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alawinter Dec 26. 2023

겨울 몰타에서 Caravaggio(카라바조)를  만나다

2023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에선 기숙사에서 모두 나가라고 통지를 했다. 그 기간 동안 기숙사 문을 닫고 보수공사를 한다는 안내였다. 하는 수 없이 라이언에어 앱을 켜고 검색만 하다가 따뜻한 날씨인 남쪽 나라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래서 겨울방학 전반기는 따뜻한 몰타에서 보내고, 후반기는 겨울 돌로미테와 친퀘테레를 향하고자 이탈리아 북부로 계획했다. 아일랜드에선 매일 흐리고 비가 내리기에 선글라스는 필요 없고 선크림도 거의 바르지 않았지만, 드디어 선글라스를 쓰고 선크림을 바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 밑에 있는 몰타공화국은 영국식민지령이었다가 1964년 독립하였고, EU(유럽연합)에 가입하여 현재는 지중해 대표 휴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브런치는 Malta(몰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








몰타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온화한 날씨와 따뜻한 햇볕이다. 어제가 성탄전야였는데, 현지 온도는 영상 17도였으며 바닷가 바람까지 더해져 더없이 상쾌하고 쾌적했다. 그동안 겨울 최고의 휴양지로 크로아티아(두브로브니크)를 꼽았던 나로선 이번에 완전히 1순위 휴양지를 몰타로 바꾸었다. 그만큼 한겨울에 이상적인 날씨와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으로 다가왔다.


몰타의 두 번째 장점은 섬나라인만큼 실컷 바다를 볼 수 있으며, 관광지로서 볼거리도 아주 풍부하다는 점이다. 물론 아일랜드도 섬나라이지만 더블린에서 바다를 보려면 Dart(다트)를 타고 1시간 북쪽 Howth(호스)이나 남쪽 Bray(브레이) 정도 가야지 우리가 생각하는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히 내가 살고 있는 Local Maynooth(메이누스)에 살면서는 바다를 볼 기회가 없어 섬나라임을 잘 느끼지 못했다.


물론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한국의 해운대와 비슷한 St.Julian Bay(줄리앙베이)여서 그런진 몰라도 숙소 바로 앞이 바다고, 수도인 Valletta(발레타)를 비롯해 어디를 가던지 늘 바다를 끼고 간다.

바다를 보다 보면 한 없이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해지면서 복잡했던 머릿속 생각이 맑아지며 청량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때론 음악과 함께 떠나간 인연을 추억하고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지만, 그마저도 나쁘지 않게 도약을 위해 땅을 다지는 역할로서 마음을 굳건하게 만든다.


새로운 만남과 체험을 하기 위해선 쥐고 있는 주먹을 펴야 비어있는 손으로 새 인연과 악수를 하고 만날 수 있다. 꽉 쥐고 있는 힘만큼이나 뭉개진 모래알들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게 서서히 움켜쥔 손을 피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바라보며 그동안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몰타는 굉장히 이국적인 나라이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 보는 성당과 건축물에 감탄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장소가 흐를수록 점점 감각이 무디어지는 체험을 하는데 몰타는 전혀 새로운 나라이다. Exotic(이국적)인데, 유럽의 전통 영향에 무슬림의 영향이 더해지고 요한기사단의 색채와 오랜 역사로 채색된 곳이어서 그런 것 같다. 건축물들을 보고 있으면 유럽의 익숙함에서 벗어나기에 신선하고, 자연을 보고 있으면 경 외로움이 저절로 들게 되는 곳이다.


이 작은 섬에 사도바오로부터 로마가 엮여 있고 십자군 전쟁과 나폴레옹이 함께했고, 세계대전까지 체험한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유서가 깊은 곳이다.








시대와 역사의 종과 다양한 문화의 행이 만나 종횡으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숙소에서 편안히 쉬다가 가려고만 했다가 매일 새로운 미션들이 주어졌다.


수도 발레타와 성 요한 대성당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아무래도 수도 발레타였다. 몰타를 대표하는 St. john's co-cathedral(성요한 대성당)은 그중에서 단연 압권이다. 몰타를 이야기하려면 기사단이 빠질 수 없는데, 세례자 요한의 이름을 따 요한기사단이었다. 시간이 지나 몰타기사단으로 알려지게 된 이 유명한 기사단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레온, 아라곤을 비롯한 8개의 중소국가로 이루어진 가톨릭 기사단으로 중세 십자군 전쟁에도 참여했으며 후에 이곳 몰타에 정착해 지내게 되었다. 이 기사단을 운영하는 최고 실권자를 Grand Master(그랜드마스터)라고 부르는데, 성요한 성당은 그랜드마스터 무덤을 비롯하여 400명의 기사단 무덤 위에 성당이 건축되었고 화려한 금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역시 최고의 볼거리는 바로 바로크의 대가 Michelangelo da Caravaggio(카라바조)가 Knights of Malta(몰타기사단) 작위를 받고 난 이후에 그린 대작 <THE BEHEADING OF ST JOHN THE BAPTIST, 세례자 요한의 참수>였다. 그 옆엔 또 하나의 작품인 <ST.JEROME WRITING, 예로니모 성인>인 놓여 있다.



성요한 대성당에 있는 카라바조의 작품


지난 회에서 언급했듯이, 땅에 발을 딛고 서면서도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바로크 건축물인 성요한 대성당에서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카라바조를 만나는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몰타에 온 이유가 충분했다.


<Game of Thrones, 왕좌의 게임>을 비롯하여 수 없이 많은 영화 촬영지로서 중세 도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MDINA(임디나)는 물론이고, 바오로 사도가 로마로 압송되기 전에 머무른 동굴 위에 지어진 성바오로 대성당 역시 그리스도교인들에겐 특별한 장소로 다가온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였던 임디나 게이트와 라바트에 바오로 사도 동굴










하지만 몰타의 압도적 메리트는 자연이다. 총 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몰타지만, Gozo(고조) 섬과 Comino(코미노) 섬은 또한 왜 이곳이 휴양지로서 각광받는지를 유감없이 알려주었다.


치카와 항구에서 페리를 타면 Gozo(고조) 섬에 도착한다.



특히 코미노섬의 Blue Lagoon(블루라군)은 반드시 들려야 할 장소로 보고 있으면 황홀한 풍경에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동안 Split(스플리트), Scarborough(스카보로우), Nice(니스) 등 많은 곳을 둘러보았지만 블루라군은 정말 압도적인 장소로 내게 다가왔다.



코미노섬의 블루라군



물가도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비해서 상대적인 메리트가 있다. 유학생들 덕분인지 아시아 마트도 곳곳에 존재하기에 크게 불편함 없이 재료를 사다 숙소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었다. 대중교통 역시도 Tallinja(탈리냐) 카드를 구입하면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별것 아니지만 소소한 장점으론 펍에서 한국같이 기본 안주를 내어준다. 아일랜드에선 땅콩이라도 사천 원 지불해야 하는데 여긴  그냥 주기에 처음에 당황했다. 그리고 인심이 후한 것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곳이나 장점만 있을 순 없기에 일주일 체험한 내가 본 단점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나라에 가던지 우선 나는 그 도시가 건네는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메인도로를 기점으로 걷고 다시 가지치기로 골목길을 둘러보며 이 도시에 생김새에 주목하고 특별히 주목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머리론 실측이 되고 내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마련이다. 첫날 발견했던 단점은 사람과 자동차의 관계였다.


유럽은 거의 90프로 이상이 사람 우선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사람에게 양보하고 그것이 당연했다. 반면 모로코에서 느낀 점은 단순히 4차선 도로를 건너는데 다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자동차 우선이었다. 몰타는 모로코와 비슷하게 자동차가 우선인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지나가도 속력을 줄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가 사람다니는 인도임을 나타내는 페인트



또한 제대로 된 인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는 곳도 많았다. 도로에 단순히 페인트 칠 하나로 도로와 인도가 구분되는 것에 특별히 저녁에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나만의 가치관일 수도 있겠지만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와 사람에 대한 존중은 한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두 번째 단점으론 웃겨서 말이 안 나왔지만 실제 체험했기에 적는다면, 백화점도 아니고 마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백팩을 메고 있는데 Security(경호원)가 입장을 제지하며 옆의 코인로커에 백팩을 놓고 입장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처음에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지만, 마트 안에 장을 보는 사람들이 모두 그러고 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란 말이 있듯이 그대로 따랐지만 장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얼마나 많은 도난사건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물론 모든 마트가 그러진 않는다.


끝으로 내가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 바로 Maltese(발음에 따라 말티즈 또는 몰티즈)였다. 지금은 전원에 살아서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아파트여서 소형견을 키웠는데 첫 반려견이 몰티즈였다. “몰티즈는 참지 않지!”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성격이 확실했다. 몰타에 오면서 수없이 많이 만나게 될 몰티즈를 기대하고 왔지만 일주일이 지나는 현재까지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하게 다가온다.








겨울방학 후반부는 겨울 돌로미테와 친퀘테레이다.



이렇게 잠시 겨울방학으로 휴양차 온 몰타의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고작 몰타에서 일주일 지낸 사람으로 적은 글이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몰타를 한 줄로 표현하면 왜 어학연수 왔다가 공부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열리고 풍요로워지면서 삶을 즐기게 되는지  보고 와서야 깨달았다.



작가의 이전글 더블린에서 만난 명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