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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Nov 13. 2023

어디에도 파랑새는 없다.

예전 브런치 글 제목으로 “삶은 아일랜드 날씨와 같아”라는 제목을 붙이고 만족했던 적이 있다.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절대로 만만치 않게 수 없이 많은 변수를 제공한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원장이자 총괄 마스터인 Michale(마이클)이란 선생님은 처음부터 악연이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린 이유도마이클의 불성실함이고, 현지에서는 근거 없는 우월감과 강압적인 태도로 힘들게 했다. 총감독자로서 말이 여러번 바뀐 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은 일흔을 넘어선 워커홀릭자로 30년간 이곳을 운영해 온 실질적 디렉터이다. 내년 3월을 끝으로 그동안 운영했던 이 학교의 문을 닫는다고 하니 마감멤버의 한 사람으로써 여러 감정이교차했다.







아일랜드 생활이 3개월 지나면서 말문이 트이고, 자신감이 생길 때쯤 진지하게 영국으로 넘어갈 생각을 해 보았다. 올해 2월까지 사당지점에서 함께 생활했던 직장상사님께서도 현재 내가 있는 이 어학원에서 4달 보내다 영국으로 넘어가셨기에, 진지하게 잉글랜드에 방을 알아보다 최종결정은 아일랜드에 남는 것으로 했다.


이유는 영국에서 지내는 게 아일랜드에서 생활하는 비용보다 재정적 지출이 많았고, 다시 본사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데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에도 파랑새는 없다”는 삶의 혜안을 믿고 현재까지 지내고 있다.


어학원은 일반 학교와 달리 방학과 브레이크 타임을 개인이 잘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엔 Scotland(스코틀랜드)의 Edinburg(에딘버러)를 거쳐 England(잉글랜드)로 넘어갈 계획으로 비행기를 탔다. 그동안 열 번 가까이 영국에 갔음에도 스코틀랜드는 처음이었다. 안타깝게도 에딘버러는 멋진 도시임에는 분명했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시련의 연속과 실망감이 동시에표출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문제는 나로 인해 비롯되었으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은 탓이 컸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연속적으로 시련이 찾아왔다.








우선 에딘버러를 가려는 이유는 원래 Islay Whisky Tour(3박 4일 아일라 위스키투어)를 하려는 이유였는데,GexYouxGuidx 홈피와 실제 예약한 날짜의 금액은 차이가 확연했고, 결정적으로 2인 이상이 신청할 수 있는투어였다. 피트향을 좋아하는 마니아로서 Ardbeg(아드백)과 Laphroaig(라프로익) Distillery(증류소)를 방문하는 건 버킷리스트였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챔피언스리그를 선택했다.


그리고 에딘버러를 대표하는 투어 명소 중 하나인 Johnnie Walker(조니워커) 박물관을 예약했다. 지난번 글에 적었지만, 투어 1시간 전 드론사고가 나는 바람에 현타를 안고 투어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어는 매우 훌륭했다. 조니워커라는 대표적인 브랜드에 이투어를 한 사람들에게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입히고 충성심을 더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마케팅 현장이었다. 덕분에 난 피트 위스키를 제외하면 별 고민없이 조니워커로 선택한다.


또한 하이랜드를 방문하려고 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해리포터에 나오는 유명한 Jacobite Steam train(재커바이트 증기 기관차)를 타고 호그와트로 향하는 다리Glenfinnan Viaduct(글렌피넌 고가교)를 건널 계획이었지만, 이 마저도 그날 상황에 따라 기차를 못 탈 수도 있다는 안내문이 있어서 포기했다.(이런 안내문이 있다는 건 투어회사가 고객항의에 대한 면책을 위해 붙여놓았기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마음에 이롭다).








이렇게 원래 계획과는 제법 벗어나서 시작된 여행이었기에, 변수가 많으리란 짐작은 하고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물가 역시도  제법 비싼 편이었기에 신중히고민해야 했다. 상점에 들어가서 가격을 보면 파운드화가 유로화보다 적은 금액으로 표기되어 있기에 일시적 착오를 일으키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머리로 상기하며 계속 계산하면서 둘러보았다. 날씨도 아일랜드와 비슷해서 하루에 여러 번 비가 내리는데, 그 비를 맞으며 춥고 배가 고파지니, 도대체 내가 여기 왜 왔을까?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2개 있는데 하나는 나의 어리숙함이 그 원인이다. 에딘버러하면 대표적인 관광지가 바로 에딘버러 성이다.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성을 중심으로 고딕의 건축물들이 멋지게 펼쳐져 광경을 더하고, 밤이면 조명의 실루엣까지 더해져 정말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지금 돌이켜봐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에딘버러 성 입구와 당일 표 마감 안내문



난 에딘버러 성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남한산성 정도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아침 여유를 부리고 성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오피스를 찾았는데 매표소가 없었다. 더욱이 놀랐던 건, 에딘버러 성 입구에 적혀 있는 오늘 티켓 마감이란 표시였다. 무려 하이랜드를 포기하고 에딘버러 성을 선택했는데 이 성을 보지 못한다니 또 한 번의 현타가 왔다.



천천히 숨을 가다듬으며, 근처 카페에서 고민하며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살펴보기 시작했다. 공식홈피를 통해 구입하면 £19,50였지만, 표가 이미 매진이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Tripadvisor에서 2023년 가장 붐비는 곳으로 에딘버러 성을 1위로 선정했다.)

나는 왜 이런 명소를 그냥 언제나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곳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지금도 의아하다.


에딘버러 성과 GYG 가이드 투어



여하튼 재빨리 다른 가이드 투어를 살펴보니 최소 가격이 £38.90였지만 다행히도 표가 남아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고 나니, 시간이 또 비었고 때마침 근처에 스코틀랜드 위스키 박물관 투어 가시작 전이어서 위스키를 마시며 시간을 기다렸다. 어제조니워커 투어 만족도가 너무 높았어서, 이번 투어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시간을 메꾸며 비교적 선방한 투어였다.


약 30명 가까이 모여 시작된 에딘버러 성 투어는 비와 추운 바람을 맞으며 실외에서 진행되었는데,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스코틀랜드의 왕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기에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는 법인지라 투어 대열에서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혼자 돌아다녀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사람들과 유일한 동양인으로 체면치레를 지키려 끝까지 함께하고 나니 피곤함과 허기가 몰려왔다. 에딘버러 성은 너무 유명하고 성 안에도 여러 성들로 구성되어 있는 관광명소였지만, 멀리서보는 성이 더 멋지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숙소 근처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근처 상점에서 와인을 주문하고 오는 길에 받은 핸드폰 진동은 다시 또 한 번의 현타를 가져다주었다.


지금 현재 영국의 물가는 살인적으로 Skyrocketing(치솟아 오른) 상황이기에 여기저기에서 strike(파업)이진행 중이었는데, 하필 내일 내가 향하는 런던행 기차가 파업될 수 있다는 공지를 받은 것이다.

나는 내일 무조건 챔피언스리그를 보러 Newcastle(뉴캐슬)로 가야만 했기에 다른 방법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10월 4일 St.James Park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난 뉴캐슬로 가야했지만, 이처럼 파업으로 열차 취소 안내 가능성에 대한 공지를  받았다.


사실은 에딘버러에서 글래스고로 향해 Celtic F.C(오현규, 양현준,  권혁규 선수)의 경기를 볼 것인가, 뉴캐슬로 오는 PSG(파리생제르망)의 이강인 선수를  응원할 것인가 고민하다 뉴캐슬로 정하고, PSG Away 티켓을 암표로 비싸게 구입했었다. 그런데 그 경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러모로 짜증과 복잡함을 가져다주었다.


내일 기차 파업 여부에 따라 캐리어를 끌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게다가 내가 예약한 기차는 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루모 기차였고, 이 열차는 화물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서 여차하면 추가금액을 지불할 수도 있었다.


이날 취소된 기차도 종종 있었지만, 다행히 런던까지 가는 루모 기차는 정상운행 했다. 만약 취소되었다면 Plan B로 고속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천만다행으로 다음 날, 기차는 취소나 연착 없이 정상적으로 운행되었다. 그리고 도착한 뉴캐슬 호텔 프런트는 내게 예약은 되었지만 결재가 되지 않았다고 말해 잠시 또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런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차분히 숨을 쉬고 천천히 방법을 모색하다보면 조금씩 해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하지 않는 상황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고 그 상황에압도되지 않으면 문제의 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물론 잘 안 터지는 핸드폰으로 예약한 날짜와 카드 결제 정보를 대조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 번거로움을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니 상황을 차분하게 정리하면 그만이었다.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현실이고 살아있는 현재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Mishap(작은 사고)와 Small Disaster(작은 불행)을 견디는 회복탄력성을 배웠다. 만약 에딘버러 성의 표가 매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접었다면 난 성에 가지 못했을 것이고 오랜 시간 아쉬워했을 것이다.


물론 다녀와서는 실망했지만, 아쉬움과 실망감의 Gap(차이)는 다른 차원의 느낌이고 그 중간에 경험이 자리잡기에 이경험을 체험하기 위해, 일상의 익숙함을 잠시접어두고새로운 길을 향해 신발끈을 묶는 것이다.


그 길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밝은 모습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대처하다 보면, 별일도 아닌 일을 큰 일로 부풀리기에 바쁜 세상에서, 큰일도 작게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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