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시
양미자(윤정희)의 감수성이 짙다.
양미자는 나이에 비해 얼굴이 곱다.
양미자는 옷을 예쁘게 차려입는 걸 좋아한다.
양미자는 중학생 손자(이다윗)와 단둘이 산다.
양미자는 최저생계비와 파출부로 생계를 이어간다.
양미자는 시를 배우러 다니기로 한다.
양미자는 시를 쓰고 싶어 한다.
양미자는 치매 초기다. 점점 심해져 가는. 고칠 수 없는.
양미자의 세계는 꽃과 시적 감각, 시적 언어로 이뤄져 있었다.
양미자는 자신의 세계가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그 세계를 자신의 언어로 옮겨 놓고 싶었다.
하지만
시에 다가가면 갈수록
세계는 예전의 꽃과 달랐다.
여중생이 자살하고
여중생의 자살의 배경에 오랜 기간 집단 성폭행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 성폭행범들 무리에 자신의 손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몰려다니고
오락실 다니고
겉으로는 그냥 아이들.
합의금이 필요한 양미자는
한 남자를 찾아간다
그 남자는 양미자를 원했었다.
양미자에게 남자이고 싶었고
양미자를 안고 싶었다.
충동인 지 계획인지
양미자는 그 앞에서 옷을 벗었고
무미건조한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얼마 후
합의금이 필요해진 양미자는
그 남자에게 돈을 요구한다.
갚지 않을 돈.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제안.
협박.
아이들의 범죄
어른들의 수습
양미자는 돈을 주고 이젠 자신과
상관없었으면 하는 곳을 벗어난다.
세상의 어둠과 마주할수록
시어를 적는 메모장은 점점 채워져 간다.
손자를 찾는 양미자.
손자가 좋아하는 피자를 사주는 양미자
손자를 씻겨주고
손자의 손발톱을 깎아주는 양미자
손자와 배드민턴을 치는 양미자
경찰차가 조용히 오고
양미자의 손자를 조용히 데려간다.
그리고 시작되는 한 편의 시.
그녀는 시를 배우는 마지막 수업에 나오지 않는다.
그녀가 쓴 한 편의 시가 읽힌다.
그녀를 둘러싼 공간과
그녀가 지나온 공간을 지나
그녀를 그렇게 만든
자살한 소녀를 둘러싼 공간과
자살한 소녀가 지나온 공간을 지나
자살한 소녀가 마지막 있던 다리 위에서 맴돈다.
암흑.
양미자가 어떤 운명을 선택했는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지만 적어도,
양미자가 소녀와 같은 것을 보았다는 것을 영화는 짐작하게 해준다.
이창동은 시가 잔인한 세상의 고통스러운 증명이라고 말하고,
윤정희는 기억을 잃어가며 새로운 것들을 표현해내려는 양미자로 빙의한다.
칸 영화제는 이들에게 각본상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