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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y 10. 2022

포근히 꾸벅꾸벅

제주도 백패커스 라운지, 평대 홀라인

(장문의 백패킹 글을 날려먹은 적이 있어 이번엔 날리지 않기를...)


코로나 발발의 해, 11월에 훌쩍 제주도로 백패킹을 떠났다.  유튜브 사랑애 채널과 언니네 영상관 채널은 나를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백패킹은 처음인 나, 무작정 3대 성지(선자영, 비양도, 굴업도) 중에 하나인 제주도 안의 우도 안의 비양도로 갔다.


사진은 백패킹 다음 날, 평대 홀라인 2층 라운지에서 찍었다. 여기는 백패킹 용품을 팔기도 하면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예약을 받고 샤워 후에는 음료 한잔과 2층 라운지에서 쉴 수 있게 되어있다. 아무리 낭만 있는 백팩킹이라도 쪄들어 있는 몸뚱이 깨끗이 씻고 낮잠 자는 게 그야말로 짜릿한 일.


첫 백패킹이라 장비에도 익숙치 않고, 전날 제주의 바람 덕분에 잠을 잘 못 잤다. 유자차를 받아 들고 2층으로 올라오니 하와이안풍의 조용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푹신한 릴랙스 체어와 드러누울 수 있는 침상까지. 거기다 바다까지 보이는 뷰라니.


여기서의 휴식은 마치 꿀단지에 그냥 손가락을 넣어 마구 퍼먹는 농도로 달콤했다. 쉬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설렜다.


다시 한번 가 볼 기회가 있을까?




이 구도에는 휴식을 취하는 나를 넣는다. 달콤한 유자차에 책 한 권 들고 바다를 응시하기도 했다가 책을 보기도 했다가, 잔을 홀짝이기도 했다가.


이 공간은 나만의 공간. 누구도 올 수 없다. 시끄러운 1층에서 일상을 연명하다가 도망치는 곳이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아무 걱정거리 없이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곳.


체어에서 그대로 꾸벅꾸벅 졸다가 책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출발, 사진 속으로" 매거진은 사실 영상 촬영을 염두에 두고 이런 구도에서 어떤 상황에 어떤 인물이 무엇을 행동하는지 끄적여보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다양한 상상이 들지는 않았다. 내가 직접 찍어 담아둔 생각에 대입하는 것은 주로 나를 투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가상의 상황이다.


그런데 차곡차곡 글 하나를 쓸 때마다 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나의 모습이 비치는지를 자각한다. 나를 알아가는,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사진 속 분위기와 온도, 냄새, 바람. 그런 것을 내가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다시 그때로 글쓰기라는 포털을 통과하여 들어가는 기분이다.


앞으로도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사진을 찍겠지. 그 순간들을 추억하며 하루를 인내할 힘을 또 얻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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