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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Jun 14. 2018

미드나잇 스페셜, 헤어지러 가는 길

제프 니콜스 감독. 미드나잇 스페셜






소년은 납치되어 뒷자리에 앉아있다. 앞자리엔 두 명의 피로한 표정의 두 남성이 앉아있다. 소년을 많은 이들이 쫓는다. 소년의 말을 그대로 옮겨 신도들에게 설파하던 사이비 단체 교주(샘 쉐퍼드), 그리고 FBI. 소년이 납치되었단 뉴스가 방송을 탄다. 모든 TV에 용의자의 얼굴이 노출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로이(마이클 섀넌), 같이 차에 탄 다른 남자는 로이의 친구 루카스(조엘 에저튼). 납치된 소년 알튼(제이든 리버허)은 그들을 경계 없이 따른다. 마치 몰래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는 이들처럼. 로이는 알튼의 아버지, 그들에겐 지금 시간이 없다.


주체할 수 없이 튀어나온 알튼의 말속엔 숫자가 섞여 있었다. 그 숫자는 핵 기밀 시설의 좌표, 국가 보안에 비상이 걸린다. 로이의 눈에서 뿜어 나오는 거대한 섬광, 마치 슈퍼맨의 초능력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알튼은 누구일까. 로이는 알튼을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알튼의 말과 섬광을 본 이들이 사이비 단체로 몰렸다. 눈앞의 증거 속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믿음을 헌납했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다시 교단에 세워 새로운 부흥을 노려야 했다. 그 탐욕 안에서 알튼은 납치가 아닌 구출된 것이었다. 아들을 향한 로이의 뜻이었을까. 아니 알튼에겐 다른 목적지가 있었다.


알튼은 침입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방인이었다. 지구인과 다른 성분, 다른 능력을 지닌 채 이곳과는 다른 세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정된 장소로 지정된 시간에 가야만 했다. 이를 위해 로이는 목숨을 건다. 아들이 원하는 일이니까, 아들이 원하는 일이 지구와의 이별이라면 그렇게 해줘야 했다. 서슴없이 경찰을 쏘려고 했고 아내(커스틴 던스트)의 걱정마저 애써 무시한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알튼은 죽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아닌 곳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로이는 눈앞에서 아들의 죽음을 목격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튼은 무장한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알튼을 부둥켜안은 채 차에서 내린다. 수풀을 지나 외딴곳에 도착한다. 순간 거대한 미래 도시의 레이어가 세상을 뒤덮는다. 알튼의 운명이 시작된 곳, 그리고 알튼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 평행 우주 속에서 여기가 아닌 곳, 생명이 빛으로 존재하는 곳.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알튼은 로이에게 모든 것을 말해준 걸까. 이곳에 당신의 아들로 온 이유와 당신이 다시 날 데려다줘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을까. 로이는 이성과 논리로 상황을 재단하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알튼은 유일한 전부였고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아들이었다. 혈육? 피가 섞였는가. 같은 성분의 피가 섞였다고 하면 다 설명이 되는가. 로이는 닥친 상황을 돌파했고 모든 에너지를 알튼을 보호하는데 쏟았다. 그렇게 둘은 이볋하는데 성공했다. 알튼이 원하고 로이(와 루카스)가 실행한 일. 이럴 때 사랑은 무조건 타자를 위한 일처럼 보인다. 로이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곳으로 아들을 멀리 보낼 필요 없겠지. 거대한 질문처럼 보였다.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믿음의 증거로 어디까지 실행할 수 있는가. 의지의 표현으로 어떤 희생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이성과 논리와 경험은 총알보다 해로운 장애물일 뿐이다. 그는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도 의심하지 않았고 마침내 아들과 이별하는 데 성공한다.


이삭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과는 다르겠지만, 이런 부성애는 너무 무섭다. 내겐 이별을 감당할 강함이 없다. 어떤 완벽한 이유가 있더라도 헤어지고 싶지 않다. 나 없이 괜찮을 수 있는 아이와 우리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 나의 무용함을 증명하기 위해 희생과 용기를 뿜어낼 자신이 없다.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선택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은 늘 존재할 것이다. 부모가 결정해야 할 때 나와 우리에게 기약할 수 없는 헤어짐은 선택지에 없을 것이다. 로이처럼 끝을 향해 운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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