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 전에...그녀였다.

- 그녀가 엄마이기 전에는...

by 메아리

조심스럽게 전화가 왔다. 아이 수업 상담 내용이었다.

"제가 말재주가 없는데....그래도 뵙고 수업 의뢰해야겠죠?"

"그럼요, 편하게 오세요"

오기 전까지 올까 말까를 여러 번 고민하던 엄마였다.

"이웃집 마실 온다 생각하고 잠시 들르세요, 수업 안하셔도 되요"

".....너무 실례잖아요"

"아니예요, 이 시간이 우리 만날 시간인가보죠"

늦은 밤 아이 밥 먹이고 온 엄마는 앳되고, 하루가 피곤했을것처럼 보였다.

"실은...제가 아이가 넷인데요, 큰 아이 수업을 의뢰하려구요"

수업 내용을 설명하기 전 아이 엄마가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서로 방향이 맞아야 아이가 혼선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바라는 게 있으세요?"

그런데 다소 엄마의 행동이 불안해보였다.

작았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손동작도 이리 저리 흔들고, 이 말 하다가 저 말 하다가

어느 순간 엄마가 아닌 앳된 여인이 보였다.

십 여년 간 아이를 낳고 기르고를 반복한 그녀.

아이들은 제각각이라 이쁜 만큼 고됨도 뒤따랐다.

서서 밥 먹기는 당연하고, 주변에 라이딩을 부탁하고, 사과하는 일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사람이었다는데,

어느 순간 자기 목소리가 이렇게 컸는지 낯설게 느껴진다고 했다.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듣기만 했다.

어디에 쏟아붓고 싶었나보다.

그럴 만도 하지.

얼마나 외로웠을까.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이 삶이 처음인데

정답도 없는데, 시간은 한정되고 매일 부족한 것만 보이고 매일이 실수투성이라고만 느껴진단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이상이 없다는데 엄마가 보기엔 그렇지 않단다.

다 엄마탓인거 같단다.


"어머님, 숨 좀 돌리세요. 괜찮아요."

"......."

" 들어보니 아이들 잘 크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엄마를 챙기세요.

엄마가 바로 서 있어야 아이들이 기댈 수 있어요. "


알고보니 엄마는 얼마 전 번아웃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한다.

초기 단계라고 한다.

엄마이기 전에 여인으로 보니 여동생을 보듯 짠했다.

안아주고 싶을만큼 동동거리는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이의 문제는 학교에서 말을 한 마디도 안한다는 거다.

그래서 선생님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란다.


" 엄마 처음이시잖아요. 그리고 엄마이기 전에 그냥 내 삶을 사는 나였잖아요.

거울 보고 나를 보고 기특하다 칭찬해주세요. 얼마나 기특해요! 투덜거리지도 않고

누굴 탓하지도 않고 매일 해내고 있잖아요 "



나도 저 때 저랬겠지. 그 때 누가 안아주었으면 훨씬 힘이 났을텐데.

그 맘으로 이야기를 두 시간 넘게 들었다.

감사했다.

그녀를 통해 나의 과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훌륭한 그녀를 봤다.

세상엔 배울 사람이 차고 넘친다.

목소리 크게 할 일이 없다.

내가 저 나이 때 하던 것보다 훨씬 굳세게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이 삶을 견뎌내고 있는 그녀를 존경한다.

가시는 뒷모습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 덕분에 오늘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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