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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Oct 26. 2018

서치, 딸의 SNS에 로그인한 아빠 이야기

아니쉬 차간티 감독. 서치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의 부재는 다른 부재로 파생된다. 책상 위 펜 한 자루만 없어져도 어색한 느낌을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데, 하물며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어떨까. 가족이, 사라진다면. 무엇이 더 사라질지 단숨에 가늠하기 힘들다. 가족의 모습, 가족의 목소리, 가족이 입던 옷과 즐겨 읽던 책, 가족이 듣던 음악과 자주 가던 장소, 즐겨보던 채널, 총체적인 부재로 일상은 균열을 일으킨다.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거실의 공기마저 낯설어진다. 식탁의 빈 의자, 남는 밥공기와 수저, 젓기락, 물컵, 칫솔, 수건의 개수. 아내가 사라졌다. 아내(사라 손)와 연결된 모든 것과 같이.


사라진 대상 중엔 딸 마고(미셸 라)도 있었다. 데이빗(존 조)의 남은 가족. 마고가 사라진 후 데이빗은 회상한다. 편집된 회상 속에서 마고와 데이빗은 위태롭게 연결되어 있다. 엄마를 잃은 딸과 아내를 잃은 남자 사이에는 길고 무거운 침묵과 짧고 어색한 대화만이 부유한다. 같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고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는다. 남은 자들은 이 거대한 공감대를 한자리에 올려놓지 못한다. 사진 속 세상 행복했던 가족은 사진 밖에서 이산가족처럼 흩어진다. 데이빗은 그제야 놓치고 지낸 것들을 상기한다. 마고에게 필요했던 것은 엄마의 부활이 아닌 엄마의 부재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유일한 사람, 바로 자신이었음을.


마고의 자취를 뒤져야 했다. 디지털 기술이 만든 가장 확실한 빵조각(*헨젤과 그레텔), SNS 계정으로 접속한다. 마고가 알고 보니 마약 딜러였고 멕시코 조직에게 납치되어 생명의 위협을 감지한 데이빗이 예전 직장인 특수부대원으로 돌아와 모두를 처단하고 마고를 구하는 일은 없었다. 경로는 끊겨 있었고 차량은 수장되어 있었으며 핏자국이 남았고 의문의 메시지 대화가 가득했다. 데이빗은 잠과 밤을 잊고 서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담당 형사(데브라 메싱)가 배정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마고의 실종은 기정사실을 넘어 큰 사건으로 확대된다.  


심지어 마고를 죽이고 자살한 사람의 영상까지 등장한다. 사람들은 실종자의 생사 유무보다 사건 진행의 자극을 즐겼고 조회수가 치솟기를 바라며 거짓 눈물과 얄팍한 동정의 덧글로 인터넷을 도배한다. 실종은 게임이 된다. 그리고 최초의 플레이어인 데이빗은 예정된 장례식을 앞두고도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마고처럼 사라질 수 없듯이, 사라진 모두가 마고처럼 운이 좋진 못할 것이다. 흩어진 조각이 새롭게 그림을 맞춘다. 세 사람이었던 가족은 이제 두 사람으로 남은 생을 채워야 한다. 부재는 흔적을 남기지만 부재의 흔적이 남아서 새로운 완전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의 생이 이어져야 한다. 서치는 그 조각을 이어 붙여지는 과정에 대한 (구글이 만든) 동화 같았다. 사람은 떠나도 디지털 기록은 남는다. 인터넷은 도구가 아닌 세계가 되었다. 죽어서도 아무도 떠나지 못하는 세계. 그곳엔 그리움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뭔가를 그리워하는지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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