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라는 단어는 없는거야
수능을 마치고 아이들이 다 웃으면 좋으련만
한 해도 그런 적이 없다.
매해 잘되는 아이도 있지만, 가슴을 아프게 하는 아이도 꼭 있다.
그렇게 잘 했는데 실전에서 미끄러지고.
내가 용기 백배해서 시험봤는데 더 낮은 점수로 바닥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 난 가슴이 아리다.
차라리 내가 보고 내가 혼이 나면 좋겠다.
(물론 아이들한테 표현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좌절하지 말라고, 충분히 길은 있다고 말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 심정도 너무 잘 안다.
나도 그 입시라는 걸 해 본 세대니깐.
내 아이가 입시를 볼 때도 그랬다.
그런데 맘을 조리며 있다가 결과가 안좋으면
그건 꼭 내가 더 실패한 기분이었다.
내가 실패하고 내가 설 자리가 없는 거 같아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지레짐작 설명하고 주눅든 적이 있다.
내 아이도 내 학생도 .....
그러다가 재수라는 길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 기간이 얼마나 힘든지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힘든 시간을 거치고 그토옥 세상이 바라는 점수를 다 받으면 좋은데
그 또한 그렇지 않다.
잘 나오는 아이도 있고, 점수에 타협을 봐야 하는 아이도 있다.
세상의 잣대는 냉정했다.
공부를 제대로 안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내 눈에 콩깍지였다.
그놈의 세상이 바라는 점수를 받아 어깨 펴고 세상에 당당히 한 방에 갔으면 했다.
그럴리가...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몇 날 며칠을 아프고 힘들고 애들이 받을 상처에 속이 상해 혼자 끙끙 앓는
그 시기가 이 시기이다.
그럼 이걸 실패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그 시간도 내 삶의 일부이다.
내 아픔도 아이들의 아픔도
그리고 그 시간 내내 아프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 안에 웃고 울고 그리고 성장하는 시간이 가득했다.
세상의 실패라는 결과값 앞에 또 다른 선택을 하고 살며
우린 아직 진행중이다.
결과값은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실패란 게 있나?
그 기준이 뭘까?
하루하루 내 삶을 만들어가고 쌓아가고 그러다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며 새 살이 붙을 때까지 절룩거리기도 한다.
절룩거리며 내 다리는 근육이 붙고 그러면서 내 옆을 지켜준 사람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본 거리의 풍경들이 내 가슴에 들어온다.
꽃냄새도, 바람의 향기도 내 삶에 들어온다. 내가 천천히 걸어야 할 때 들어온다.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나.
그 모든 것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너희들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 또한 아프면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세상에 실패라는 단어는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집이 망해도 시험에 떨어져도 그 또한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넘어졌다 싶을 때 그 때 내가 하늘 한 번 보고, 주위를 보고
다시 천천히 걸어볼 힘이 생길 때까지 잠시 쉬어가자.
그러면 또 걸어진다.
지금 나는 다시 아프다.
그런데 잠시 쉬어간다.
그러면 다시 걸을 수 있다.
그게 내 일이다.
실패는 없다. 과정이 현재 진행형이다.
그 모든 과정을 응원한다.
나의 짝사랑은 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