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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Oct 03.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 #18. 암벽등반


어린 시절 나는 놀이기구 타는 걸 무서워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이킹을 제일 무서워했는데, 바이킹이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그 순간, 순간적으로 몸이 공중에 온전히 떠 있는 그 느낌이 너무 무서웠다. 위에 안전벨트가 있긴 했지만, 땅을 디디고 있는 발이 공중에 떠있고 안전벨트도 내가 거기 매달려 있는 게 아니라서 더더욱 안정감이 없었다.


그런 내가 당시에 암벽등반을 다니던 아빠를 따라, 암벽등반을 하러 가게 된 적이 있었다. 우리 가족 다 같이 아빠가 다니던 동호회를 따라 실제 산에 암벽등반을 하러 가게 되었는데, 엄마는 원래 겁이 많으셔서 보는 것만으로도 무섭다고 하셨다.


오빠랑 나는 운동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날도 암벽등반에 도전하기로 했다. 허리에 끈을 매고 아빠가 밑에서 끈을 잡은 채로 암벽을 밑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했다. 따로 장비도 없고 장갑도 없이 올랐던 기억이 난다.


바이킹을 무서워하던 나는, 암벽은 뭐가 무섭냐는 듯이 거침없이 올라갔다. 막상 내려오고 나선 다리가 후들거리긴 했지만, 암벽등반은 일단 내 발바닥 두 개가 땅이 아닌 바위라도 온전히 붙어있고, 위에서도 날 잡아당겨주는 줄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었다. 그동안 막연히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내 몸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 있다 해도 그걸 못 믿겠는 상태가 무서웠던 것이었다.


오빠랑 나는 둘 다 마르고 근육이 많아서 암벽등반이야말로 우리에게 최적화된 운동이었다. 중1 때 쟀던 인바디에서 체지방률 17%였던 기억이 난다. 암벽등반은 몸무게 대비 근육량이 많아야 유리한 운동이라, 우리 둘은 날아다녔었는데, 아쉽게도 아빠가 살이 찌면서 암벽등반을 그만두게 되어서 우리의 클라이밍도 그즈음 아빠를 따라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그 후 거의 10년이 넘은 지금, 최근에 다시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랑은 몸이 영 달라서 고생하는 중이다. 어쨌든 이런걸 보면 우리 부모님은 나름대로 그래도 어릴적 우리에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려고 꽤나 노력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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