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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y 15. 2022

사실 내 마음은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있지만


5월의 정중앙. 덕수궁에 다녀왔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청명한 날씨. 집에 있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날씨가 지나가 버릴까 봐.


우리나라의 궁들이 다들 그렇지만, 특히 덕수궁은 빌딩 숲 안에 또 다른 숲처럼 꾸며져 있다. 그래서 더 도심 한가운데에서 부려서는 안 될 여유를 즐기는 것 같이 대비를 더해준다.


플라자호텔과 시청, 그리고 덕수궁은 정말로 사실은 어울리지 않는다. 미래 건물 같은 시청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호텔. 그 옆에 혼자 고즈넉하고 혼자 해맑은 덕수궁. 게다가 덕수궁 안에 더 이질적인 석조전까지. 부조화의 끝판왕이다.


콘크리트들에 둘러싸여, 그 안에 또 콘크리트를 품고 있는 이 고급 옛집은 무슨 마음일까? 이 부조화 속에서도 천연덕스럽게 해맑은 이 옛집. 나는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게 바로 부조화의 정점이랄까. 나를 무의식적으로 덕수궁에 이입하게 된다. 덕수궁처럼 되고 싶어서


사실 내 마음도 덕수궁 같다.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내가 꿈꿔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한복판에 서있는 거다. 그래도 꿋꿋이 꾸역꾸역 잘 지내보려 한다. 어떻게든 그 속에서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애써 어필하면서.


덕수궁처럼 되고 싶다. 콘크리트들 한가운데 있지만,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해맑게 웃고 싶다. 해맑게 웃어도 아무도 눈치 없다고 욕하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다. 여기서만큼은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가 되고 싶다.


감히 덕수궁이 부러워서. 그렇게 되고 싶어서. 칭얼칭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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