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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y 09. 2022

5월의 바다가 그립다

바다는 감정의 소화제

작년 5월 휴가는 남해로 다녀왔다. 사진은 당시 4살이었던 딸이 해양생물들을 구조했다며 모아둔 조개더미이다. 그날의 날씨와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낀 여유가 사진에서 되살아난다.


사람 없는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선명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 여벌 옷으로 갈아입히고 마음껏 뛰어놀게 해 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을 느끼는 것.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해풍이 옷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는 일.


5월은 선선하기도 하고 뜨겁기도 하며 춥기도 하다가 흐리기도 하고 맑기도 하다. 이제 슬슬 송화가루가 잠잠해지고 있다. 5월의 공기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




이 구도에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서 가지런히 옆에 두고 모래 위에 풀썩 앉아있는 30대 여성을 넣을 것이다. 셔츠를 입고 있고 소매는 두어 번 접었다. 머리는 대충 묶었지만 자연스럽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혼자 있는 듯했는데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다. 일행이다. 친구로 보이는 다른 여자가 물에 발을 담고 철퍼덕 거리며 발장난을 하고 있다. 파도에 맞춰서 걷어올린 바지가 젖지 않을 정도만 들어갔다 도망쳤다를 반복한다.


앉아있는 여자는 최근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 퇴사일 수도 이별일 수도 있다. 그런 여자를 친구가 바다로 데려온 것이다. 앉아있는 여자는 바다를 보며 해풍을 맞으며 감정을 소화시키고 있다. 바다는 감정의 소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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