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다보면 진짜가 될 수 있다.
" 이번에 나온 신상인데 입는 순간 부티가 나요"
" 이거 00이랑 비슷하죠? 거의 같아요"
" 개는 귀티가 나잖아요"
어디 가나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이고 나 또한 이 말에 귀가 얇아져 지갑을 연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맘을 여는 게 먼저이다.
중학생 팀과 수업하며 종종 하는 말이 있다.
" 하는 척하지 말구 제대로 해봐"
" 그건 읽은 척을 한거지 읽은 게 아니잖아"
" 뭐하러 그러나. 그럴 거면 그냥 하지마"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뒤통수를 치는 말을 들었다.
"쌤, 부티 나는 사람은 진짜 부자인거예요, 아니면 그런 티만 나는거예요?"
"......부자이니까 부티 아닌가?"
" 그런데 올영에 가도 광고문구에 부티나는 어쩌구 써있구, 여기저기 많이 나오던데.."
" 근데 너 귀티는 뭔지 알아?"
"아! 알아요. 너 귀티난다 이런 말 들어봤어요"
"그건 뭔 말이게?"
"음....귀한....티? 그럼 그것도 티만 나는거예요? 아님 귀한 사람인거예요?"
"그거 울 할머니가 귀금속 뭐 이런거 하면서 그 귀티라 했어.
그것도 부자랑 같은 거 아닌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보석을 주렁주렁 달아 블링블링한 사람을 '귀티' 라 하는지
아니면 그 '귀공자'의 '귀'인지.
그런데 결국 '-티'가 진짜가 아닌 세상이 아닌가 싶다.
진짜들은 그런 '-티' 에 신경을 쓰지 않을거다.
자기 삶을 충실히 살고 내실이 탄탄하고 차고 넘쳐서 정말 '부유함'이 낙수효과처럼 보이는거 아닌가
요즘 우리는 그 '-티'에 목메어 사는 거 같다.
나부터가 그런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 '-척'을 하지 말라고 해놓고 나는 '-티'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그 말도 솔직하게 한 적이 있다.
"있잖아. 내가 가끔 너네한테 '-척'하지 말라잖아.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니깐 내가 더하더라.
아는척, 부자인척, 안무서운척, 편한 척, 좋은 척. 이거 아닌거 같아. 나부터 고쳐야지 싶다"
"근데요 쌤 그거 다 그러는 거 아니예요?"
" 그게 결국 진짜는 아닐 수 있잖아. 언젠가 들킬 수 있고, 음....예를 들어 누가 부티 난다고 해서
내가 부자인 거 아니잖아. 그런데 그 말에 그렇게 어깨가 으쓱한 내 모습도 웃기지 않나?"
" 근데요,쌤. 쌤은 진짜 부티나요. 그게요 돈 많아보인다는 게 아니라요. 뭔가 분위기가 달라요.
우린 그거 닮고 싶은데.."
"....엥?"
"쌤은 뭘 다 주잖아요. 그래도 넘치게 많아보여요.
그리고 쌤한테 저희도 뭐 막 주고 싶어요.
그거 저희만 그러는 거 아닐걸요. 다른 학부모님들도 쌤집에 뭐 많이 두고 가시잖아요
그거 저희 다 나눠주시잖아요"
"그거...다 너희 먹으라고 주시는거야. 오는 학생들 나눠 먹으라고. 혹은 나눠쓰라구"
" 그니깐요. 그러니깐 쌤이 부티난다니까요. 아, 몰라요, 걍 저두 어른되면 쌤같아지고 싶어요"
엄청 고개 숙이게 한 말이었다. 모자란 거 투성인 나를 더 공부하게 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면 우리 이제 이렇게 하자. 그 '-티'나 '-척' 하지 말고 다 같이 부해지자. 그니깐 진짜가 되자구.
나두 아닌 거 엄청 많은데 너희가 좋게 본거야 나도 고쳐볼께. "
"저희는 부자되려면 몇 년 더 있어야 돈 버는데요"
"그러면 우리 '귀티'에서 귀한 사람이 되게 해보자. 나도 귀해지고 너희도 귀해지고.
서로가 귀하게 여기면 이만한 파워가 남부럽지 않을 거 같은데..."
"좋아요!! 이제 우리가 가장 귀하니깐 쌤 시험 끝나고 우리랑 점심 먹어요.
귀하게 대접해드릴께요."
이건 수업을 받는거지 어디 하는걸까.
더 이상 살면서 흉내내고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진짜가 되야겠다.
아이들 부끄럽지 않으려면 최소한 가짜 인생에 에너지를 쓰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