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철이 안들고 싶다.
동안이라는 말이 듣기 좋다.
그런데 나는 동안일뿐 아니라 마음도 그 나이다.
“선생님 애들이랑 있을 때 안힘드세여?”
“.... 그 생각 자체를 한 적이...”
그건 내가 헌신적으로 일을 해서가 아니다.
내가 애들과 수준이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포인트가 나도 즐겁고
애들이 짜증나는 포인트가 나도 빡친다.
수업이 꽉 차 있는 날은
끼니를 챙기기가 어렵다.
주섬주섬 먹기도 말하는 일이다보니
조심스러워 자제하다보면
저녁수업엔 여지없이 방전이 된다.
신기한건 아이들이 있을 때는
방전 자체를 못느낀다.
아마 책임감일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뭔가 주섬주섬 먹는 나를 발견한다.
하리보젤리, ABC초콜릿, 커피우유, 카스테라..
어느 날은
핫도그, 말차라떼, 쿠키
그러다가... 피자????
엥??? 나 왜 이러구 있지?
피자에서 놀란 내가 앞으로 테이프를 감아본다.
“쌤. 젤리 드실래요?”
“어? 주머니에 초콜릿 있네, 드실래여?”
“오다가 1+1이라던데요 커피우유 드실래여?”
“엄마가 간식 먹으라고 핫도그 주셨어요
쌤도 드리래여“
어느 날
벨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더니
아이들이 피자를 들이댄다.
“쌤, 저희 앞에 학원 너무 늦게 마쳐서
이거 먹고 해도 되요?“
“... 어... 그런데 왜 두 판이야?”
“저희 많이 먹어요 그리고 이게 1+1이래요”
학생들이 바뀌는데 어느 순간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냄새 날까싶어 커피도 주의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 먹다먹다
아예 피자를 판채 두고 먹다가 물어봤다.
“근데 너희 지난 번에 피자 있잖아
그거 진짜야? 왜냐하면 너희 그 날 학원 나밖에 없잖아
바뀌었어??“
“아뇨, 쌤 식사 못하시고 하시잖아요 매번”
“아냐, 너희 오기 전에 먹는다고 몇 번 말했는데”
“에~이. 저희 오기 전에 수업인거 아는데여“
“......”
“ㅇㅇ아! 너 근데 왜 자꾸 주머니에서 뭐가 나와?”
“쌤 앞에 수업하느라 당 땡기실거 같아서 ㅎㅎ
집에서 챙겨왔어여“
한 번은 학부모님이 톡을 주셨다.
“ ㅇㅇ이가 공부 잘하고 싶데요. 쌤이 밥도 잘 못먹고
자기랑 아이컨택 무지 열심히 해준다고 ㅎㅎ
그래서 .. 지난 번 핫도그 시켜달라하더라구여.
쌤 입맛에 맞으셨어요? 애들 취향으로 샀는데..“
아이고.. 이 사랑을 어쩌면 좋을까
수업 시간 내내 우리는 조용한 적이 없다.
떠들면서 하는게 디폴트값이다.
서로 알려주기도 하고 아는 거 자랑도 하고
하던 중 일상을 말하면 서로 깔깔거리기도 씩씩거리기도한다 아마 내가 제일 많이 할거다.
내가 밥 먹구 왔냐구 묻기는해도 애들이 묻지는 않으니
당연히 나를 위해 챙긴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 많은 베품을 받았으니 어쩌나
그나저나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닐까
이 철없는 쌤을 어쩌면 좋니, 애들아. ㅠㅠ
수능 본 날도 여기와 채점한다고 딩동한다.
시험 마치면 같이 롯데월드 가자한다
대학가면 쌤이랑 에버랜드 가서 퍼레이드도 보잖다.
나의 철없음이 아이들에게 통(?)한걸까 싶었다
아니다
실은 너무 귀한 아이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은거다.
이렇게 베푸는 아이들을 만나 내가 고개 숙이게 된다.
작은 지식을 전하며 큰 지혜를 얻는 시간이다
수능을 마치며 매해 공허해진다
짝사랑을 마무리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때론 마무리가 잘 안될 때도 있다.
그러면 용케 알고 연락이 온다
안부의 문자 한 통!
그걸로 난 다시 힘이 나 펄펄 뛰는 철딱서니 없는 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