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존재로 채운 대상을 향한 열렬한 경탄과 한없는 감동
아내가 일기를 보여줬다. 모두 잠든 후 펼쳤다. 도로시와의 눈물겨운 순간들이 사진처럼 적혀 있었다. 언제 자신을 찾을지 몰라 쫓기듯 휘갈긴 글씨체, 엄마로 살게 된 사람으로서 처음 겪는 사건, 감정, 아이의 말 한마디로 솟구치는 감격. 오로지 아내의 감정, 관점, 순간들이었다.
종종 예민한 개인에 대한 존중만 바라며 벼린 말들을 토해내는 나에 비해 아내는 비교불허의 성숙함과 인내, 지성과 판단력, 감각과 매너, 정신력과 결단력을 지닌 사람이다. 난 늘 결코 좁힐 수 없는 격을 실감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겨우 찾는 데에 급급하다. 미안함은 늘 늦다.
도로시보다 도로시에게 가까이에 있던 아내의 글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고 그 자리를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채운 대상을 향한 열렬한 경탄과 한없는 감동이 내내 서려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아내를 자신의 출처를 잊은 인간 이상의 존재로 의심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