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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Apr 26. 2018

타노스의 인생극장,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타노스(조슈 브롤린)는 마치 전 우주 행성 미래 지킴이처럼 보인다. 그의 주장은 행성의 미래를 위해 -행성이 폐허로 변하지 않고 모든 생명체가 다 죽지 않으려면- 구성원들의 개체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거다. 이를 위해 마블 역사상 최대 전투력을 가진 캐릭터는 손등에 끼울 보석을 수집한다. 보석을 모을수록 강해진다. 심지어 시간을 되돌리기까지 한다. 분열된 어벤져스가 의기투합해도 어림없다. 망나니 같던 토르 동생(톰 히들스턴)이 젓가락 부러지듯 명을 달리 하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우주의 시체가 되려다가 구출된다. 우주와 지구는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우주선 몇 개 떨어뜨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타노스는 저 멀리 떠 있는 행성을 분쇄시킨 후 잔해를 끌어다가 현재 딛고 있는 행성에 충돌시켜 박살 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초인을 넘어섰다. 타노스의 위력은 신의 단계로 들어선다. 모든 것을 부수고 다시 세우려는 야망을 가진 신.


우주 파괴라는 건 외로운 일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죄다 막는 놈들 뿐이고, 수하들은 그저 어디 한번 부귀영화나 누려볼까 하는 심사로 맹목적인 충성을 위장할 뿐이다. 심지어 딸(조 샐다나)까지 눈물 흘리며 앞을 막는다. 타노스에게 유일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생명체. 하지만 타노스의 대의명분은 이미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 그는 전 우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듯한 거대한 비전을 지니고 있고,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빨리 보석(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전체의 절반을 없애는 것. 이로써 나머지 절반의 생존과 안위를 보장하는 것. 이를 위해 딸마저 희생시킨다. 타노스의 얼굴이 눈물로 뒤덮인다. 전장에 나가기 전 가족을 다 몰살했다는 장수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까. 타노스에겐 감정이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목적만이 남아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벤져스는 (당연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는다. 여기저기 휘젓고 부수며 이렇게 우리가 초인으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파이더 맨(톰 홀랜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컨버배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버키(세바스찬 스캔), 완다(엘리자베스 올슨), 비전(폴 베타니), 블랙 펜서(채드윅 보스만), 변신 못하는 헐크(마크 러팔로)까지. 죄다 덤비고 죄다 망한다. 당할 재간이 없다. 토르가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구하고 우주 대장간에서 망치를 업그레이드하는 동안 어벤져스는 처절하고 장렬하게 관을 짜고 있었다. 토르의 새 망치가 타노스의 몸을 관통할 때까지. 그렇게 지구는 찰나의 평화를 찾는다. 그럴 줄 알았다. 타노스가 수집한 보석의 신기능을 보여줄 때까지는.


그렇게 멸망한다. 사라진다. 돌아오지 않는다. 스타크가 꾸었던 악몽이 실현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딸까지 희생시킨 타노스에게 누구의 목숨도 앞을 막을 수 없었다. 어벤져스의 모든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한다.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총력을 기울였지만 장렬한 희생마저도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각오했던 일들이 무참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타노스는 목적을 달성한다. 홀로 남는다.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눈가를 적신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살랐건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허탈한 표정으로. 운 좋게 죽지 않은 자들이 재건을 꿈꾸겠지만 지금의 승리자는 타노스였다. 그는 외로운 자리를 거머쥐었고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죄다 연옥으로 보내버렸다. 어떤 전쟁은 희생조차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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