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월경의 시작과 끝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캐리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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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화이트(씨씨 스페이식)는 앙상한 얼굴에 마른 몸과 퀭한 눈빛, 늘 소심함에 휩싸인듯한 여학생이다. 같은 학교, 특히 같은 반 아이들은 그녀를 멀리하고 괴롭힌다. 그것이 그녀 특유의 어두움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녀의 엄마 때문인지는 알길 없다. 다만 그녀의 엄마 마가렛 화이트(파이퍼 로리)는 사이비 기독교를 맹신하고 있는 광신도라서 마을 사람들도 그녀의 엄마를 꺼려한다. 캐리가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마 엄마 때문이 아닐까 추측되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캐리를 대놓고 놀림감으로 여기는 것은 첫 장면으로 완전하게 설명된다. 샤워실이 붙어 있는 라커룸. 캐리는 샤워를 하다가 첫 월경을 경험한다. 캐리는 그때까지 자기 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랐고 무척 놀라 소리를 지른다. 그런 캐리에게 탐폰과 여러 생리대를 던지며 놀리는 아이들. 콜린스 선생님(베티 버클리)이 달려와 말리지 않았다면 캐리는 실성했을지도 모른다.


이 일이 있은 후,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호되게 야단친다. 정학 처분까지 내리려다 일주일 방과 후 기합을 주기로 한다. 분노에 이를 가는 아이들. 주동자 몇몇이 수를 꾸민다. 얼마 후 있을 파티에서 캐리를 망신 주기로 음모를 꾸민다. 그 파티는 남녀 커플을 지어 어울리다가 최고의 커플을 선정하는 파티였다. 할리우드 하이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파티. 거기에 괜찮은 짝과 함께 참석하는 것 그 나이 때 아이들 간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운동 잘하기로 소문난 잘 생긴 남자애가 캐리에게 접근하고 파티에 같이 가달라고 청한다. 캐리는 거절한다. 그녀는 뭔가 있다고 직감한다.


남자애의 구애는 계속된다. 엄마에게 말하고 엄마는 광분한다. 월경조차 교육시키지 않은 엄마였다. 캐리의 엄마는 피(월경)는 남자를 부르고 이는 곧 마귀와 지옥의 징조라고 겁박한다. 절대 반대하지만 캐리는 소녀, 그녀는 학교 모두가 인정하는 미소년이 다가오는 것을 언제까지 막을 수만은 없었다. 캐리는 엄마를 밀치고 남자애의 차에 오른다. 음모는 진행되고 있었다. 중간에 콜린스 선생님은 눈치를 채고 아이들을 불러 다그치지만 그들은 이미 캐리에게 다가올 지옥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파티에 참석한 캐리, 그녀는 태어나 최고의 행복감을 경험한다.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축하받는 자리에서 교내서 인기 많은 잘 생기고 운동 잘하는 남자아이와 춤을 추고 키스까지 하다니. 이렇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인간 대접은 부모에게조차 받지 못한 것이었다. 최고의 커플이 된 기념으로 무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는 캐리의 얼굴은 기쁨에 벅차 올라 어쩔 줄 몰라한다. 절정으로 오른 그때, 천장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돼지피가 그녀 머리 위로 쏟아진다.


충격, 당혹, 배신감. 음모를 몰랐던 청중들조차 모두 정지된 화면처럼 굳어버린다. 그리고 그 잔혹한 계획을 알고 있었던 한 소녀가 박장대소하며 손가락질한다. 캐리의 눈에 사람들이 보인다. 환영처럼 보이고 환청처럼 들린다. 그 환영과 환청 속에서 모두가 캐리를 비웃고 있었고 놀리고 있었다. 현실과 달랐지만 캐리의 무의식이 현실처럼 보이게 했다. 캐리는, 참을 수 없었다. 월경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보이던 캐리의 초자연적 기운이 파티장의 모든 문을 닫게 한다. 소화전에서 호스가 튀어나와 높은 수압의 물줄기가 아이들을 공격한다. 물줄기는 파티장 곳곳을 부수고 조명을 부숴 합선을 일으키고 물에 젖거나 문고리를 잡은 이들을 죽여 버린다. 불길이 솟고 무대가 불타오르고 파티장 전체가 불바다로 변한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은 모두 소돔과 고모라처럼 비명 속에서 죽어간다. 음모를 주동 후 도망치던 아이들조차 처참한 폭발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집에 돌아오면서 제정신이 돌아온 캐리. 욕조 안에서 핏물을 씻어내며 울기 시작한다. 옷을 갈아입고 엄마의 품에 안긴다. 하지만 엄마는 더 이상 엄마가 아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남자와 어울려 사탄의 짓거리를 하고 온 캐리를 자신의 혈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속죄의 제물로 다룰 뿐. 엄마의 칼이 캐리의 등을 찌른다. 캐리는 쓰러지고 캐리의 초자연적 기운이 엄마의 광기를 막는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뾰족한 물건이 엄마의 몸뚱이에 박힌다. 집안 한구석엔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이상한 십자가 형상이 있었다. 이상하다고 한 이유는 그 예수의 몸에 활이 여러 개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캐리의 엄마도 그렇게 죽는다. 집은 불탄다. 엄마와 캐리가 있던 집은 무너진다.


정말 슬픈 이야기. 사이비 기독교에 빠진 사람과 그 딸이 겪는 모진 고통과 핍박이 아닌 사이비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몰아넣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비판이 서려 있었다. 사람은 약해지면 뭐라도 붙들어야 하는데 캐리의 엄마가 붙든 것은 성경을 왜곡한 사이비였고 그 안에서 엄마라는 여자는 여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부정하고 딸까지 부정해버렸다. 딴 여자와 눈이 맞아 도망간 딸의 아비에게 입은 상처를 견디기 위해 그는 비뚤어진 교리에 투신했고 그게 신의 뜻이라 믿었다. 딸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 딸이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걸 가르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런 엄마를 둔 딸은 밖에서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아무도 그런 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월경이 시작된 캐리에게 이상한 기운이 생기고 그 기운이 주변의 모든 생명을 종결짓는다.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 칼리토, 언터처블, 미션 임파서블의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만들고 피노 도나찌오(Pino Donaggio)가 음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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