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535_479z-hM
어떤 이야기는 마법처럼 빠져든다.
하얀 면티 위에 흔들리는 십자가
A Diesel Film
눈썹을 다듬는 젊고 아름다운 얼굴
그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
FRANCESCA
혓바닥에 놓이는 알약
긴 머리를 묶고 말없이 거울을 응시한다
남성기의 윤곽이 드러나는 언더웨어
그 위를 감싸며 채워지는 진의 단추
빠르게 입는 화려한 후드 상의
착석하는 대학 강의실
이름을 적는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
펜으로 그린 검은 십자가와 장미,
긴 머리 천사들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목의 울대를 긴 손가락으로 문질러 본다
알약을 먹는다
레이저로 스킨케어를 받는다
머리까지 담근 욕조에서 불쑥 나온다,
짙어진 머리색
긴 정강이를 훑어 올라가며 제모하는 면도기
샤워타월로 힙과 가슴을 가린다,
찰랑이는 긴 머리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올린다
거울을 응시하며 립스틱을 입술로 가져간다
검정 브래지어를 채운다
검정 언더웨어 위로 진을 올려 입는다
거울에 비친 전신을 응시하다가
침대 위에서 날아갈 듯 헤드뱅잉을 한다
어둠과 빛이 어지럽게 오가는 클럽씬
헤드뱅잉이 이어지고 어둠과 조명 속에서
화려한 액세서리가 귀, 목,
팔뚝에 채워져 빛난다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좌변기에 앉아 휴대폰을 한다
클럽 화장실 거울 앞에서 외모를 다듬는다
같은 포즈의 수많은 여성들과 함께
뿌연 거울을 문지르고 알약을 입에 넣는다
샤워타월을 두르고 긴 머리를 매만진다
대학교. 친구와 팔짱을 끼고
웃으며 계단을 내려온다
강의실. 누군가 멀리서
조롱하는 표정을 던진다. 굳는 얼굴
클럽 조명을 받으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커다란 십자가가 그려진
성경책 위로 알약이 떨어진다
웃으며 알약을 삼킨다
생일파티. 후하고 촛불을 분다
엄마가 이마에 입맞춤한다
여권 신청서에 이름을 적는다. FRANCESCA
성별 표기란에 F에 체크한다
포토박스. 사진을 찍는데 친구가 난입한다
신나고 즐거운 포토타임, 빛이 얼굴을 뒤덮는다
긴 머리가 양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여권사진 완성
마주한 엄마가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야기한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어느 건물을 향해
경쾌하게 걸어가는 뒷모습,
재킷과 팬츠 모두 진
십자가가 걸려있는 방과 하얀 시트의 침대
털썩 앉자마자 누군가 노크한다
문을 열어주고 바지를 벗어 의자에 턱 걸친다
성당의 긴 통로, 빠른 발걸음
성경책을 양팔로 끌어안고
하얀 머리 수건을 긴 머리카락처럼 찰랑거리며
환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수녀
수많은 수녀들이 주변을 에워싸며
축하와 환영의 메시지를 보낸다
DIESEL
FOR SUCCESSFUL LIVING
결과로만 보면, 수녀가 되기 위해 트랜스젠더를 선택한 인간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바뀌려는 노력의 모든 과정을 즐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친구와 가족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사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언더웨어, 재킷, 팬츠까지 온통 디젤 진으로 휘감으며 살다가 수녀복으로 갈아입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흔들리는 십자가 목걸이로 시작해 성당의 수녀들과 함께 끝나는 이야기.
세상의 모든 길은 힘들고 타인의 선택으로 방향이 정해지는 길은 더 힘들다. 방식, 과정, 반응이 무엇이든 진정 원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모두에게 동일한 울림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설정을 담은 이야기와 영상은 갇힌 일상과 묶인 사고의 벽에 새로운 창문을 그려 넣어준다. 다른 색의 공기를 유입시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당신이 현재 누구이든, 새로운 자신을 꿈꾼다면 그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최면을 건다. 심지와 불을 찾는 길 잃은 자들에게 갈겨쓴 매뉴얼이 되어준다. 디젤의 수많은 캠페인들을 좋아하지만 이번 캠페인은 더 오래 기억되고 회자될 것이다. 다수의 예상과 기대 안에서 진행되는 정확한 좌표의 인생 대신 불안과 혼돈을 끌어안더라도 기어이 내 것일 수밖에 없는 곳으로 자신을 데려가라고, 이번 디젤 캠페인 Francesca. A Diesel film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