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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Dec 27. 2016

26. 도로시가 생성한 가장 아름다운 우주

압빠, 엄마, 맘마, 때지, 아야

도로시와 놀며 느끼는 환희를 트윗으로 옮겨 기록할 시간에 1초라도 더 도로시와 놀아주는 걸 택한다. 자연스럽게 되었다. 뭐가 더 중요하고 급한지 본능적으로 이행되었다. 낮에는 눈이 멀도록 예쁘고 밤에는 나라를 잃은 듯 울지만 가장 아름다운 우주를 확장해간다. 도로시의 표현력을 관찰한다. 언어의 깊이와 너비가 매일 달라져간다. 압빠, 엄마, 맘마, 때지, 아야 등의 생존과 자극에 특화된 단어들이 널을 뛰다 갑자기 어느 순간 "아빠가 좋아했지"같은 문장이 또렷하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내가 선생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도로시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존재감과 이를 모든 각도에서 온전히 지키고 가꾸는 아내의 생명력은 반비례한다. 도로시가 커질수록 켜질수록 아내는 작아지고 꺼져간다. 아내는 온 힘을 다해 도로시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며 키워가고 그렇게 소진되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아름다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엄마이기 전 아내이기 전 여자 친구이기 전 딸이기도 전 잃어버릴 수 없는 뭔가를 지니고 태어난 것처럼. 시간과 사람과 환경, 어떤 자극에도 훼손되지 않는 무명의 불멸성이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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