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박인제 감독. 킹덤 시즌2
목숨 잃는 게 별거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끊임없는 극한의 단련을 통해 만인을 위한 희생을 각오한 삶이라도 살점을 물어뜯는 죽음 앞에서는 움찔, 아니 경련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병에 걸린 자들이 전력을 다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인간의 피와 살점을 향한 굶주림을 채우는 것. 의지는 없었다. 그들은 숙주였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살육의 본능을 채우는 게 전부였다. 눈 앞의 살아있는 인간 전부를 죽이는 게 전부였다.
서자이자 세자 창(주지훈)은 단 한치의 변수도 허용하지 않았다. 백성을 지키고 수하들을 이끄는 그의 지위는 흔들린 적 없었다. 흔들린 건 주변이었다. 창을 섬기는 가장 가까운 자들부터 소멸하고 있었다. 그들은 창을 올곧음을 위해, 그걸 유일한 희망이라 여기며 자신들을 불 속의 장작으로 내던진다. 그들의 의로운 선택애 의해 창의 지위와 정의가 지켜질 수 있었다. 애도와 감상에 빠질 여력조차 없었다. 조선은 도성 안과 궁 안의 역병으로 인해 멸망하고 있었다. 세자가 왕을 죽여야 했고 가장 위대한 장수(허준호)가 스스로 역병의 숙주가 되었으며 수하들 역시 무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이른 죽음을 택하고 있었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아군이 줄어들고 있었다.
중전을 폐위시켜야 혼란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었다. 중전(김혜준)은 목적을 위해 모든 희생을 명하는 자였다. 산모와 아기를 닥치는 대로 죽이고 아비(류승룡)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자였다. 중전은 원하는 걸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빼앗기느니 기꺼이 죽음을 택한다. 역병의 숙주가 되는 걸 선택한다. 애초 욕망의 방향이 완전히 다른 자였다. 창은 세상의 끝에서 모두를 잃은 채 다시 끝까지 내몰린다. 거기서 물어뜯겨 최후를 맞는다. 빙판 밑으로 수장된다. 그리고 침례라도 받은 듯, 다시 부상한다. 숨을 내쉰다.
모든 대립의 절정에서 창은 자신의 영원한 경쟁자가 될 아기와 마주한다. 이 아기를 죽인다면 조선의 새 임금 자리는 창의 것이었다. 정략적으로 마땅히 그래야 했다. 창은 거기서 이야기를 맺지 않는다. 어려운 길로 돌아간다. 그 어려운 길을 통해 역병의 시작과 끝을 탐문한다. 시체를 태우는 불이 꺼지지 않을 만큼 수많은 희생을 통해 평화가 찾아왔지만 창과 무리들은 알고 있었다. 끝난 건 아무것도 없음을. 평화는 착시라는 것을.
재앙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조선땅의 모든 곳을 뒤적거린다. 이건 5년 10년이 아닌 500년 100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싸움이었다. 창과 무리들은 동시대의 참극을 다음 세대로 잇지 않기 위해서 권력의 허망함에 눈멀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진다. 숨겨졌던 자연 속에서 인간이 기어이 끌어낸 재앙이기에 다시 인간의 손으로 매듭을 지어야 했다. 끝이 올까. 끝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역병이든 인간이든 어느 한쪽이 어느 한쪽 모두의 목을 완전히 따는 일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