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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Apr 24. 2022

왜 그리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는가? 나중에는?

내 글쓰기에 대한 중간점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6개월이 조금 안 되었다. 이번 글 까지 30개의 글을 발행했고 조회수는 1,360여 회가 되었다. 주로 정신건강의학과와 정신분석 상담 간 있었던 소재를 글로 한 "치료의 언어들" 매거진 위주로 글을 썼다. "치료의 언어들"은 21개 정도 발행했다. 나머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가상의 이야기들인 "캐릭터 부자"와 글쓰기 습관과 소재 발굴을 위한 "안되면 쓰게 하라"가 있다.


애초에 어떤 특수한 청자를 두고 쓴 글이 아니고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서 주로 글을 썼다. 쓰다 보니 주 3회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신체건강이 향상되듯, 글쓰기가 정신건강에도 매우 유익함을 스스로 발견했고 이에 무엇이든 일단 써 보자는 것이 지금 내 다짐이다.


6개월 전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35여 권 정도 읽었다. 그 전에도 종종 책을 읽고 읽은 책의 제목 정도를 기록해놓기는 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서평을 따로 남기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읽지는 않고 순전히 즐거워서 읽은 책들이다. 책의 내용을 전략적으로 하나하나 소화한다기보다는 차곡차곡 무의식 속에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6개월 동안 영화 약 20편, 연극 3편을 감상하고 제목 정도만 남겨두었다. 


책이나 영화, 연극 모두 향유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너무 좋아서 반복적으로 그 즐거움을 찾게 된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정말 그 즐거움들을 통해 순간순간의 내 스트레스를 날리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것이다. 만들어진 작품들 속에서 즐거움을 얻다 보니 그 즐거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다. 이 생각은 최근에 든 생각은 아니다. 중학교 때,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영화들을 보고 난 후 감명을 받아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최근에 이 희망을 다시 꺼내보았을 때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영화 시나리오라든지, 에세이라든지, 소설이라든지 무엇이든 창작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에는 글을 쓰고 있는 한 선배이자 스승, 지인의 영향이 컸다. 선망의 대상으로 작가를 신청했다. 작가에 선정되고 나니 나 따위를 작가로 인정해준 브런치에게 부채감으로 글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글을 올리고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으면 친절하게도 글을 써보라며 압박을 준 브런치 덕분도 있다. 첫 4개월 동안은 브런치 작가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브런치에는 주로 나의 극단적인 심리상태를 묘사한 글이 많았기 때문에 선뜻 주변 지인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곧 주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명제를 받아들이고, 브런치 작가임을 조금씩 알리게 되는데, 그 이유는 계속 글을 쓰고 싶기에 그 원동력을 얻고 싶었고,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는 창작의 진로에 대해 어떤 실마리를 얻을까 싶어서다. 


아주 극소수의 지인들은 정식 출판을 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을 한 사람도 있고, 본업을 겸하며 직무에 관한 전문 서적을 낸 사람도 있으며, 휴직을 하는 동안 독립출판을 한 사람도 있었다. 또 요즘 브런치에서 밀고 있는 POD 출판도 내 이목을 끌었다. 매거진에 30개 이상 글을 발행하면 POD 출판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내가 POD 출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 책장에 기념으로 한두권 출판될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 번 해보고 싶다. 나에게 엄청난 예술적 자질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기에 내가 상상하는 그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저장하고 노출시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내가 출판까지 넘보는 것은 참 무모하다고도 보인다. 그래도, 그냥 글을 쓰고 창작을 하고 싶은 것처럼, 그냥, 출판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냥 그렇다. 


"치료의 언어들" 매거진이 그나마 발행 수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아주 오랫동안 정제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선뜻 만들어내기엔 위험한 내용과 주제다. 아직 내 질병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캐릭터 부자"에서 만들어낸 것들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차선책이다. 그런데 2번 써보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의 이야기를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2번 만에 깨달았다. 그렇다면 "안되면 쓰게 하라"는? 이건 뭐, 그냥 두서없이 하는 이야기라 통계적 패턴을 찾아내는 일처럼 어떤 주제가 있는 유의미한 맥락을 끌어내기엔 또 한참 시간이 걸릴 듯하다. 


우선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는 조회수 1만 회를 달성하는 것이다. 하나의 글을 발행하면 보통 일시적 조회수가 10이고, 조금 '어그로'를 끄는 글은 잘하면 30~40회를 기록한다. 그리고 무슨 알고리즘인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조회수가 올라가는 글도 있다. 브런치 알고리즘이 따로 있다고 해도 이 통계적 수치를 관찰하고 참고하는 정도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만 회를 달성하려면 현재의 추세로는 183개의 글을 더 써야 하고, 한 달에 20개를 쓴다고 가정할 때 9개월이 걸린다. 탄력을 받는다고 하면 2022년 안에 달성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주의할 것이 있다. 읽히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다고 해도, 지금 나의 목표는 내가 어떤 글을 잘 쓰고, 어떤 글을 쓰는 경향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사실 조회수 1만이 되기 전에 나가떨어질 수도 있고, 한 달에 20번이라는 횟수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조회수 1만이 되어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걱정은 지금 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겠지만, 즐거움 자체로 계속할 것 같다. 


지금 임경선 작가의 '자유로울 것'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있는 중이다. 에세이기 때문에 신변잡기적인 소재를 가지고 한 편의 글로 엮어낸 글이 많다. 큰 주제를 관통하기보다는, 매일매일의 노력이 반영된 글이라고 느껴진다. 꾸준히 써내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하루에 얼마간은 내 즐거움을 쌓기 위해 글쓰기를 할 것이다. 내가 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쁨. 내가 사는 시간들과, 소음처럼 느껴지는 종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사라져 버리지 않고 기록되는 이 기쁨. 무엇이든 일단 써본다. 계속 써 본다. 쓰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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