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맥킨지 감독. 로스트 인 더스트
형제는 죽음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태너(벤 포스터)가 엄마와 동생 토비(크리스 파인)를 때리는 아비를 견디지 못하고 쏴 죽였을 때부터? 그래서 태너가 오랫동안 감옥에서 썩기 시작했을 때부터? 토비가 이 모든 불행의 중심에서 은행의 악마 같은 탐욕이 자신들의 삶을 앗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출소하고 토비와 함께 동네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태너가 더 폭력적이고 격렬했지만 범죄 계획의 시작점은 토비였다. 그렇다면, 토비가 없는 것보다 못한 아버지를 형에게 잃고 그때부터 감옥을 들락날락한 형 없이 긴 시간을 보내고 병든 엄마를 홀로 수발하고,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하고 서서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세상을 향해 표출하고 싶었을 때부터?
형제는, 두 개의 몸으로 나뉜 하나의 정체성 같았다. 태너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상을 가차 없는 폭력으로 대했다면 토비는 플랜을 짜고 상황을 이성적으로 해결하려 태너를 제어한다. 둘은 은행에게 엄마의 유산, 농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은행을 털었고 그 금액 또한 매번 미비하여 연달아 멈춤 없이 털어야만 했다. 모든 움직임과 표정에 그늘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때까지의 모든 삶을 빼앗기고만 살았지만 자신이 아닌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대우를 받고 살게 할 순 없었다. 전염병 같은 가난을 끊어내고 싶었고 그 방식이 범죄라도 어쩔 수 없었다. 막다른 길에서 뽑을 수 있는 건 총뿐이었다. 텍사스라는 동네. 황량한 벌판을 휩쓰는 먼지바람이 아니어도 모든 호흡이 쇠락과 사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피로한 모습조차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사라진 것들이 존재하는 것들보다 많았다.
형제는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했다. 일정한 금액을 모을 때까지만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범죄는 반드시 징벌을 받고, 누군가를 죽이면 결국 누군가에게 죽게 된다는 것이 삶이 가르쳐준 교훈이라면 교훈이었다. 되돌릴 수 있는 것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남아있는 흔적들은 온전하게 보존되기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남은 가족들이 자신들과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둘은 현재를 끝까지 망치며 범죄를 멈출 수 없었다. 옳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살며 옳은 길로 안내 받은 적이 없었기에, 형제의 길은 하나였다.
돈만 털자 라는 단순한 생각은 계획되었던 액수를 넘기려는 순간 피로 물든다. 모든 성인 남자가 바지춤에 총을 가지고 다니는 동네였다. 사람이 죽고 둘은 격렬하게 쫓긴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중화기를 갈긴다. 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바위산 꼭대기로 달려가고 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죄 없는 보안관을 쏴 죽인다. 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끝을 선택하고 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그곳에서 죽는다.
죽음은 회복되지 않는다. 훔친 돈은 동생과 동생 가족의 남은 삶을 지켜줬지만 형은 돌아오지 않고 형이 죽인 죄 없는 보안관도 돌아오지 않으며 그 외 형이 죽인 사람들의 생명 또한 돌아올 리 없다. 죽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땅 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연명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끼리 다시 죽이기 위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잃거나 죽거나 다치지 않으려면 빼앗고 죽이고 때려야 하는 곳이었다. 형제가 태어나고 형제가 소멸한 곳이었다.
활자에 담고 싶었던, 현세의 지옥 같은 풍경들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