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쌤, 저 자퇴하고 싶어요. 애들이 괴롭혀요"
"쌤 전 학교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자퇴하고 싶어요"
"여자애들이 모여서 저 투명인간 취급해요"
내가 만난 아이들 중 '자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올 때는 고등학교 때이다.
사람을 아니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공부보다 사람이 좋고 주인공이 되고 싶은 여자아이다.
그러다보니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어울리기 힘들 때가 있다.
일명 남미새라고 불리기도 하고, 이쁜 척한다고 여자아이들이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수학여행을 가는 날.
아이는 울면서 전화가 왔다.
"저 쌤 집에 가도 되요? "
울먹이는 소리라 들어오라고 했다.
"내일 수학여행 가는데요... 버스에서 자리 앉는 것도 저랑 앉으려는 애가 없어요"
"....."
" 같은 방으로 배정 받은 애들이 꼽주고 지나가며 저 투명인간으로 봐요"
"학교...이거 안다니면 안되요?"
"음....그러게...."
그런데 내가 아는 한 이 아이는 친구들과 노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
그런 아이가 자퇴해서 검정고시를 해야한다면 아마 더 울 일이 많을 거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어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성격도 타고 나고 친구들끼리 일어나는 일도 아이가 경험하고 깨달아야 하는 일이니깐.
그렇다고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이 잘한다는 건 아니다.
단지 그 모든 일을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란 생각이다.
언젠간 넘어야 할 산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가보자. 당장 내일인데, 너 엄마한테 말도 못했다며"
"가서 정 심심하면 쌤한테 전화해, 언제 하든 받을께"
".....네"
다음 날 이 일을 잊고 다른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즈음에서야 전화가 울렸다.
"쌤.....전데요....."
울먹이는 아이 목소리다.
'나쁜 것들! 거기까지 가서 그러나...'
"방에 갔는데요, 저랑 밥 먹는 애들도 없구요 버스에서도 옆에 앉은 아이가 말을 한 마디도 안해요"
"이구....그래서....울어?"
"저...이러구 어떻게 이틀이나 지내요?"
"......."
그런데 아이랑 통화하며 지나가는 남학생 목소리 중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00아! 뒤에 혹시 **이 지나가니?"
"....아...넵"
"바꿔봐!"
"에?"
"전화 바꿔보라구"
"어? 쌤??? 왜요?"
여학생과 통화 중 내가 가르치는 다른 남학생의 목소리라 들렸다.
"야....있잖아. 나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면 안될까?"
"이거 들어주면 나...너 생수병에 소주 가져간거 엄마한테 말 안할게"
ㅋㅋ 조금 비겁하긴 했지만 생각나는 게 이런 얄팍한 수가 전부였다.
"00이가 방에 친구가 없데. 밥도 혼자 먹는다는데..."
"아~ 그런 거쯤이야...아! 그럼 00이란 밥먹고 같이 놀다 가면 되는거죠?"
"그치! 불편하려나?"
"아녀! 그냥 놀면 되죠 뭐"
고등학생들인데 ...그래서 남녀 사이라 더 어려울 거 같았는데, 이건 옛날말인가보다.
"어...부탁해!"
그 뒤로 00이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2박 3일을 잊고 지내다가 수업 시간에 만나게 되었다.
00이는 해맑은 표정에 즐거웠다며 초콜렛을 사왔다.
"어! 괜찮았어?"
"네!! **이가 밥 때 되면 와서 자기네 반에 가서 먹자더라구요. 그 반 애들도 그냥 같이 먹더라구요.
그리고 놀 때도 저한테 와서 같이 놀자고 불러서 재미있었어요"
"....오.....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네.."
"그리고요 쌤.....**이가요...한 번도 안물어봐요. 왜 친구가 없는지"
"그래서? 니가 뭐라했어?"
"왜 안물어보냐고 제가 오히려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게 뭐가 궁금해. 그냥 같이 놀면 되지. 뭐가 싫은가보지 재들은."
"넌 괜찮아? 라고 물어봤거든요"
"응. 그리고 나 쌤이랑 약속 지켜야해. 너 나 잘 따라다녀, 알았지!"
"근데 쌤 그 약속이 뭐예요?"
"그런 게 있어, 별 거 아니야 여기두"
자퇴하고 싶다던 그 아이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올해 고3을 마무리한다.
그 떄의 고마움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00이다.
남녀의 사이라 조심스러웠지만, 두 아이는 나와 달랐던 거 같다.
내가 남학생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끔 이런 때가 있어서다.
단순! 그리고 액션!!
고맙다.
무사히 졸업해줘서.
그리고
그 시간 서로 어깨를 빌려줘서.
나 또한 배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