당기는 중력의 세기.
먹어야 할 것들과 길러져야 할 여러 신경들.
아직은 하루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면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꿈들.
흑백으로 보인다는 눈밖의 세상.
도로시에게 너무 빨리
외로움을 습득시키고 싶지 않다.
not going anywhere와
falling slowly를 들으며 아이는 잔다
도로시와 '그대 내 품에'를 듣는다
야생화와 바람기억으로 도로시를 재웠다
도로시의 자는 표정은 수백 가지다.
지금 표정 또한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다.
도로시와 오늘 첫 곡 박지윤 오후
누워서 도로시를 안으면 좀 더 편안하지만
얼굴을 볼 수 없어 등이 쉽사리 옮겨지지 않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가
엄지공주가 되어 나타난 셈이랄까
아빠 여기 있어
도로시를 토닥일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도로시와 함께 있는 아내를 보며
그녀는 결코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을 거라고
낙관하게 된다. 그녀는 이미 완벽하기 때문이다.
도로시가 자다가 움찔거리거나 느닷없이
으앙 터뜨릴 때 달래며 꿈을 추측한다.
이론에 따르면 도로시는 여전히 흑백으로만 세상에
초점을 맞추는데 꿈의 색은 컬러일까.
그 속에 나를 상징하는 무엇이 등장할까.
도로시와 함께 있다 보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생과 분투하는 모습이 보인다.
몇 달 전만 해도 손톱보다 작은 개체였다.
도로시는 현재 내 가슴팍 위에서 폭풍 같은 숨을 내쉬며
폭풍의 눈 같은 고요한 자세로 오랜 시간 꿈과 만나고 있다.
이따금 머리를 들썩이며 꿈과 현실의 경계를 확인한다.
단언할 수 없다. 나는 관찰자다.
가장 가까이에서 표면을 들여다보며 기록할 뿐이다.
도로시 출생 이후 24일 동안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 영상과 사진이 200여 개.
도로시는 꿈에서 무술인인가...
긴팔 다리로 적을 베고 차고 쓸어버린 후
만세 부르며 승리 엔딩...
기교가 점점 난해해지고 있다.
도로시랑 하루 종일 붙어있었는데도 잘 때
아기침대에 눕히려니 많이 아쉽다.
아내는 내가 피곤할까 봐 시종일관 걱정하는데도
나는 잠을 반토막 낼 지언정 곁에 더 있어주고 싶다.
더 쳐다보고 이불 덮어주고 잠투정 진정시켜주고
분유 타서 먹여주고 싶다.
팔이 긴 도로시는 자기 팔을 베고 잔다
도로시 보고 싶다
도로시를 안고 있다
도로시 사진을 보니 맥박이 빨라진다
도로시와 가까워지고 있다
일이 담긴 맥북을 들고 가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도로시는 내가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 거 몰라도 된다.
사진으로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있다.
도로시 덕에 남은 생애 내내 불안이 더해졌다
인생은 슬픈 거야 아내가 말했다 도로시는 울음을 그쳤다
도로시를 안고 북촌방향을 다시 본다.
다큐보다 더 다큐 같아..
아기와 아내가 마주 보고 자는 풍경이
내가 선택한 세계 안에서 그려질 줄 나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짐작이나 했을까.
숨소리만 듣고 있어도 가슴이 떨려 온다.
이미 다른 이들의 경험에서 정제된 단어들로 치장하고 싶지만
충분치 않다. 이것은, 전혀 다른 세계.
난 여전히 도로시와의 간격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
웃으면 더 가까워진 것 같고
울면 다시 멀어진 것 같다
알아보는지 날 좋아할 맘은 있는지
불안과 조바심으로 그득하다
내가 네게 누군진 관계없다
그저 나는 지금 도로시를 좋아한다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초음파 영상 속 점이었을 적부터 이미 난
다른 중력 속으로 편입된 건 아니었을까
신체가 그대로 인들
그때와 지금의 세계는 분자 단위로 다르다
모니터를 깨뜨릴 듯한 심 장소 릴 지나
뼈와 살의 틀을 갖춘 지금은
아내와 같은 디자인의 눈동자로 밤을 밝히고 있다
나는 도로시를 기다리지 않았다 내가 열망한 건
아내의 오랜 소원이 이뤄지는 것이었다
아내의 기다림이 그만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멈추고 안도한 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를 기다렸고
그 끝에서 도로시와 만났다
도로시는 지금 내게 새로운 삶을 가르치고 있다
난 몇 권의 책을 통해 도로시가 이미 생각과 감정을
어른과 다른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오감과 근력을 동원해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내 생애 이토록 무지를 자각한 적 있을까
우리 집에 '귀여움'이 산다
매일매일 '귀여움'이 자라고 있다
도로시가 잔다
내 왼팔에 몸의 뒷면을 모두 맡기고
숨 쉴 때마다 조그만 등이 들썩인다
팔다리를 움찔거리고 입은 삐죽
내일은 아내 생일 몰래 옷과 신을 샀다
아내가 블랙을 입었을 때를 좋아한다.
아내가 화이트를 입었을 때를 좋아한다.
아내가 레드를 입었을 때를 좋아한다.
아내가 그레이를 입었을 때를 좋아한다.
아내가 핑크를 입었을 때를 좋아한다.
아내가 옐로를 입었을 때를 좋아한다.
도로시는 울다 자고 아내는 지쳐 자고
나는 맥북을 연다 써야 할 카피가 있다
약속한 칼럼도 있다 아내가 선물을 좋아했다
운동화를 더 좋아했다 눈이 내리기 전 신을 수 있겠지
아내를 만나며 체득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도로시에게 전하고 있다 도로시는 운다
내가 도로시의 놀이기구가 될 수 있어서 기쁘다
울음을 멈추고 얌전히 타고 있다
이를 테면 높이가 좀 있는 회전목마 같은 거
도로시 자고 난 그래비티
도로시는 운다 울며 생각을 전한다
배고파요 자고 싶어요 불편해요 등등이
소리와 표정에 배어있다
도로시의 모든 의사표현은 서러움으로 궤를 같이 한다
도로시는 서러운 소리와 표정으로 자신의 현재의 개선을 요구한다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지만 안쓰러움이 앞선다
도로시가 잔다고, 자는 도로시를 본 후 기록한다
도로시가 주는 도로시만이 형성할 수 있는 고요와 평화,
따스함과 온기가 있어서 어떤 모임이라도 시간을 넘기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다 어서 깨서 안고 분유 먹였으면 좋겠다
도로시가 잔다
깰까 봐 뽀뽀도 못하고 조용히 냄새만 맡았다
귀여운 냄새가 나온다 따스히 귀여운 냄새가
도로시를 먹이고 잔다
도로시의 울음소리는 애처롭다
간청이 있사오니 들어주시겠나이까
같은 처연한 심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동한다
다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해서
갓난아기를 두고 누구 닮았단 말은 간편하다.
말하는 이에게만 그렇다.
아기에게 담긴 수많은 특성들을
순식간에 구겨 응축해버린다.
특별함은 정의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필요가 있다.
도로시는 이른 답을 요구하지 않았으니까,
누구도 닮지 않은 원형을 지켜보고 싶다.
도로시는 속눈썹이 자랐다.
긴 손가락으로 의지가 가닿은 대상을 움켜쥐는 것도
익숙해졌다. 울음과는 다른 소리로 기쁨을 표현한다.
혀를 내밀고 활짝 웃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다림을 이해하는 법도 체득했다.
원시적 귀여움을 간직한 채 빛과 바람에 길들여지고 있다.
아내는 내 손을 잡은 채 잠들었다
한 시간이 지나도 놓지 않는다
둘 다 내일은 결혼기념일
도로시가 태어난 후 첫 사진집을 준비한다
아내와 아기의 사진을 고르고 있다
1000 페이지인들 다 담을 수 있을까
3일 후. 도로시 50일
5일 후. 결혼 2200일
도로신 도로시의 삶을 산다
아낸 아내의 삶을 산다
난 내 삶을 산다
세 개의 삶이 동시에 교차할 때
교집합이 생성될 때
세기를 짐작할 수 없는 전류가 흐른다
이런 삶의 불확실성을 한때
몹시도 두려워했었다
책임 와 고통으로 점철될까 봐
틀렸다. 아직까진
아낸 엄마의 기능을 하며 소진되고 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도 여자 친구이기 앞서
아내로서 소진되고 있었을까.
내가 도로시 곁에 없는 동안
나는 도로시의 울음을 달래지 못한다.
곁에 있어도 모든 울음의 마디를 해석하지 못하는데,
이 모든 처음과 아내 홀로 맞서고 있다.
나는 아내와 도로시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
뚫린 입과 달린 손으로 그런 척 기록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을 뿐이다.
밖에서 어떤 식으로 투항하고 안에서
어떤 식으로 돌보아도 난
희미해져 가는 여자의 반도 흉내 내지 못한 채
소멸을 구경하고 있다.
부끄러워 적는다.
밥벌이도. 그런 보잘것 없는 명목으로 곁에 없는 것도.
개선의 여지도 의지도 빈약한 것도.
어쩌지 못하는 흉측함도.
날짜만 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