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미래의 기억

드니 빌뇌브 감독. 컨택트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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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죽음과 가까워진다. 생명과 시간의 소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이것들이 언젠가는 결국 나와 우리 모두에게 닥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부정하지 못하게 된다. 불가항력. 아무도 도망갈 수 없고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끝날 줄 알면서도 사랑을 시작하고 다칠 줄 알면서도 모험을 시도하며 아플 줄 알면서도 가까이 끌어안는다. 그렇게 타인들을 이해하고 변수를 받아들이며 삶의 유한성과 그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이해받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수긍하게 된다. 설명되지 않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너무도 많음을. 이것이 비밀과 경이로 가득 찬 각자와 모두의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비할 수 없는 것들. 탄생이 그러하듯,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준비와 각오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존재를 결정하는 순간 선택과 합의를 거쳤고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자신에게 닥칠 모든 미래를 알면서도 공포와 두려움, 슬픔과 절멸을 끌어안기로 결정했다.(그랬을 것이다.) 이는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환희, 웃음으로 가득했고 이외의 것들은 판단을 뒤흔들기엔 너무 유혹적이었을 것이다. 하여 타의로 태어나 자신도 모르는 타이밍에 죽어야 했던 생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겠지. 그 이전의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루이스는 조금 다른 능력을 지닌 인간이었을 뿐 생로병사의 순리에 관여하고 인류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작정한 슈퍼히어로가 아니었다.


외계 생명체의 언어는 사소해 보였다. 모든 시간과 사건들이 죽음의 시작점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둘이 안도하고 위안하며 서로를 끌어안고 입맞췄을 때 새로운 우주와 갈등, 죽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루이스는 그 첫날을 이미 알고 있었다. 미래의 기억이 현재를 장악하고 있었으니까. 생에 대한 모든 의지를 좌절시킬 슬픔의 경험이 실제로 아직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현재의 상념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이별과 죽음의 이미지가 반복되었던 걸까. 그녀는 위기에서 모두를 구한 이후에도 한없이 의연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인류의 구원과도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무거웠다.



유한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이야기들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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