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 될거야

- 어차피 잘 될 아이야,넌

by 메아리

좋아하던 것도 일이 되면 흥미가 떨어지는 법이다.

거기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내 다리는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그 엘리베이터마저 멈췄으면 하고 바래본다.

삼남매의 장녀인 그 아이.

별로 표현도 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화장하는 걸 보니, 여자이긴하다.

책은 재미없지만, 그래도 내가 아이들을 만나는 어른읜데....

"나도 오늘은 이 책 정말 재미없다. 넌?"

"저두요..."

" 다 읽긴 했어?"

"그런 거 같긴 한데...기억이 잘 안나요"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럴 수 있지. 뭐 나는 다 읽으면 술술 말하는가.

지난 달 읽은 소설도 누가 물어보면 몇 문장도 기억이 안나기도 한다.

"배고프지 않냐? 우리 떡볶이 먹을까?"

"그래도 되요?"

"엄마가 뭐라하면 수업차시에서 빼자. 나도 배고파"

책은 억지로 취미로 만들 일이 아니라고 본다.

책 중에 재미없는 것도 물론 재미있는 것도 있다.

그건 사람마다 취향이니깐.

단지 내 일은 재미없는 것도 아이 특성에 맞게 접근은 하게 도와줘야하는 거다.

분식집에 내려가 중학교 아이랑 먹는 떡볶이.

아이도 배가 고팠던지 잘 먹었다.

학교 이야기도 술술 나오고, 나도 투덜투덜 요즘 불평거리를 풀어놓았다.

" 다들 금수저인가? 어쩜 해외여행을 그리 자주 가는지....나는 결혼하고 한 번도 비행기 못탐"

" 진짜요? 쌤은 돈 많이 벌어서 여기저기 다니신 거 아니세요?"

'엥? 나 부티나?"

"네...아는 게 많고 재미있게 이야기하시니깐 여행도 자주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럴리가...야! 그러면 내가 매주 너랑 수업하러 왔겠냐?"

"그런가....."

"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렇게 매주 느그들 비위 맞추며 오잖냐...안쉬워 이거"

"근데 울 엄마 아빠는 그것도 안해요"

"엥? 뭔 말이야?"

" 맨날 싸워요. 비위가 아니라 우리 있는 것도 모르는 거 같아요"

터울이 좀 있는 남동생이 두 명이 있던 아이는 동생들 걱정이 많았다.

부모님의 다툼이 커지면 목소리 뿐 아니라 행동반경도 커지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셨단다.

" 동생이 너무 무서워해서 저희는 주로 커튼 뒤에 숨어요. 자주색 두꺼운 커튼이라...

저희 거기 있는지 모르세요"

"음...잘은 모르는데, 나도 싸워봐서 아는데 말이지. 아마 엄마 아빠 목소리가 크신거 아닐까?"

" 에~이, 그런다고 티비에 핸드폰을 던지며 소리쳐요?"

"아...그건 좀....그렇네. 너도 무서웠겠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의 눈물이 떡볶이에 떨어졌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아.....떡볶이가 잘못했네 이 놈의 쉐끼"

" 매워선가보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자.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수업을 했다. 기억이 안난다던 아이는 제법 내용을 찾아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주제를 찾아 글로 가볍게 정리를 했다.

얼마 뒤 *톡에 아이 생일이라는 알람이 떴다.

생각이 나서 수업에 작은 케잌 하나 샀다.

둘이 하는 수업이라 가볍게 교재 위에 짜잔~하며 기분 좋게 케잌을 꺼냈다.

"아....쌤..."

"좋지! 이쁘지!! 올라오다가 생각나서 하나 샀어. 네 생일 핑게로 케잌 먹고 싶어서"

"저.. 제 생일에 케잌 받아본 적이 없어요"

"......"

" 제 생일이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날이라 늘 제사를 지내요"

아이는 펑펑 울었다. 중3이 되어 처음 받은 케잌이라는 말이 놀라웠다.

아마 더 어릴 적에는 해주셨을 거 같은데,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못하게 된 모양이다.

"괜찮아. 이제 내가 있잖아. 내가 네 생일때마다 케잌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리고 엄마아빠가 너 나한테 보내주신거잖아. 이유가 있던거네. 그치?"

"괜찮아. 넌 정말 잘 될거야. 내가 너보다 조금 더 살아서 너보다 조금 더 사람들을 만났잖아.

느낌있어. 넌 잘 될거 같아. 그러니깐 이제 어깨 펴! "

부모의 불화나 싸움이 아이들에겐 전쟁과 같은 공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섵부른 위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괜찮다는 말과 안아주는 행동, 이것만으로 아이는 용기내어 내 말에 응답해주었다.

아이를 만나는 동안 정말 자주 했던 말이다.

"괜찮아. 넌 어차피 잘 될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