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은 내가 안 해놓고 브런치 탓을 하다니. 분노에는 대상이 필요한 법. 그나저나 무슨 글이었길래 보여줄 필요가 없었을까. 침잠이라는 표현으로 엄청나게 우울했던 글이었음을 추정할 뿐이다.
안 그래도 우울하고 절망스러운데 브런치 글까지 날려먹다니. 과거의 나, 안쓰럽다. 셀프 토닥토닥.
며칠 전에도 날려먹은 적이 있다. Ctrl+S는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솟아나는 글감에 몰입되다 보면 자주 잊어버린다. 어떤 논리에 의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서 내가 무엇을 적었는지 다시 생각해내기란 매우 어렵다. 글로 쏟아냈다고 생각하고 RAM 정리하듯 휘발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차가운 바람에 감각을 집중하는 것. 나에 대한 과한 몰입에 환기를 주는 것이었으리라. 오늘의 나도 이런 차가운 바람이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무가치함이 너무나도 건조하게 다가온다. 건조해서 오히려 무섭다. 환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날려먹은 브런치 글처럼 기억할 필요 없는 것들은 싹 날아가고 개운한 기분만 남았으면 좋겠다. 척박한 내 마음이 아침이슬로 조금은 젖어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애써 쓴 글 날려먹는 일 따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