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내부고발자

올리버 스톤 감독. 스노든

by 백승권








신념은 설명하기 힘들다. 단순히 이게 옳다고 여긴다고 말한다고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다. 개인의 신념은 흔히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 계속 강요하고 계속 억압하고 계속 협박하면 시스템이라 부르는 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믿는 집단의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개인이 힘이 어디 있어, 어쩔 수 없잖아. 소속된 곳의 내규를 따라야지 라는 합리화로 이어지고, 굳이 나 하나의 신념 때문에 다수의 피해를 입힐 필요가 있나 라는 자문으로까지 이어진다. 신념 하나 꺾는다고 나의 현재가 무너지지 않고 양심이야 뭐 살짝 흠집 난다고 해도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그까짓 신념 따위 조금 숙일 수도 있다고 여기게 된다. 신념은 불멸의 의지보다 수정 가능한 개인의 소견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왜 조금만 비겁하면 세상 편해지는데 사서 고생하고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드냐고 반문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념은 끝내 꺾이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다하며 산화한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소돔과 고모라는 단 1명의 의인만 있어도 불살라 멸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단 1명이 없어 멸망했다. 어떤 개인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옳다고 여기는 일에 목숨과 인생을 모조리 건다. 폭탄조끼를 입고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테러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념은 인류의 평균적인 도덕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 1명의 존재 하나로 세계는 조금 더 느리게 멸망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스노든(조셉 고든 레빗)은 군인으로서 국가에 충성하길 원했다. 훈련 중 몸이 망가졌고 방식을 변경한다. 그의 능력은 CIA를 놀라게 한다. 곧바로 투입되고 그의 손끝에서 전 세계인의 데이터가 추출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감시하에 있었다. 1명에게 의심이 든다면 주변 수백만 명까지 메일, 휴대폰, 노트북 등 모든 통신기기와 일상을 샅샅이 감시할 수 있었다. 전자기기를 쓰지 않거나 전자기기를 벗어날 수 있는 영역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스노든은 자신의 천재성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쓰인다고 여겼다. 기대는 배반되었다. 점점 이상한 신호들이 감지되었다. 사이버 전쟁 중이었지만 심각할 정도로 개인의 인권을 침범하고 있었다. 스노든에 대한 신뢰와 입지는 점점 더 올라갔고 죄책감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적진에 원격조종으로 미사일 타격을 입히는 일을 하고 있었고 현장에 있던 한 아이를 같이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팀장은 이후 개를 잘못 본거라고 알려줬고 안도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아이의 가족이 울부짖는 모습이 잡히고 그 동료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또한 그 가족조차도 폭발 속에서 자취가 사라졌다고 했다. 통제실의 원격조종 화면은 전쟁게임과 같았다. 커다란 화면에 적중률을 높이는 십자가와 신호, 그리고 펑. 스노든과 동료들은 손끝 하나로 생명과 영토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일과를 끝내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안정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팀장은 끼어든다. 직업일 뿐이라고. 스노든은 나치 독일에 대한 뉘른베르크 재판을 거론한다. 전쟁 주범뿐만 아니라 명령에 의해 악행에 가담한 일반인조차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변은 침묵에 휩싸인다. 스노든의 말대로라면 그 자리의 모두가 명령을 이행한 원격 학살의 가담자였다.


스노든은 결심한다. 그에겐 사랑하는 이(셰일린 우들리)가 있었고 매번 희생을 강요할 수 없었다. 기밀에 노출되는 순간 그녀 역시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에 앓던 스노든은 간질 증세를 보인다. 그는 기밀을 빼내고 조직을 벗어난다.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미국 NSA가 전 세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생활 침해를 밝힌다. 오바마 정부 휘하의 CIA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내부고발자에 의한 기밀 누설이었다. 전 세계 언론이 도배된다. 스노든은 여러 나라를 거쳐 러시아로 망명한다. 그는 하와이에 있는 직장을 다니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안정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지위와 대가가 보장되어 있었고 극단적인 결정을 하지 않아도 남부럽지 않은 인생이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니터를 통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헤치는 내내 고통스러워했다. 국가의 안위는 자신보다 늘 앞세우는 가치였지만 이것이 다수의 권리와 안녕을 침해할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는 선택했고 조직과 국가를 배반했으며 기밀을 폭로했고 모두의 시선과 비난, 관심을 한 번에 집중시켰다. 입국 자격이 박탈되었고 바로 체포 대상이 되었다. 오바마 정부는 수많은 압박과 요청에 시달렸고 감시 수준을 하향 조정하기로 한다. 전 세계에서 스노든을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그는 지금 연인과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다. 아니더라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


시간엔 방향이 있다. 선택하지 않든 선택하든 일정한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스노든의 신념은 목표를 바꾼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괴로워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그렇게 만인의 권리를 옥죄는 기밀자료를 빼고 밖으로 걸어 나온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금전으로 유혹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이었다. 득과 실을 저울질할 때 잃어버릴 것들이 심각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알려진 것처럼 실이 많은 선택을 했고 소수의 도움을 받으며 한정된 자유 안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의 민낯을 까발렸고 그 대가를 혼자서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그는 군인을 꿈꿨고 싶었고 반역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그에게 행복은 더더욱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시스템을 해체하고 나서야 그렇게 만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폭압을 해체하고 나서야 스스로에게 자유를 선사할 수 있었다. 미국이 원하던 영웅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렇게 고요하게 인류의 도덕률을 상향 평준화시켰다. 모두가 그의 방식대로 선택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미 그의 선택과 움직임을 기록했고 그는 그렇게 새로운 투사로 등극했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선택에 대한 영화적 의견들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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