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빠지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이맘때가 되면 공허함이 크다.
아이들은 그 동안의 수고가 11월 둘 째주 목요일 그 하루에 평가가 되고\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아이들과의 시간이 다음주부터 사라지며 그 공백에 무뎌질 때까지
공허함을 느낀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나도 그 시간을 보내고 성장했을테지만, 그 때의 더러운 기분도 공존했다.
'너희가 뭔데 이런 문제로 나를 평가하나?'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교문은 시원섭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 교문에 아이들이 들어갈 준비를 같이 한다.
인연이 되어 만난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다.
공부하자고 만났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을 같이 보내고 있노라면
아이들의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그리고 일 년이
고스란히 내 삶에도 물이 든다.
서로의 인연에 대충이 어디있고 계획이 어디 있을까
하다보니 서로가 익숙해지고 서로 영향을 주는 사이가 된다.
"쌤, 오늘 정말 열받은 거 아세요?"
" 쌤, 저 다이어트하는데 아~~ 미치겠어요. 배고파서..."
" 저....헤어졌어요 ㅠㅠ"
" 이 아이스크림 좋아하시죠? "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공부하며 힘든 시간도 있었겠지 싶지만 이 시간이 되면 힘들었던 기억은 하나도 없다.
과몰입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그 시간은 그 아이들과 당연한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이 정해있었지만, 우린 헤어지고도 문자로 연락하며 지냈다.
물론 공부관련 이야기가 주가 되었지만 내 복인지 어떤지 아이들과의 문자는 다소 티키타카가 될 만큼
재미있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쌓여서 난 내가 어른이니 모든 것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간이 쌓여갈수록 이상한 기류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한 것보다 내가 기대었던 시간과 에너지가 더 크다는 사실이다.
내가 웃으면 아이들이 더 크게 좋아하고 그 기쁨을 같이 나누었다
성적이 안나와 힘든 아이들에게 더 고개를 숙이고 몸을 기울여 설명하면
듣고 있는 아이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내 이야기를 놓칠세라 귀에 담고 있었다.
잘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하면 아이는 모든 순간이 나와 함께 해서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일하며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왜 없었겠나.
나에게도 시련을 예기치 않게 다가오고 울다가 수업한 날도 여러 날이었다.
일상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일상과 다른 내 고통과 아픔을 가리기 위해 더 몰입해서 수업했다.
아이들은 달랐다.
"썜, 자갈치 사왔어요 이거 좋아하시죠?"
" 제가 관 들어드린다니깐요 두고보세요 제가 지키나 안지키나 "
" 제가 바로 살아야겠다는 걸 여기서 배웠어요 "
내가 가르쳤다고 생각한 게 아니다. 아이들의 표정과 말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에 난 하루를 기대고 일주일을 기대고 그리고 그 해를 기대고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난 오늘 이렇게 서있지 못했다.
세상 억울하고 기가 막힌 사연들이 내 사연이 될 떄 소리 없이 내 옆에서 웃어주고 농담해준 아이들.
그들이 있어서 올 해도 서 있을 수 있었다. 수업이 일방적일 수는 없다.
그들이 나의 스승이고 때로는 보호자도 되었다는 걸 인정한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에 버린 지 오래다.
난 철이 없는 사람이고, 계획을 세울지 모른다. 마냥 좋으면 다 주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면 된다.
아이들이 원하면 등도 내주고 손도 잡는다. 그들이 온전하게 설 수 있어 독립하면 그 또한 기적처럼 들린다. 그리고 독립한 아이가 힘들다고 연락오면 고민 없이 달려가 눈을 맞춘다.
밥 한 끼 먹는게 뭐 대순가. 내가 어릴 적 그런 어른이 있었으면 혹은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나보다.
대단한 걸 해주지 않아도 전화하면 받아주고 배고프면 같이 밥 먹고 그리고 손이 필요하면 잡아주는 사람.
그건 그 아이뿐 아니라 나도 서 있게 되는 일이었다. 그 아이들이 한 해 두 해 가며 늘어갈수록 내 마음 한 켠은 공허하고 그립고 붙잡고 싶다. 마음은 한없이 그리운 아이들이지만 겉모습은 쿨하게 악수하고 헤어진다.
올해의 아이들이 다음주 시험을 본다. 애틋하고 짠하다.
이런 맘을 아는지 다른 학년 애들이 나를 살핀다. 아니 보살핀다.
나의 힘듦이 보이고 허전함이 느껴진거다. 아이들은 더 크게 웃고 자기들이 든든하게 있으니 여기를 보라고 손을 잡아달란다.
모두가 힘을 모아 응원하고 가는 아이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 그리고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수능을 치루는 모든 아이들이 그 시간을 잘 견디길.
그 날의 결과가 너희를 대변하진 않아. 어떤 결과든 노력한 부분은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낼테니 당장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길 바래. 흔들릴 때마다 찾아와. 같이 밥먹고 다시 힘내서 걸어가자구.
세상에 실패라는 결과값은 없어. 그 모든 순간이 네 인생의 한 조각일 뿐이야. 그게 모여지면 대작이 될테니
두고봐. 넌 정말 특별한 너일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