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잎클로버가 아름답다

- 평범한 그 만남이 기적이다

by 메아리

겨울이 추운 건 기온이 떨어져서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간격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여러 겹의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내 갈길만 간다.

코로나가 처음 닥친 그 순간에도 우리는 땅만 바라보고 걸었다.

'안그래도 추운데 이젠 거리두기로 만나지도 말라네...덴장'

아날로그 인간이라 온라인으로 만나는 건 어색하고 산만하고 영~ 이야기를 하는 거 같지 않다.

아무리 기다려도 누구를 만나기가 조심스러워

그 해 겨울은 더 춥다고 느꼈다.


아이들을 만나는 건

신이 준 선물이었다.

모두가 인상을 쓰고 다가올 어두운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경기도 나빠지고

이제는 가족도 만나지 말고 새해 인사도 온라인으로 하라고 한다.

누가 재채기만 해도 어깨를 움츠리며

나라도 살겠다고

나만은 내가 구한다고 한없이 움츠려있었다.

바로 그 때

아이가 나타났다.

"드디어 집

해맑게 웃으며 나타난 아이의 웃음을 잊을 수가 없다.

"우와! 제가 책을 몇 번 읽은 줄 아세여?"

"엄마가 다시 나가지 말라고 할까봐 정말 외울만큼 읽었어요"

코로나가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이제 우리는 조심스레 만남을 약속해봤고

에전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소그룹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스크를 반드시 할 것!

음식을 나눠먹지 말 것!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집에 갈 것!


하나 둘 모인 남자아이들의 웃음 소리

자기가 더 먼저 왔다며 선배라고 어깨에 힘주는 모습

나눠먹을 수 없으니 사탕을 가져왔다며 옆 친구를 나눠주는 모습

"선생님이세요? 저 이제 여기 매주 와도 되는거예요?"

아개 그렇게 좋을까.

아니다

아이보다 내가 더 행복했다. 아이의 목소리가 천사의 소리같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신이 준 선물이었다.

그 추운 날 나에게는 군고구마보다 더 달콤했고 따뜻했다.

오죽하면 천국은 아이와 같아야 간다고 할까.

아이들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단지 그 공간에서 같이 이야기하고 깔깔거리고 웄고 서로 장난치고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할만큼 난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음 주에 또 와도 되는 거죠?"

"저 기침도 안하게 밥 잘 먹고 따뜻하게 있다가 올께요"

"야! 너도 선생님한테 말해! 다음 수업 취소하지 말라고!"

"선생님도 코로나 걸리지 않고 있다가...네? 그러다가 꼭 다음주에 우리 만나야해요"


특별할 거 없는 그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었다.

그 전에는 몰랐다.

그래서 불평불만이 많았고,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를 아파트에서는 소음이라고 헸었다.

오밀조밀 모여서 쓰는 글자 한 자 한 자가 귀하게 여겨졌다.

인형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 작은 손을 움직여 글자를 쓰고 그 글자로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모이게 해서 한 편의 글을 쓰는 아이들.

무슨 말을 썼는지, 문장이 잘 썼는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서 썼다.


"아니, 우와! 애는 나보다 더 답답하게 사네."

"우리 동네보다 더 추운 데도 있나본데? ㅋㅋ 장갑으로 될까?"

"나같으면 이렇게 안해! 그러다 엄마한테 더 혼날껄"


자기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적는다.

철자가 틀리기도 하고, 띄어쓰기는 ㅎㅎ


'뭐시 중헌디...'

말하면서 쓰는 글을 자기들이 보며 키득키득 웃는다.

서로 쓴 걸 보며 맞장구를 친다.


아이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아마 내 정신연령은 딱 그 나이였던거 같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애들이 화가 나면 나도 같이 화가 나고

애들이 배꼽잡고 웃으면 나도 광대뼈가 올라가 웃기를 같이 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우리 담주에 또 보자"


"헐~ 벌써 집에 가요?"

"나 아직 안가고 싶은데.... 친구들 얼굴 더 보고싶은데..."

"안가면 안되요? 더 놀구 싶은데...."


코로나가 인류의 재앙이라고 뉴스에서 떠들었다.

세계에서는 사망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숫자로만 표시했다.

내가 인간이 맞나, 이렇게 감정이 메말랐나 싶을만큼 표정이 없었다.


다시 만난 세잎 클로버들.

그렇게 여기 저기에 펴있어서 봐도 감정이 없었고

어떨 떄는 밟고 지나가기도 했던 세잎 클로버들.

그런데

그 세잎클로버들은 살아있는 기적이었다.

신이 늘 우리 곁에 둔 선물이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기뻐하지 못했던 건

우리였다.


너무 평범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거.

이제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그 한 잎 한 잎 귀하게 여기고 아끼고

그 모습 그대로 이쁘다고

이보다 더한 기적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집에 가는 길에 두 팔을 벌려보니

한 명씩 다가와 안기었다.

말이 필요없었다.

내 품에 안긴 아이 한 명 한 명은 분명 천사였다.

이 천사들의 삶에 내가 등장할 수 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난 행운아이다.

이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선생님, 내가 책 더 잘 읽어서 엄마한테 두 번 가도 되냐고 물어볼까요?"


내 품에 안긴 아이가 고개를 들고 물어본다.

그 순수한 눈빛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 첫사랑의 기억을 난 아직도 갖고 있다.


그 아이들....

지금은 외계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나한테도 외계인이냐구?

여전히...

천사들이다

(물론 다른 데 가서는 외계어도 쓰고, 가끔 춘기님도 등장하지만)

모든 모습이 아름답다.

첫사랑의 콩깍지는 위대하기 때문이다.

내 곁에 가장 소중한 걸 깨닫게 해준 코로나에게 감사패라도 전해야하겠다.

지금은

"쌤, 배고파요 우리 뭐 먹어요"

"쌤 저 시험 끝났는데 쌤 보러 가도 되요?"

"우리 방학하면 놀러가요"


겨울이 추운 건 날씨때문만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멀어져서 그 맘이 춥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내가 눈을 맞출 사람들이 많으면

그 만큼 추위를 이길 힘도 생기기 마련이다.

세잎클로버는 누구나 만날 수 있다

모두가 그 세잎클로버를 만나는 기적을 올 겨울엔 누렸으면 좋겠다.

하늘의 천사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그 감격을 느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