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깨기5- 가족이잖아

- 검은 머리 파뿌리는 아니더라도...

by 메아리

나에게 가족은 울타리도 되지만 무거운 짐도 되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변변한 직업이 없던 아버지가 계셔서

엄마는 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밥을 차려주시면서는

하나라도 더 먹이고 자식 입에 들어가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셨다.

엄마가 내 입을 보며 웃으면 나는 힘이 나고 이 울타리가 마냥 좋았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난 잘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다투시며 울구불구 땅을 치기도 하고

오빠들이 사고를 치면 학교에 가서 고개 숙이고 와

애먼 후라이팬을 박박 닥으려 우는 엄마의 모습도 보았다

가족은 그렇게

그 자체로 울타리이면서 상처였다.

결혼한 후

나에게 또다른 가족이 생겼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던 남녀의 다툼은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났다.

아이가 생기고 초보 엄마는 무얼 하든 서툴고 힘들었다.

아이 엄마가 되고 남편은 외벌이의 부담감에 섣부른 판단으로

경제사고를 쳤다.

세상이 무너지는 날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땅을 치고 울던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친정에 그 모든 일을 말할 수 없었다.

장인 장모님께 미움을 안기게 해서 득이 되는 것보다 실이 많을 거 같았다.

그리고 난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은 생존이었다

친정 오빠들은 남편을 미워했다.

"가족이잖아, 오빠. 가족이 된 이상 잘못했다고 버리는 거 아니잖아.

우리, 아니 나는 뭐 완벽했겠어? 경제사고만 안친거지, 나도 어쩌면

저 사고를 치게 한 원인이 될 수 있어. 더 많이 벌어오라고 몰아세웠겠지"

친정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동생의 고생이 보기 싫어 인정하기 싫었다.

일을 하며 만난 아이들이 있다.

의도치 않게 만나다보면 가족만큼 가까워지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아이들이 나에게 실수를 한다.

어느 날

아이가 괘씸하게 말한다.

"쌤이 먼저 덤비니까 나도 덤비는거죠"

엄하게 꾸지람을 주었다.

아이는 혼이 나고 수업에서 바로 집에 돌아갔다.

문자를 주었다.

"너가 어떤 생각인지 몰라도 아닌 건 아니라도 말해야했다.

잘못한 거 제대로 사과하고 고쳐야한다. 옳지 않다"

"잘못했어요. 다음부터 그러지 앟을께요"

아이의 문자를 보고 별 생각 없이 한 주를 지냈다.

다음 수업에 온 아이가 말한다

"저는 이렇게 혼내주는 거 필요했어요. 쌤은 가족같아요.

혼내셔도 하나도 화가 안나고 제 잘못이 보였어요. 신기하죠"

아....배우는 시간이었다.

"쎔....제가 실수했다고 버리실 거 아니었죠?"

"가족이라며....넌 이제 각오하고 와라!"

남편의 사고로 시작된 나의 일은 의외의 수확을 안겨주었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 시작한 일이 그보다 값진 배움을 주는 시간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아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웠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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