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순간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한날한시. 나는 너와 너를 만나기로 했다. 나는 먼저 도착했고 한참 후 너가 도착했고 더 한참 후 너가 도착했다. 마침내 우리는 셋이 되었고 반가워했다. 길을 걷고 장소를 정하고 그곳에 들어가 주문하고 먹고 마셨다. 나의 뉴스를 너희는 축하해줬다. 기쁘고 즐거웠다. 우리는 한때 같은 곳에서 같이 일했다. 우리는 한때 같이 고통받고 같이 누군가를 저주하고 같이 점심 저녁을 먹고 같이 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한때 같은 곳에서 같이 기쁘고 같이 즐겁고 그러다 어느 날 해체되었다. 더 이상 같은 곳에서 일하지 않았다. 대화도 점심 저녁도 기쁨과 슬픔도 공유되지 못했다. 우리는 해체되어 각자가 속한 건물과 공간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서로가 모르는 서로와 밥을 먹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한날한시 나는 너와 너를 불러 만나기로 한 것이다. 나는 몰랐다. 나, 너, 너가 아니라 나와 너희였다는 것을. 너와 너는 내가 모르고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언젠가부터 새로운 우리가 되었다는 것을. (너와 너는) 사랑에 빠지기로 작정한 새로운 우리가 되었다는 것을. 너와 너는 너희가 되어 나를 만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고 알아챈 순간도 충격과 혼란, 현기증과 몽환, 비현실과 내적 울림, 뒤섞인 기억과 내가 혹시 했을지 모를 (너와 너 중 누구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상처 입힐지 모를) 실언에 대한 가능성으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너와 너가 사랑을 시작해 나에게 말하고 있다니. 나와 너희가 되었구나. 너희는 연애를 시작했구나. 연애를 시작한 후 이렇게 나를 만났구나.
P.S.
인류를 대표해
세상 제일 축하해.
우주 최고 아름다운 사랑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