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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Nov 18. 2023

사하라 사막의 밤에는 별이 쏟아진다.


사하라 사막의 밤에는 별이 쏟아진다.


Halloween(할로윈)이 지나가고 바로 Midterm Test(중간고사) 기간이 이어져, 기숙사는 한산했다. 각자 자기들 집으로 향했기에 공유주방을 혼자 독점해서 사용했다. 모두가 있을 때 만들면 조금 곤란했던 된장찌개도 여러 번 만들어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냄새와 연기가 많이 나는 삼겹살도 구워 먹으니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역시 먹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던 찰나 17년 전 친구와 Camino de Santiago(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혼자 Morocco(모로코) 갈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책을 잘 골랐어야 했는데 하필 내가 골랐던 책이 Paulo Coelho(파울로 코엘료)의 Alchemist(연금술사)였다. 그래서 군대 전역 후 일주일 만에 순례길을 다녀왔고, 그때의 경치와 고생 그리고 도전을 극복한 환희는 추억 속에 예쁘게 간직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자아를 찾아 길을 나섰던 곳이 바로 인도였다. 수도 뉴델리에서 Varanasi(바라나시)까지 기차로 연착포함해서 20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사막을 체험하기 위해 자이살메르로 가기엔 너무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기에 중단했었다.


그때부터 사막은 내게 일종의 신비스러운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다 광야사막과 두바이의 사막도 다녀왔지만 왠지 사막하면 사하라를 다녀와야지 그 끝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막 한가운데 쏟아지는 별들 속에서 혼자만의 밤을 지새우며 보내는 고독과 우수함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막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자 지체 없이 ‘라이언에어’로 비행기표를 끊었고(왕복 €160 수하물포함), 투어와 숙소도 예약하고 모로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일랜드에 사는 여러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라이언에어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비용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와 북아프리카를 갈 수 있다는 점은 더블린의 좋은  이점이다. 예전에는 저가항공으로 악명이 높은 항공사였지만, 올해에만 열 번 가까이 이용한 나로선 만족도가 높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이 쓰는 Adjective(형용사)가 바로 Lovely인데 마라케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떠오른 느낌이 바로 Lovely weather였다.

추워서 패딩조끼에 점퍼를 입고 왔는데, 바로 벗고 반팔로 갈아입을 정도로 덥고 햇볕은 따사로웠다.


입국심사가 끝나자마자 내가 해야 할 행동은 바로 유심을 사는 일이었다. 물론 아일랜드에서 사용하는 Vodafone(보다폰)을 로밍해서 사용해도 되지만, 그러면 하루에 €5로 씩 추가지불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지난번 스코틀랜드 여행을 반성했기에, 차분하게 사전조사한 결과 현지 유심을 구입해야지 사막에서 유용하다는 정보를 들었다. 오렌지 유심은 이집트에서 유용하고 모로코는 텔레콤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련 없이 텔레콤으로 구입했다. 여러 옵션이 있었지만 가장 저렴한 €20 구입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낸 동안 부족함 없이 잘 사용했다. 정보 그대로 사하라 사막에서도 잘 터졌다.



마라케쉬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택시였는데, 그냥 택시를 타면 안 되고 모두가 줄 서 있는 매표소로 가서 티켓을 끊어야 했다. 즉 개인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이 모든 걸 담당하는 중앙센터가 있고, 유로화 사용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호갱행위는 없었고, 요금을 더 낼 필요도 없었다.







마라케쉬 메디나 중심은 내가 예상한바 그대로였다. 인도를 다녀와서 특별히 문화적 충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보행자 위주의 교통시스템과 정말 칠 듯이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여기가 모로코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평소에 친한 아일랜드 신부님은 평생을 아프리카에서 선교하셨던 분이셨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아프리카를 다녀온다고 하니, 거기는 아프리카와는 다른 아랍-아프리카라고 정정해 주시며 안전하고 유럽과 비슷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충고해 주셨는데, 말 그대로 여행하기에 안전하고 편안했다.


모로코는 내가 어릴 때 느낀 80년대 대한민국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택시에 혼승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질서에 가까운 삶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과 카오스 안에서 다들 평화롭게 지내는 신비로움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진실로 환대받는 느낌과 투명한 그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이국적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환전을 해야 하고, 술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 등 몇 가지 불편한 점도 있는데, 장점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남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딱 2가지였는데, 하나는 바로 사하라 사막을 다녀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Casablanca(카사블랑카)를 다녀오는 것이었다.



카사블랑카 핫산2세 사원과 노트르담 성당


도착한 다음날 아침 7시에 카사블랑카를 다녀왔다. 차로 2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에 위치한 카사블랑카는 몇 군데를 제외하곤 거의 신도시와 다름없다. 카사블랑카를 다녀오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 때문이었다.


전쟁의 비련과 상잔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명작이지만 정주행 하진 않았다. 요약본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명대사 “Here’s looking at you kid”(너를 지켜보고 있단다)를 “당신 눈동자에 건배”라고 번역하셨던 분은 비록 번안일지라도 천재임에 틀림없다. 언어의 숨겨진 맛과 멋을 그대로 뽑아냈기 때문이다.


이 대사는 미국 영화 연구소(AFI)에서 뽑은 100대 명대사 중 5위이고,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덧붙이자면 1위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솔직히, 내 사랑, 내 알 바 아니요)이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핫산 2세 모스크와 차원이 다른 북아프리카 파도를 바라보며 다시 마라케쉬로 돌아와 다음 날 사막투어를 준비했다.







모로코 여행의 핵심인 사막투어를 가장 망설였던 이유는 잠자리도 아니고, 사막의 날씨와 모래도 아니었다. 과연 내가 12시간 이상 걸리는 사하라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모로코 사하라 사막 여행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마라케쉬에서 각자 사막투어의 시작인 Merzuga(메르주가)까지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난 이후에 알리네나 핫산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출발지인 마라케쉬부터 인터내셔널 투어를 시작하는 것으로 각지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는 방법이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해서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 사막에 충분히 오래 머물고 싶다면 첫 번째 투어가 훨씬 좋다. 하지만 난 후자를 택했는데 이유는 메르주가까지 가는 곳곳에 들려서 잠시라도 투어하고 편하게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모로코 사막투어 첫 번째 방문지 ‘아이트벤하두’


모로코는 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기에 ‘왕좌의 게임’, ‘스타워즈’, ‘글래디에이터’등 많은 영화들의 촬영지로 이용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방문하는 곳 역시도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하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Haddou(하두)나 Tinhir(팅기르), toudgha(토드가)를 잠시 들려서 관광했다.


첫 째날 숙소였던 아틀라스 산맥







첫 째날은 Atlas(아틀라스) 산맥 근처의 호텔에서 묵었고, 둘째 날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텐트에서 묶었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투어를 함께한 친구들도 정말 너무 좋았다. 영어를 사용하는 각지(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온 친구들과 독일, 스페인, 프랑스에서 온 유럽친구들도 있었다. 이들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면서 사진도 함께 찍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은 정말 멋진고 값진 경험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17명의 친구들과 함께했던 2박3일 사하라 투어
사하라 사막의 시작인 메르주가까지 오긴 힘들었지만, 사막투어는 정말 유니크한 체험과 대체불가능한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둘째 날 옵션에 추가요금을 더 내면 사막 한가운데 텐트에서 잠을 잘 수가 있었는데, 이것을 신청하지 않은 친구들과 이튿날은 완전히 떨어져서 지냈다는 점이다. 잠만 따로 자는 것이 아닌 사막투어와 식사 모두 각자 따로 진행되었다.

혹시나 이것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당연히 옵션을 선택할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지내는 밤



이 날 밤에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도 듣고, 적재 또는 박보검의 “별 보러 가자”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이소라에서 머물렀다. 이소라의 눈썹달 앨범에 “듄”이란 노래에 가사는



“거긴 미래도 현재도 없어 아무도 무엇도 없는 그곳에 지나간 기억들을 되돌리는 향기가 있어”와 “모래 골짜기 틈 사이에 걸린 차가운 달빛 너울 날아와 날 비추고 날 울렸어”
란 구절이 있다.



평생 살아오면서 그토록 많은 별을 본 적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하라 사막의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듣는 이소라의 ‘별’과 이어지는 ’ 듄‘은 마음을 헤집고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미래와 현재가 없는 곳에서 오직 달과 별이 날 비추고 있는 절대 무한의 공간이 사하라였다.


유한한 삶을 사는 존재는 무한을 갈망하고 절대고요에서 자아를 확인하기에 내겐 그동안의 고생이 이날 밤하늘의 선물로 충분히 보상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쓸쓸”이란 노래는 “어둠보다 더한 어둠과 슬픔보다 더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그리움으로 결말을 짓는데, 그렇게 한참 동안 사막의 모래바람과 별자리를 보다 보니 절대고독의 우수함이 밀려오고 이는 외로움이 아닌 고독으로 이어져 다시 일상의 그리움을 자아내었다.







밤새 내내 별을 보고 맞이했던 아침


다시 파울로 코엘료 이야기를 하자면 그의 저서 “Alchemist(연금술사)”에서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했다.



하물며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기까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모인 총체이며, 지나간 흔적들이 모여있는 존재의 총합이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말고
삶의 이유와 존재의 가치를
숨은 그림 찾듯이 살피고 찾아야 한다.








유한한 존재는 무한의 세계 앞에서 겸손해진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 어느 순간 당연하게 되고, 감사함을 자주 잃어버리게 된다. 익숙해짐에 따라 점점 타성에 젖게 되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고 갈망하게 된다.

아무리 사막의 모래를 내 것으로 만들려 꼭 움켜쥐려고 해도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평생을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시간은 이렇게 우리를 언제일지 모를 죽음의 종착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종착역으로 향하는 그 사이사이 정거장들이 유의미한 점들로 이루어지고 기쁨과 환희, 슬픔과 고독 등의 다양한 색채로 그려진다면 살아있는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이유를 충분히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아름다운 밤을 가슴에 품고 다시 더블린 비행기에 몸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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