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권 Mar 13. 2017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바람둥이 아니세요?

홍상수 감독.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그럼  영화감독이세요?


뭐하시는 분이세요?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예쁘네요


저한테 왜 자꾸 그런 걸 물으세요?


저 하나도 안 예뻐요


희정 씨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퀄리티가 있다는 건 음 알겠어요


별걸 다 느끼시네요


뭘 보고 그렇게 느끼시는 거예요?


쪼끔 상투적인 것 같아요


삐지지 마세요


왜 말을 그렇게 하세요, 네?


왜 남의 작품 난도질을 하고 그래요?


자기 발자국만 남겼어요


귀엽네요


말을 참 함부로 하시네요


마시고 싶으면 마셔야죠


저도, 저도 처음입니다


바람둥이 아니세요?


그래도 너무 예뻐요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싶어요, 사실


정말 특이하시네요


아까 커피집에서부터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차암... 솔직하셔서 좋으시겠다


그런데 조금 섭섭도 하네요


옛날에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너무 예뻐서... 사랑합니다


이거 우리 결혼반지예요?


너무 예쁘세요


단연코 정말 최고예요


생각보단 완전 깨끗하세요


아 뭐하시는 거예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조심하세요, 귀한 분들인데


옷을 벗었어? 언제?


넌 무슨 그런 미친놈을 만나고 다니는 거야?


다음에는 입에다가 해줄게요


전부터 알던 사람입니다


보고 싶었어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대사 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영화1

함춘수(정재영)는 감독이다. 수원에 영화제 참석차 내려왔다.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함춘수는 졸고 있었고 윤희정은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었다. 함춘수가 윤희정에게 말을 건다. 계속 말을 걸고 윤희정은 답한다. 모든 남녀관계가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처음 만난 함춘수와 윤희정은 윤희정의 작업실로 간다. 윤희정은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함춘수는 윤희정의 작업을 보다가 몇 마디 건넨다. 윤희정은 좋아한다. 함춘수 역시 어쩔 줄 모른다. 함춘수는 윤희정에게 말을 건네던 첫 순간부터 윤희정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모든 말 하나하나에 당신이 너무 좋고 더 가까워지고 싶으며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난 당신과 계속 말하고 같이 있고 싶다. 는 마음이 질척거릴 정도로 배어 있었다. 함춘수와 윤희정은 거릴 나서다 스시집에 들어간다. 원래는 치킨을 먹으려고 했는데 함춘수가 술을 먹자고 했다. 윤희정은 마지못해 따라간다. 함춘수가 원하는 대로 그냥 따라가 준다. 둘은 술잔을 기울이고 함춘수는 연거푸 마신다. 함춘수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윤희정은 잊은 약속이 있었다고 가봐야 한다고 한다. 함춘수는 동행한다. 그곳에서 자기(영화)의 팬을 만난다. 함춘수의 여성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희정의 표정이 굳는다. 윤희정은 자릴 피한다. 함춘수는 윤희정을 달래려 한다. 함춘수는 다음 날 영화제 일정을 마친다. 평론가에 대한 악감정을 영화제 스텝에게 토로한다. 전날 만난 시인에게 시집을 받는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영화2

함춘수(정재영)는 감독이다. 수원에 영화제 참석차 내려왔다.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함춘수는 졸고 있었고 윤희정은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었다. 함춘수가 윤희정에게 말을 건다. 계속 말을 걸고 윤희정은 답한다. 모든 남녀관계가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처음 만난 함춘수와 윤희정은 윤희정의 작업실로 간다. 윤희정은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함춘수는 윤희정의 작업을 보다가 몇 마디 건넨다. 상투적이라고 한다. 삐지지 마요. 윤희정의 표정이 굳는다. 왜 말을 그렇게 하세요? 왜 남의 작품을 난도질하고 그래요? 함춘수는 당황한다. 함춘수는 윤희정에게 말을 건네던 첫 순간부터 윤희정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둘은 자릴 옮긴다. 스시집. 둘은 술잔을 기울이고 함춘수는 연거푸 마신다. 함춘수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바람둥이 아니세요? 사랑하는 거 같습니다. 결혼하고 싶어요. 함춘수가 윤희정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차암... 솔직하셔서 좋으시겠어요. 둘이 만난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윤희정은 비아냥 거린다. 너무 예뻐서... 사랑합니다. 함춘수가 윤희정에게 오다 주웠다며 반지를 끼워준다. 이거 우리 결혼반지예요? 둘은 윤희정의 지인 네로 자릴 옮긴다. 함춘수의 팬들이 함춘수를 환대한다. 술에 거하게 취한 함춘수는 그들 앞에서 옷을 몽땅 벗는다. 윤희정의 지인(최화정, 서영화)들은 자지러진다. 함춘수는 윤희정을 집에 데려다준다. 윤희정의 엄마(윤여정)는 전화로 윤희정을 다그친다. 넌 무슨 그런 미친놈을 만나고 다니는 거야? 좀 더 같이 있고 싶다고 하자 윤희정은 조금 후 나오겠다고 한다. 윤희정은 함춘수에 입맞춤한다. 새벽은 추웠고 함춘수는 기다리지 않는다. 윤희정은 나오지 않는다. 다음 날 영화제 일을 마친 함춘수는 영화제 사람들과 담배를 피운다. 윤희정이 다가온다. 윤희정은 함춘수의 영화를 보러 들어가고 함춘수는 윤희정과 인사를 나눈다.


보는 내내 함춘수가 윤희정과 자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싶었다. 우연히 찾은 곳에서 우연히 가까이 있었던 것뿐인데, 그렇게 보이는데, 그걸 빌미로 말을 걸고 받아주니 계속 대화를 잇고 장소를 옮기고 대화에 대화를 잇다가 음주를 유도하고 자신은 취한 채 고백하고 사랑하자고 결혼하자고 하고 그걸 윤희정은 웃어넘기고. 침묵의 거절도 여러 번 보였는데, 함춘수는 승인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자신의 중력 안에 윤희정을 끌어당긴다. 무미건조한 윤희정의 정서 안에 함춘수가 들어올 지점은 없어 보였지만 함춘수는 계속 시도한다. 자신이 인정받을 때까지, 따라다니고 말을 건다. 보는 내내 헛웃음이 터졌다. 정재영의 살가죽을 입은 홍상수가 말하는 것 같았다. 감독의 언어가 정재영을 홍상수로 보이게 만들었다. 김민희가 윤희정 같은 김민희였다면 정재영은 홍상수 그 자체로 보이고 들렸다.  


함춘수의 어설픈 추태는 기혼자로 밝혀지는 순간 수컷의 패악질로 탈바꿈했다. 영화 밖의 실제 이슈를 떠나 그렇게 해석되었다. 기혼자, 두 아이의 아빠, 낯선 곳에서 만난 여자를 향한 끊임없이 질척거리는 구애, 계속 이어지는 술자리, 대화를 이어가려는 몸부림, 가만히 서 있는 윤희정 주변을 함춘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다다를 때까지 들쑤시고 있었다. 대화와 대화 속에 주변인의 다양한 반응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홍상수의 어떤 영화보다 홍상수 자신과 그 주변의 이야기가 듬뿍 함의되어 있는 것 같았고 그렇게 읽히길 원하는 것 같았다. 별개이되 별개일 수 없도록 해석되게 만드는 실험. 실험이라기엔 다양성의 폭을 좁게 만드는 현실 관계의 변화들, 입장들. 제목이 다양하게 읽혔다. 새로운 사랑은 맞고 그때의 결혼은 틀렸다.로 읽히기도 했다. 윤희정의 지인들 앞에서 모두 벗었던 함춘수의 모습은 자신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모든 입장을 밝히겠다는 홍상수의 의지로도 읽혔다. 예술은 공공의(보이지 않게 합의했다고 믿는) 윤리를 넘어선다. 홍상수는 자신의 이슈(개봉 후 드러날지도 모를 감독과 여배우의 새로운 관계)를 영화의 소재와 도구로 삼고 있었다. 드러난 관계에 대해 쏟아질 반응에 대한 예언자는 아니었겠지만, 그의 대사들과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 지점을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복. 평론가에 대해 불쑥 드러나는 불만들, 또는 평론가를 비롯한 언론의 시끄러움에 대한 항변. 저한테 왜 자꾸 그런 걸 물으세요? 홍상수는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고 언론들은 여전히 반응하고 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



매거진의 이전글 매기스 플랜, 그레타 거윅만의 플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