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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May 16. 2018

데드풀2, 가족 파괴 블록버스터

데이빗 레이치 감독. 데드풀2




*스포일러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죽는다. 하지만 죽지 않는다. 데드풀이 된 이상 받아들여야 한다. 데드풀의 지인은 죽는다. 가장 아꼈던 지인, 어쩌면 모든 사랑이 그렇듯, 자신보다 더 아꼈을지도 모르는 지인,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 모두 죽지만 모든 죽음은 자연스럽지 않다. 데드풀은 몇 번의 죽음을 시도하고 사지가 조각난다. 그리고 죽지 않는다. 히어로의 운명이란 귀찮기 그지없다. 죽고 싶어도 못 죽고. 복수한다고 달라지나. 부질없다. 데드풀은 초심을 찾기로 한다. 엑스맨이 되고 싶다는 초심. 정의를 구현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눈 앞의 약자가 누구라도)

 지켜야 한다. 이건, 어쩔 수 없이 강자가 된 인물이 약자를 지키며 이야기를 꾸리는 히어로 영화니까. 


사지가 분리되는 슬픔, 새로운 가족이 필요했다. 엑스맨 놀이하러 간 곳에 한 소년(줄리안 데니슨)이 있었다. 그래, 쟤를 지켜주자. 그런데 그을린 토끼 인형 달고 있는 타노스 아니 중년 군인이 날아와 소년을 죽이려고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폭발시킨다.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자긴 미래에서 왔는데, 저 소년이 잘못 커서 자기 아내와 딸을 죽였다고 했다. 그러니까 쟤를 죽여야 내 가족이 안 죽는단다. 터미네이터가 여러 번 써먹은 이야기지만 넘어가자. 어차피 데드풀 코스튬도 스파이더맨과 아주 다르지 않다. 데드풀의 눈이 돌아간다. 사연은 안됐지만, 중년 군인 타노스 아니 케이블(조슈 브롤린)에 맞서 소년을 지켜야 한다. 


소년 사연 역시 기구하다. 괴팍한 싸이코 고아원 원장(에디 마산)의 잔혹한 고문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원장을 죽이려는 분노로 가득하다. 데드풀은 그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까. 아니, 히어로 능력이 사라지면 암에 시달려야 하는 신세라서 자기 몸 가누기도 어렵다. 새로운 동료를 꼼꼼한 절차를 통해 대거 '채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마저 '운 좋은 녀석'(재지 비츠) 빼고 단숨에 명을 달리한다. 데드풀의 상황은 악화된다. 복수에 눈먼 터미네이터 중년 군인 케이블의 화도 잠재워야 하고 또 다른 복수에 눈먼 소년 러셀의 화도 막아야 한다. 마흔 넘었더니 액션이 숨차다. 허나 엑스맨이 되려면 버텨야 한다. 휴 잭맨도 울버린 죽고 은퇴했잖아. 


가족의 상실을 대안 가족을 통해 대체하려는 시도들이 눈물겹다.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엄청난' 자살을 시도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데드풀은 자신을 가장 사랑했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목숨 건 결단을 내린다. 새로운 가족들 사이에서 태초의 가족에게로 돌아가려 한다. 꿈꾸었던 보통의 가족을 이루지 못했고 대신 무수한 동료들을 얻었지만 결국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 데드풀은 끝내려 한다. 어차피 미련 없던 생, 길고 더러운 농담으로만 채우기도 지쳤다.(듣다가 지친 케이블이 한숨을 쉴 정도다) 영화 데드풀은 할리우드 특유의 가족이란 코드를 가져와 마음껏 비웃고 희롱한다. 가족이란 소재가 얼마나 가볍게 쓰일 수 있는지 수많은 클리셰와 CG를 통해 적나라한 쇼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데드풀이 얼마나 한계를 모르는 자기 파괴적인 캐릭터인지 극대화시킨다. 아마 이러한 도발은 어벤져스와 엑스맨의 정회원이 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타노스가 된 케이블과 우주를 걸고 재대결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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