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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Nov 26. 2023

Champions League(챔피언스리그) 관람기

New Castle VS PSG

Edinburgh(에딘버러)에서의 마지막 날, 원래 계획은 National Gallrey(내셔널 갤러리)에서 오전을 보내고 천천히 New Castle(뉴캐슬)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미 출발 전 핸드폰으로 기차 파업 공지를 받은 나로선, 먼저 뉴캐슬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터벅터벅 출발 2시간 전 Waverley(중앙역)에 도착하니 취소된 기차도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타는 London Kings Cross Station(런던 킹스크로스행 루모) 기차는 On Time(정시도착) 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만약 취소되었다면 고속버스나 다른 수단을 알아봐야 했고, 비 내리는 에딘버러 도심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니 역에서 2시간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Glasgow(글래스고)에서 Celtic F.C를 응원할까도 생각했지만, 동선이 다시 에딘버러로 와야 했고, 마침 이강인 선수가 Paris Saint-Germain(파리생제르망)으로 이적했기에 뉴캐슬에서 벌어지는 F조 경기를 선택했다.


문제는 경기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뉴캐슬 홈페이지는 매진이었고, 그래서 PSG 홈피에서 알아보니 가입이 우선조건이었다. 귀찮게 인적사항을 적고 기껏 가입했더니 원정경기라 PSG 홈피에선 표를 구할 수 없다고 안내문이 나왔다. 어웨이팀이 음바페가 있는 PSG였고 홈팀인 뉴캐슬의 경우 작년 프리미어리그 4위를 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21년 만에 챔스리그 진출이기에 충분히 표 구하기가 어려우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역사상 양 팀의 첫 번째 경기였다.


그럼 제2의 방법을 찾아야 했고, 5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좌석과 티켓가격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Fanpass를 통해 원정팀 PSG 응원석으로 표를 구매했다. 원래 가격이 £60(10만 원)였는데, £100(16만 원) 암표값을 더해  얻게 된 티켓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날 이강인 선수는 아시안 게임으로 국가대표 차출이 된 상황이어서 결장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대표팀의 승리를 응원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기뻐하고 만족했다.






Newcastle upon Tyne(줄여서 뉴캐슬)은 북동부 지방 잉글랜드 지방이어서 내심 에딘버러에서 뉴캐슬로 향하는 기차의 풍경이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 잠깐 바다와 함께 지나는 구간을 제외하곤 그저 그랬다. 그렇게 도착한 뉴캐슬,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다시 길을 나서야 했다.


내일 오전에 York(요크)로 향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뉴캐슬 관광은 지금밖에 시간이 없었다. 또한 챔피언스 티켓 안내문에 대부분의 물품이 금지되어서 경기장을 찍으려면 지금 나가야 했다.


뉴캐슬 홈 경기장인 .St. James stadium



광업도시인 뉴캐슬은 도심을 관통하는 Tyne River(타인강)이 전부였고, 관리 안되고 있는 성이 다였다.

당일 뉴캐슬 분위기


그러나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경기가 벌어지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 근처와 도심에는 이미 뉴캐슬 저지로 갈아입은 팬들이 상당수였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미리 PSG Fan Club을 발견한 일이었다. 난 당연히 경기 1시간 전 천천히 도착해 내 표를 바꾸려고 계획했는데, 그랬다면 난 경기장 밖에서 TV로 중계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드디어 받은 챔스 티켓과 PSG 버스


Fan Club이 지정해 준 호텔을 우연히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경기장에서 Away표를 받을 수는 없었다.

순간 당황해서 ID카드를 보여 달라는 이야기에 PSG ID를 알려주니 담당자의 그 멍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의 촉은 예민한지라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건 피부로 느껴졌고, 멋쩍어하며 여권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떻게 표를 얻었냐는 질문에 미리 구매자가 일러준 대로, “친구로부터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더니, 큰 문제없이 실제표를 받고 워터파크에 가면 채워주는 일회용 띠를 채워줬다. 아이디를 아이디로 이해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뒤로 하고 미리 경기장 근처를 돌아다니길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출출할 것을 대비해 미리 식후 햄버거를 구입해 호텔에 쟁겨놓고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당연히 경기 끝나고 구입하면 될 것을, 52,302석이 매진된 St.James Stadium 구장 앞에 햄버거 집은 별로 없었다.)







경기 1시간 전까지 관중석을 개방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멀리 위치한 Away석은 몸수색을 마친 후 수없이 많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관중석에 착석하기 전에 놀라운 일이 3가지 있었다. 하나는 한쪽 구석에 마련된 무슬림인들을 위한 간이 기도실이었고 그곳에서 절을 하며 경건히 기도하는 이슬람인들을 마주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기장 내에서 술을 절대 판매하지 않았고, 맥주마저도 알코올 제로맥주였다는 것이다. 그제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가 이해되었다. 또한 어떠한 음료도 종이컵에 전부 따라서 주었는데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끝으로 Away석은 표에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만, 실제론 구역만 나눌 뿐 구역 안에서는 자유로이 착석하는 시스템이었다.  하필 내 구역이 응원석 한가운데여서, PSG 응원가를 1도 모르는 나로선 한가진 곳이 필요했다.


마치 지하철 가장자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오른쪽 가장자리의 안내요원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 옆이 시끄러운 것보다 한쪽만 열성적인 사운드로 재조정했다. 파리 원정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따라 할 수 없기에 자리를 옮긴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러나,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안내요원이 많은 곳은 바로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앉은 곳은 경기장 유일하게 홈팀과 어웨이팀이 마주치는 곳으로 혹시나 모를 위험이 충분히 도사리고 있는 경계지역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경기는 단순히 클럽매치가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자존심이 걸린 매치였다. 그제야 왜 모든 음료를 종이컵에 따라 주는지 이해가 되었다. 종이컵은 못 날기 때문이다.


뉴캐슬의 첫 골이 터진 후의 상반된 반응


파리 원정팀 응원단은 정말 열성적이었다. 진짜 아쉬운 건 ‘불어’여서 내가 전혀 이해를 못 하고 따라 하지도 못한다는 점이었다.

경기 자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했고 이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공기와 응원하는 서포터들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황홀했다.



PSG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전반은 2-0으로 홈팀 뉴캐슬의 리드로 끝났다. 그러나 후반 드디어 만회골이 터졌는데 내가 놀란 점은 어디서 조명탄을 구해왔는지 어웨이 응원석에 불이나고 PSG 분위기가 끓어올랐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4-1로 홈팀 뉴캐슬의 승리로 경기는 끝이 났다.


아직도 내 옆에 나라 잃은 표정으로 망연자실해 있던 청년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껏해야 공놀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 청년을 공감하긴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실망감과 허탈함은 충분히 내 마음속에도 전해졌다.







내가 좀 짜증 났던 부분은 따로 있었는데, 그건 바로 경기 후의 벌어진 일이었다. 우린 어웨이팀이었고 내 사고 안에서는 손님으로 생각되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단 1도 배려가 없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홈팀 관중이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가기까지 거의 1시간 가까이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는 점이다.

비틀스 음악에 맞추어 승리에 취해 천천히 퇴장하는 관중이 빠져나가기까지 어웨이팀 서포터즈는 기다려야했다. 추위 속에 비도 맞아가며 기다리는 서글픔이 경기에 진 것보다 더 시렸다.


홈팀 관중이 모두 빠져나가길 기다렸다. 나라 잃은 표정에 PSG서포터즈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퇴장하고 경기장 주위에 주차한 수없이 많은 PSG원정 서포터들 전세버스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착잡해졌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의 일부라지만 다시 이 밤을 뚫고 도버해협을 건너는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란 생각도 함께하면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다음 매치는 11월 29일(수) 파리에서 열린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PSG가 원정에서 이렇게 큰 점수 차이로 진 것은 드문 일이며 그렇게 강해 보였던 뉴캐슬은 이후에 1승도 못하고 조 1위에서 꼴찌로 떨어져 있다. 공은 둥글고 시합은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프로들의 세계에서 당일 기세와 미세한 차이는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든다.


이번 주 토요일 아일랜드에서 배를 타고 Holyhead(홀리헤드)로 향하는 내게 다시 고민이 생겼다. London으로 가서 Tottenham Hotspurs FC(토튼햄) 손흥민 선수를 응원 갈 것인가의 고민이었다.

월드컵 예선으로 대표팀 차출되었기에 혹시나 결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미 부상선수가 많은 토튼햄으로서 손흥민을 기용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사이의 갈등이었다.


이미 중국전과의 월드컵 예선을 3-0으로 멋지게 장식했기에 더 큰 욕심이 없었고, 결국 Wales(웨일스)의 수도 Cardiff(카디프)로 향하는 방향으로 행선을 마무리 지었다.


뉴캐슬 홈팀의 열성적 응원은 압도적이었다.


"남자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시간은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시청할 때입니다."라는 H 맥주회사의 카피처럼, 이곳 유럽사람들에게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 이상의 열정이며 둥근 공은 오늘도 이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축구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토튼햄 다음으로 어느 팀을 정해서 응원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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