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여왕이 부활한 날

브라이언 싱어 감독. 보헤미안 랩소디

음악이 세상을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 음악이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삶은 바꿨다는 점이다. 창조물에 가장 영향을 받는 대상은 역설적이게도 창조자이다. (색깔별로 곰젤리를 모두 모은 타노스가 아닌 이상) 만들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파로크 불사라는 자신의 태생을 부정하는 자였다. 프레디 머큐리가 된 순간, 그는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돌아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껍질을 깬다. 새로운 애벌레 새로운 번데기 새로운 나비로 거듭나려 쉼 없이 주변의 모든 틀을 부수려 고군분투한다. 툭 튀어나온 치아부터 종잡을 수 없는 무대 매너를 마주한 순간 사람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그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가 노래를 시작한 순간, 그들은 광신도가 된다. 프레디 머큐리를 숭배하기 시작한다. 락 역사를 뒤집은 신흥 종교 그룹, 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6분짜리 곡은 완성도를 위해 그동안 모든 관습을 깡그리 무시한 결과물이었다. 청취자의 취향을 사로잡는 암묵적 공식이 있다고 여기는 음악 관계자들에게 퀸의 신곡 보헤미안 랩소디(5분 55초)는 파격적이다 못해 이해불가의 영역이었다. 멤버 모두가 자신만만하게 들려주지만 EMI의 레이 포스터(마이크 마이어스)는 거절한다.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혁명과 관습의 대결이었다. 퀸은 영역을 창조한다. 새로운 영역에서 역사를 다시 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을 영국 여왕 이상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가는 곳마다 모두가 환호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그렇게 신이 된다.

신으로 등극한 이상, 성 정체성은 숨길 수 없는 만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성공을 함께 견인한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에게 결혼반지까지 건네던 프레디는 타고난 본성의 유혹을 저지하지 못한다. 그는 신을 흠모하는 남자 애인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고 술과 약, 환희에 취해 있었다.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어렵게 고백한 자리에서 아니 넌 게이야 라는 대답을 듣는다. Love of my life를 만들고 모두가 떼창 했지만 메리 오스틴의 뺨은 더이상 붉게 물들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언론들이 퀸의 신곡 대신 프레디의 남자 애인, 파티, 환각에 대해 다룬다. 퀸은 프레디 머큐리가 없어선 안될 밴드였지만 프레디 머큐리에 가려 점점 보이지 않는 밴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절정의 성공을 경험했지만, 멤버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마침 프레디 머큐리에게 거액의 솔로 앨범 제안이 들어오고 퀸은 거기서 끝난다. 함께해서 좋았지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여왕의 노래는 거기서 멈춘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도 꺼져가고 있었다. 에이즈 선고. 프레디 머큐리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삶을 붙잡고 공포에 떨며 휘청이고 있었다.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는 일생 단 한 번의 산소호흡기였다. 퀸보다 더 위대한 뮤지션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다. 프레디 머큐리는 무릎 꿇고 사정하며 재결성을 호소하고 라이브 에이드로 향하는 막차에 퀸의 이름을 올린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퀸 없이는 온전히 증명되기 힘든 삶이었다. 공연 당일, 수많은 밴드 중 하나에 불과했던 퀸은 무대를 성령 대부흥회로 만들어 버린다. 모두가 신도가 되어 성대를 터뜨리며 따라 부르고 혼연일체로 하얗게 불태워진다. 가장 오래 회자되는 밴드가 되었고 모두를 압도해버린 히어로가 돼버린다. 부활. 관 뚜껑에 못을 박은 줄 알았던 여왕이 무덤을 부수고 벌떡 일어난 날이었다. 영화에서도 가장 찬란하고 강렬한 장면이었다. 퀸을 숭배하던 이들에게도, 퀸을 모르던 이들에게도 라이브 에이드 무대의 재연은 명곡들과 함께 명징한 이미지로 기능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율이었다. Mama, just killed a man이라고 흐느끼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첫인상이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