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등원일

2019년 12월 26일

by Glenn






오늘 도로시 올해 마지막 등원일. 어린이집을 안 다녀서, 첫 공교육시설(유치원)을 보내는 게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았다. 첫 두 달은 아내의 선생님 면담과 나의 원장 전화가 바삐 오갔다. 유치원 활동 사진엔 아이의 어색한 표정이 가득했다. 선생님과 시설 모두 야속했다. 옮길 시도도 많이 했었다.

점점 도로시의 친구 이야기와 아내의 가까워진 엄마들 이야기가 늘어갔다. 집과 달라 안 먹던 점심도 다 비운다고 했다. 담당 선생님도 담당 원생의 가파른 변화에 성취감을 느끼는 듯했다. 학부모 참관 수업에 빠지지 않았고, 종종 같이 등원하며 아이 기분을 같이 느끼려 했다.

나와 아내는 유치원에서 보내주는 식단, 일정, 안내문, 프로그램 상세 내용을 빠짐없이 챙기려 노력했다. 특히 아낸 매일 가방을 싸고 데려다주며 아이의 모든 시간과 컨디션을 체크했다. 감기가 잦아 빠지는 날도 잦았다. 감기약을 안 먹은 날이 더 적었다. 사진 속 도로시는 점점 여유로워졌다.

만들기, 그림, 편지를 집으로 들고 와 퇴근 후 내게 자랑할 때 눈물이 솟을 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집과 다른 공간에서 홀로 겪었을 고립감과 외로움, 낯섦과 공포가 얼마나 깊고 한없었을지 안쓰러웠는데. 목소리와 웃음이 커지고 배워온 춤과 노래와 친구 이름은 많아졌다.

평일 매일 반복되는 사회생활의 지겨움과 피로감. 도로시는 가끔 등원을 귀찮아하며 칭얼거리기도 했다. 말이 늘면서 "피곤해서 오늘 안 가고 싶네"라는 말도 적잖이 했다. 나도 출근 안 하고 같이 놀고 싶은 아침이 너무 많았다. 점점 도로시는 자기 세계와 우리 세계의 차이를 인지하는 듯했다.

"오늘 하루 어땠어? 재밌는 일 있었어?" 라는 질문에도 초반과 달리 딱히 길게 끌만할 답을 하지 않았다. 매일 보는 사람들, 관계들, 활동들, 농장에서 고구마 캐기 할 때 표정이 제일 밝았다. 그날 도로시는 모든 에너지를 쏟고 뻗었고 캐온 고구마는 크고 맛있었다.

요즘 도로시는 종종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갑자기 우리에게 가르쳐 주곤 한다. 언어와 표현, 의견과 주장이 많이 늘었다. 내년 여섯 살. 올해 모든 행복한 순간에 도로시가 있었다. 올해 모든 행복한 웃음은 도로시였다. 우리의 새로운 세계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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