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맞추고 싶은 아이 이야기
학교 다녀온 아이 표정이 시무룩하다.
'오늘 친구랑 싸웠나'
아이가 말하기 전이라 눈치만 보며 간식도 챙기고 말을 걸어본다.
아이는 땅만 바라보며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한참을 땅만 보며 마룻바닥에 누워있던 아이가 말한다.
"엄마, 저 학교...그만 다니면 어떻게 되요?"
"........"
" 학교 안다니고 싶은데요... "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공부가 하기 싫은가, 아니면 선생님한테 혼났나. 지레짐작으로 아이를 겁주려고 다른 말을 지어내기 바쁘다
"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야. 그래서 너 학교 안가면 엄마 경찰서 가야해 "
" .....정말 안다니고 싶은데...."
간식이고 뭐고 내려놓고 아이를 훈계할 자세를 갖추었다.
세상 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든가.
이제 고학년 시작하며 과목은 늘고 수업시간은 지루했겠지. 그래 넌 맘대로 뛰어다니고 싶은데 또 뛴다고 혼이 났겠지. 그러니깐 내가 뭐라하디. 그러기 전에 학원을 다니든 아니면 숙제라도 하라고 했지... 이렇게 훈장님 같은 뻔한 소리를 할 준비를 하고 아이 이름을 불렀다.
" 알아요. 엄마 경찰서 가면 안되죠. "
" 내일 다시 가볼께요. 그런데 저 언제까지 다녀야 엄마 경찰서 안가요?"
"그런데 무슨 일이야? 혼났어? 혹시 오늘도 급식실에서 뛰었어?"
" 아니요. 그냥 학교에서...아니다. 그냥 다 싫어요. "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일이 있었나보다. 내가 번짓수를 잘못 집었나보다. 아차! 싶었다.
자세히 물어보고 싶지만 조심스러웠다. 아이는 선생님도 무섭고 친구들은 더 무섭다고 한다.
뉴스에서 보던 왕따인가. 아니면 학교폭력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해와 피해를 나눈다고 뭐가 바뀌나. 내 아이가 힘이 생겨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키워져야한다고 평상시에 늘 외치던건데 막상 머릿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니 머릿 속이 텅 빈거 같다. 망치로 맞은 듯 뒷통수가 아프다. 화도 나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이 일을 해결해야할지 모르겠고, 분노가 얼굴에 드러나는 거 같아 갑자기 멀쩡한 컵을 다시 씻으며 뒤돌아버렸다.
"엄마, 왜 선생님은 그렇게 무서워야해요? "
" 어? 혼나서 많이 무서웠어?"
"네....."
"그런데 왜 혼났어? "
" 교실 바닥에 눕지 말라고 했는데 누워서요 "
그렇지, 우리 아이는 누워서 노는 것도 좋아하지, 바닥에 기어다니기만 했을까. 복도도 뛰어다니고 책상 위도 뛰는 아이지. 개구쟁이에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듣던 말이니깐
"많이 혼났구나? 어쩐지 요즘 바지 무릎도 찢어져서 오고 옷이 더럽더라니...."
" 맞아요 쉬는 시간동안 거의 매번 누워서 놀았어요 '
" 왜? "
"누워야 놀 수 있거든요 "
참 알 수 없는 남자아이들의 놀이이다. 허구 많은 놀이 중에 굳이 누워서 놀아야할까. 얼마나 많은 먼지가 있는데 그렇게 놀아야할까. 차라리 보드게임을 하든 운동장에 나가서 뛰지 싶었다.
" 누우면 걸어다니는 아이들이 방해되잖아 그리고 너도 다칠 수 있어 '
"그러니깐요. 그러니깐 누워있어야죠 "
" ...? 그게 무슨 말이야?"
" 제가 누워있어야 친구가 안다쳐요 "
" ....? 난 네 이야기가 이해가 안가는데...."
" 우리 반에 누워서 노는 친구가 있어요. 신학기에 선생님이 말해주셨는데, 그 친구는 우리랑 조금 다르데요.
그러니깐 놀리거나 화내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어요"
" 아. 그 친구가 음...어디가 좀 달라?"
" 아니요. 다 똑같아요. 그냥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바닥에 누워서 있어요. 기어다니기도 하고, 바닥에서 그림도 그리기도 해요 "
" 그런데? 그런데 왜 넌 같이 누운거야? "
" 선생님이 그 친구 다치지 않게 놀으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가 쉬는 시간에도 혼자 누워있으면
애들이 실수로 발을 밟거나 옷을 밟기도 해요. 그런데 같이 누워서 이야기하면 애들이 안밟아요 "
" 아...."
내가 아이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난 우리 아이의 깊이와 선입견이 없는 태도에 깜짝 놀랐다.
" 그리고 제가 누워서 보니깐요. 애들이 위에서 말하는 거 보니깐 생각보다 기분이 나빠요.
무섭기도 하고 놀리는 게 아닌데 놀리는 거처럼 보이던데요. 그러면 그 친구는 언제나 그랬던거잖아요"
"......"
" 그런데 내가 누워서 이야기하니깐요 그 친구말도 잘 들리구요. 대개 똑똑하고 말도 잘 들어요.
내가 말하면 웃기도 하고 진짜 착해요 "
" 그런데 문제가 뭐야? 왜 학교가 가기 싫어? "
" 선생님이 막 혼내셨어요. 소리치구 하지말라구.... 그리고 애들도요 제가 누워서 보니깐 엄청 무섭더라구요.
손가락질 하는 거 같고 다 악마처럼 소리치는 거 같았어요. 그러면요 그 친구는 한 학기 내내 얼마나 무서웠 겠어요. 전 자다가 귀신이 나올거만큼 무서워서 학교 안다니고 싶어요 "
아이는 눈높이를 같이하는 걸 몸으로 하는거였다. 배운대로 한거다.
" 아마 선생님이 오해가 있으실 수도 있어. 내일 너의 의도를 다시 잘 전달해보자. 그래도 무섭고 그리고 친구들도 무서우면 그 때 다시 방법을 생각해보자. 어때? "
한참을 나를 쳐다보며 그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의 눈빛을 보내던 아이는 작은 고갯짓으로 용기내어 내일 가보겠다고 했다.
아이에게 배운 날이다. 배운 걸 몸으로 행하라고 가르쳐놓고 정작 나는 입바른 소리만 했지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아! 나 어른 아닌거네. 조심스레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아이의 의도를 전달해드렸다. 다소 불편하셨을 거 같아 죄송하지만 의도는 이러했다고 말씀드렸다.
다음 날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큰소리 치며 다다다닥 뛰어왔다. 오늘 너무 즐거운 날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니, 역시 아이는 다르구나. 그나저나 오늘은 어땠나 너무 궁금했다. 말은 그렇게 전달했으나 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었을지도 모르겠고, 선생님이 혹여 불쾌하셨을까 조바심이 났다.
" 엄마!! 오늘 어땠는지 알아요?"
" ....?"
" 오늘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모두 바닥에 누워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누워서 이야기해보라구..
그리고 선생님이 서서 걸어가시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셨어요. 그리고 애들한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셨어요. 와! 애들이 저랑 똑같이 말하더라구요. 히히히 선생님보고 악마처럼 보인데요. 화장한 저승사자 같데요 "
" 너랑 같은 생각이었네?"
" 그리고 저만 불러서 사과도 하셨어요. 선생님이 몰랐다고. 대단하죠. 어른이 저한테 사과도 하셨어요 "
" 그러게....선생님 엄청 용기있으시다 "
" 오늘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어른이 되더라도 사과할 때 나도 용기내서 선생님처럼 사과할거예요 "
" 진짜 대단한 걸 알려주시는 선생님이시다. 기억에 오래 남겠다. 그치! "
실제로 다음 학년에 올라가는 방학식날 선생님은 아이를 따로 부르셔서 편지와 작은 선물을 주셨다. 편지에는 올 한 해 너를 만나 배움을 받았다고 써주셨다. 아이는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 학년 내내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있는 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바닥에 누워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를 했다. 더불어 아이들이 누워야하기 때문에 바닥청소를 진심을 담아 했다고 한다.
장애와 비장애아이가 한 교실에 있는 건 이유가 있다. 서로 다름을 알고 부족함을 도와주는 걸 자연스럽게 익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머리로 배우는 것과 내가 해본 건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내공이 대단하다. 내가 어른이라고 노를 함부로 저으면 안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이들이 헤쳐나가는 것을 지켜봐야한다. 함부로 해결해준다고 그 배에 뛰어들면 안된다. 하지만 아이가 자빠지면 온몸을 다해 스폰지가 되어주어야한다. 다시 일어나게 스폰지만 되어주면 된다. 가해자 피해자를 가르기 전에 아이들끼리 해결하게 기다려줄 때도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법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행착오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 판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간판을 들이밀며 함부로 끼어들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