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의 위치가 바뀌었다.
카피라이터 인턴을 구하기로 했다.
채용공고를 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가 도착했다.
보스와 논의해 인터뷰 대상자에게 연락했다.
다른 날.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그들 중 일부는 나와 일할 가능성이 높았다.
예상 질문지를 만들었다.
한 명 한 명
이력, 자기소개, 포폴을 살폈다.
가볍게 마실 음료수를 준비하고
인터뷰 공간을 미리 정리하고
질문을 다듬었다.
인터뷰는 보스가 리드했다.
나는 지원자들이 도착 전 연락을 받고
인터뷰 공간으로 안내 후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저런 표정이었겠구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제대로 대답하고 싶은 마음.
자신이 가진 것과
질문에 맞는 답이 맞지 않았을 때의 당혹감.
자신의 관련된 이력이 있음에도
막상 떠오르지 않았을 때의 답답함.
내가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 걸까에 대해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망설임.
스스로의 긴장을 풀기 위해
느닷없이 나오는 TMI.
등등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이에
속마음을 알길 없어
원하는 질문을 건넬 수 없었고
원하는 답변을 말할 수 없었다.
보스는
일부 지원자들의 망설임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진로상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전혀 준비하지 않아도
이미 갖추고 있는 것들.
답은 정해져 있어도
답의 바깥에서
특이점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그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뒤돌아서서 다시 직장으로
다시 집으로 다른 약속 장소로 향하며
한숨을 내쉬었을
어떤 대답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만난다면
들어볼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들 중 대다수를 다시 만나
그때의 못한 말들을 다시 들을 기회란
희박할 테니까.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질문은 나도 없었고
질문하는 자들과 대답하는 자의 케미가 폭발해
하이파이브를 할만한 순간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번 20분은
미래의 20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를
자신에게 주는 기회이자
타의에 의해 마련된 자리.
잘한 대답이든 못한 대답이든
어떤 감정과 수긍이 오갔든
더해져 결과가 된다.
너무 튀어나와 덜컥 뽑아
화분갈이를 한 후 키우고 싶은
강철로 만든 장미 같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런 인물이 조직의 가장 말단으로
지원할 일은 적을 것이다.
나도 그런 자가 되지도 될 수도 없었고,
내게도 처음이었다.
이렇게 다수의 인원을 일정 기간 만나
카피라이터의 시작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한 게.
내가 이들처럼
사회생활 초입에 선 지원자였을 때
좋은 인상을 준 면접관들이 있었나
짚어보기도 했다.
나는 그랬나. 아니
어쩌면 메인 면접관 옆에 앉아
괜히 책과 잡지, 작가에 대해 묻던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야 했다.
적확한 역량의 파악을 위해
테스트가 필요하기도 했다.
문장과 단어에 요구되는
정확한 태도.
한 줄도
흘려보지 않았다.
그렇게 좁혀졌다.
이제 곧 온다.
새로운 카피라이터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