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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Jun 15. 2022

순돌이의 추억

드론 자격증을 따기까지: 초경량 비행장치 무인 멀티콥터 조종자


때는 2021년. 갑자기 기회가 와서 군중형 차량 면허증을 속성으로 준비해서 따게 되었다.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한 나날들이었는데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연습하고 성취를 이뤄내니 그렇게 짜릿할 수가. 나는 애칭 두돈반과 한국형 험비를 몰 수 있는 면허증을 딴 것이다.




이후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드론 자격증 바람이 불었다. 같이 손잡고 가면 할인을 해 준다더라는. 중형차량 면허증 때와 같은 신체와 오감을 사용하며 내 지갑에 면허증 카드 하나 더 생기는 상상을 하니 내 두 귀가 팔랑 펄럭였고 바로 학원 연락처를 따서 등록했다. 면허증 딸 때까지 풀케어로 140만 원.


운전면허증같이 1종부터 4종까지로 나뉘는데, "내가 두돈반도 모는데 무조건 1종이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지 않겠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종 기체가 무지하게 컸다. 의미상 최대 이륙중량 25kg 이상 자체중량 150kg이하기 때문이다. 시험은 제일 낮은 조건을 넘기는 최대 이륙중량 25kg 이상으로 준비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관리직을 1년 넘게 해서 눈에 보이는 성과에 엄청 목말라있었던 것 같다.




첫날은 시뮬레이터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본적인 조종기 명칭과 역할을 배우고 바로 모니터 속의 헬기를 제자리에 띄워보는 것을 했다. 5천대는 족히 부수었을 거다. 뜨면 처박고, 뜨면 꼬라박고. 시뮬레이터라 다행이다. 생각보다 미세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체감상 0.1mm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되나.


두 번째 날부터는 야외 비행장에서 실제 드론을 날려서 연습해야 했다. 이대로 나가도 괜찮은 건가! 드론 부숴먹는 것 아닌가!




우선 시험을 칠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등록하자마자 가장 빠른 필기시험일에 먼저 접수하고 실기 비행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는 자습했다.


필기시험은 항공법규, 비행원리, 항공기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규야 외우면 되는데 비행원리와 기상은 고등학교 때 배운 물리와 지구과학의 추억을 많이 끄집어내었다.


딱히 비법이랄 건 없었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기출문제집을 다 풀어보았다. 문제 풀고 채점하고 뭐가 맞고 틀린 지 스캔하는 과정을 속성으로 했다. CBT로 진행되는 시험 70점 이상만 되면 되니까 하고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필기 떨어지면 또 쳐야 된다는 부담감이 좀 있었다.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다.




두 번째 수업 날부터 운전면허 기능시험과 같은 일정한 코스를 한 단계 한 단계 배워나갔다. 처음 기체를 점검하는 일부터. 생각보다 육중한 기체에 놀랐다. 기체 이름은 순돌이. 육중하지만 간단하게 생긴 기체와 컨트롤이 잘 되도록 기원하는 이름이 아닐까.


5월에 시작해서 9월 9일에 자격증을 땄는데 그 사이에 연습을 하러 매주 주말을 할애했다.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 몰입하는 그 시간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특히 야외에서 날씨의 영향을 받는 활동을 한다는 것은 즉 좋은 날씨와 함께한다는 것. 나를 잊고 순돌이와 날씨로 나를 채우면 그만큼 힐링되는 것도 또 없다. 순돌이는 이름도 순딩 순딩하지만 순돌이와 만나는 날은 무조건 탁 트인 날씨를 즐기는 날이다.



대망의 실기시험 보는 날. 생각보다 날씨가 우중충했다. 긴장 안 할 줄 알았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구술문제에도 제대로 대답을 못할 뻔했다. 처음 구령도 빼먹을 뻔했다. 큰일 날 뻔했다. 계속 뻔뻔뻔했다. 가장 자신 없는 원주 비행을 하는데 손이 정말 덜덜덜 떨렸고 순돌이도 덜덜덜 떨면서 뱅그리 그리그 르 돌았다. 심지어 손에 땀까지 나는 사태 발생. 착륙도 애매모호하게 패드를 한 발이 튀어나간 채로 착지.


다행히도 합격했다. 후들후들했다.




순돌이와의 추억. 나를 몰입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녀석. 거기다 성취감까지. 순돌아 고맙다. 순돌아 부서지지 말고. 프롭 모터 6개 랜딩기어 gps 다들 만수무강했으면 좋겠어.


드론을 보면 항상 네 생각이 날 거야..


고마워 순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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