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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Oct 05. 2016

24. 도로시는 자겠지

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

도로시를 수백일 관찰하는 중인데 누구 지엄마  아니랄까 봐 하루 종일 쳐다봐도 하루 종일 예쁘다심지어 하루와 분초가 다르게 더 귀여워지고  빛난다 대체 어쩌려고 그러는지.


도로시와 단둘이 있다.


도로시가 너무 예쁘다.


아내 원피스와 
아기 점프슈트를 샀다.
도로시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보며
활짝 웃으며 소리 질렀다.
아내는 내가   것들을 좋아했다.
도로시는 옆으로 잔다.


치통은 아무렇지도 않다.
위에 열거한 것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괜찮다.


"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아빠아빠아빠빠빠아빱빠빠"
-도로시


도로시가 페이스타임을 하다 운다. 이유식 먹다 할머니 안경에 놀라 으으우웅하고 입을  다물고 미간에 온갖 주름을  몰아서 찡그리며 소리 낸다. 정신없이 캡처하였다. 한참을 보고 있다.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표정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다.




도로시가 눈을 마주치며 웃을 때는 작은 손톱에 살점이 뜯겨도 기분이 좋다. 도로시가 잠들기  서글프게   형용하기 힘든 묵직함과 서글픔이 안겨 온다. 모든 울음이 고통과 슬픔의 울림은 아니겠지만 해석하지 못한 무지함에  두렵고 찡하며 뭉클하다.


도로시를 안아줄  있어서 좋다
도로시를 좋아한다.


영상이 왔다.
도로시가  손으로 장난감을 짚더니
허리를 세우고 무릎을 편다.
 시간 전만 해도
 품에서 앞니를 보이며 웃었는데.
하루하루
중력을 이겨내고 있다.
으어어


도로시를 재우다가. 다시 태어나도 같은 삶을 살고 싶어 졌다. 행복의 총량이 지금과 같다면 몇번인들 괜찮을  같았다. 생명의 최초부터 지켜볼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 생명이 쏟아붓는 모든 감각을 겪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지금이 두 번째는 아닐는지.


도로시는 내가 집에 
도착하기  오랜 
시간 깨어있다가 방금
 품에서 잠들었다.
 사랑  아가
 아내의 모든 


아기와
아내와
물에 옴


너와 나의 육아엔 감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집에 들어가면 도로시가 자고 있으면 좋겠다. 서둘러 가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 눈을 뜨고 웃으며 소리 지르는 장면을 경험할  있지만, 단 하루도 포기할  없는 기적이자 기행이지만  지금 감기 초기이고 도로시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도로시가 태어난 날의 개수보다 열 배 정도 많은 개수의 사진과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어 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과 영상의 개수만큼의 웃음과 즐거움과 기쁨이 개발된다. 도로시는 요즘 빠르게 기어와 품에 안기고 옆으로 잔다.


도로시는
천한 번째 일어나기 위해
천 번 내내 엉덩방아를 찧는다
옆으로 뒤집을 때처럼
엎드려 기어갈 때처럼
기다가 앉았을 때처럼
쉬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다
내가 인지한 어떤 세상보다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의 중력과 맞서며
존재를 증명하는 중이다


도로시와 종일 지냈다
아내는 병원에 가고
나는 하루 휴가를 냈다
아내는 지금 집으로 돌아오고
도로시는 곁에서  번째 낮잠을 잔다
배를 조금 들썩거리며 숨 쉬고 있다
선풍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길어진 머리카락
커튼  
298


도로시 300 축하해


도로시 엄마 300
도로시 아빠 300
도로시 이모 300
도로시 고모 300
도로시 할머니 300
도로시 할아버지 300


도로시 300
스타벅스에서 
아내 선물을 사들고
집으로 간다
최근 자주 연봉이
지금보다 2 정도
많았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곤 한다
사소 싶은 게 많지만
무엇보다 같이 있는
시간을 사고 싶어서.


도로시는. 폭우를 뚫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집에 돌아온 나를 보고는. 있는 힘껏 기어 왔다. 가슴팍으로  들어 올려 안아줬고. 고개를 수그리고 등을 동그랖게 굽히고 무릎을 배로 모으더니. 이내 쿵쿵 이마를 두 번 찧고 잠들었다. 고요해진, 아빠 목을 쓸어내리던 손.


도로시 똥 쌌다. 요새 많이 움직인다. 눕지 않아 선채로 갈아줬다. 기저귀(팬티형) 벗겨주다 오른손에  묻었다. 잘 벗겨지지 않았다. 계속 움직였다. 똥 묻은 엉덩이로  다리에 주저앉았다. 거실 바닥을 질주했다. 따라다니며 닦아줬다. 왼손에도 묻었다. 지금은  잔다.


품에 안으니
눈을 감는다


도로시는 도로시의 우주에 산다나도.


노동으로서의 육아


도로시는, 긴 밤잠  두 번 낮잠 잔다. 낮잠   곁에 있어야 칭얼거리고 불안해하는 것을 달랠  있다. 도로시는 지금 옆으로 누워 자고, 나는 곁에서 옆으로 누워 자는 도로시의 등을 본다. 여름휴가 마지막 날, 내일부터는   없다. 들썩거리는 등과 어깨.


아내가 이유식 만들고 남은 재료로 전을 부쳤다.


옅은 조명 아래 부엌 테이블에서
아내는 이유식 책을 뒤적거리고
나는 장애아들에 대한 책을 읽는다.
도로시는 잔다.


아기와 노는 남자 사진을 한참 본다. 수천 컷에 이른다. 시종일관 놀라고 웃고 안고 뒹굴고 장난치고. 한정된 종류의 배경 속에서 아기는 점점 크고 움직임이 많아 보인다. 사진  도로시는 일부분, 사진  아내는 점점  아름다워지고, 사진 속의 나는 타인 같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날엔 도로시의 반짝거리는 눈을  오래 마주할  있다. 오늘은 들어서는  목소리에 회고하고 고갤 돌리다 장난 감문에 퍽하고 볼을 부닥쳤고 굴하지 않고 푸다 다닥  발로 오다가 마음의 속도를 못 이긴 어깨와 턱이 풀석 바닥에 찧었다.


페북으로 작년 또는
몇 해 전 오늘 올린 사진들을
보며 새삼 놀란다. 이렇게
예쁜 여자라니.
여자 친구
아내
도로시 엄마


도로시는 자겠지귀여운  사랑.


도로시는. 오전에 커다란 나무 소재 장난감에 엄지발가락을 찧었다. 참았지만 울었고 달래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발가락에 감아주고 계속 갈아준 밴드를 입에 넣어 삼키려다 이유식까지 토했다. 아내는 전화로 이야기하며 펑펑 울었고 도로시는 곁에서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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