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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Mar 10. 2017

매기스 플랜, 그레타 거윅만의 플랜

레베카 밀러 감독. 매기스 플랜






마냥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일을 겪던 반응의 고저가 크지 않아 보이는 사람. 어렵고 힘든 일도 그저 무덤덤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남들보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어쩌면 조금 무감각하고 덜 예민하다고 여겨지는 사람. 그런 오해 때문에 이용당하게 되는 사람. 부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맡겨지고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쉽게 보이는 사람. 흠도 있고 장점도 있지만 조금 가볍고 쉽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더구나 마음도 약하고 배려심도 강해 언제든 부담스러운 제안도 받아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람. 그런 사람, 매기(그레타 거윅)


이미 결혼한 전 남자 친구 토니(빌 헤이터)를 제외하고 6개월 이상 연애해본 적 없는 매기에게 존(에단 호크)이 다가온다. 동료 교수, 유부남, 대박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 소문남 발정남 등등의 떠도는 타이틀이 있었지만 매기는 느닷없는 고백에 무너지고 만다. 둘은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다. 존에겐 이미 전 부인 조젯(줄리안 무어)과 사이에 두 아이가 있었다. 조젝에게 매기는 책을 써서 낱낱이 증오를 드러내고 싶을 만큼 남편과 아이를 뺏어간 천하의 나쁜 년이었다. 매기는 결혼생활에 지쳐간다. 전공 분야에 대한 더 깊숙한 연구 대신 소설을 쓰려고 매진하는 존은 전형적인 게으르고 자기만 챙기는 남편이었다.


매기는 세 아이의 양육을 도맡아야 했다. 학생들을 챙겨야 하는 교수직도 겸하면서. 몸과 마음이 닳아가고 있었다. 존은 작품 창작을 핑계로 육아에서 거릴 두고 있었다. 더구나 전 부인 조젯과의 긴밀한 연락을 매일매일 나누고 있는 상황. 매기는 동력을 잃는다. 하소연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잠깐 기분 전환을 한들 주어진 부담은 전혀 덜어지지 않았다. 매기는 조젯을 찾고 그녀의 세련된 태도와 매너에 반한다. 남편과 아이를 뺏어갔다며 야멸찬 대우를 당하지만 플랜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언제까지 울기만 할 수 없었다. 매기는 너무 힘들었고 지금의 삶을 바꾸고 싶었다. 엄마로서 교수로서 너무 좋지만 이런 상황을 남편에게 전혀 존중받지 못한 채 지내고 싶지 않았다. 매기는 결단한다. 제자리로 돌려놓기로.


존과 사랑에 빠지기 전, 머리 좋은 아이를 낳기 위해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 정자를 기증받았던 매기였다. 충동적인 남자 존이 아니었다면 그때 생긴 아이와 둘만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 매기는 존을 돌려보내기로 한다. 조젯과 다시 맺어주기로. 조젯도 이런 제안에 흔들리고 있었다. 쑥쑥 자라고 있는 두 아이에게도 아빠의 빈자리가 회복되는 것일 테니까. 존은 책도 풀리지 않고 육아는 귀찮고 매기는 툴툴대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조젯에 대한 옛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하룻밤. 존은 그런 사람이었다. 충동을 빌미로 현재의 관계가 무엇이든 당장 터질듯한 자신의 성욕을 채워야 하는 남자. 교수라는 지적인 타이틀을 제외한다면 한량처럼 느껴졌다. 마치 비포 미드나잇의 제시(에단 호크)의 번외 편 같달까. 보는 내내 그가 불편했다.


앞서 열거한 어떤 일이 닥쳐도 '마냥 괜찮아 보이는' 매기는 더 이상 괜찮지 않았다. 주장과 거절, 포기와 결단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수년의 시간은 힘들었지만 번복될 수 없는 인생의 일부이자 더 나은 인생을 위한 담금질이었다. 매기는 다시 괜찮기 위해, 다시 사랑받기 위해, 다시 인생을 더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프란시스 하>와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를 잇는 그레타 거윅만의 플랜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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