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별하 Jan 08. 2022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서 자꾸 머리카락이 나온다

요즘 들어 부쩍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빈도가 전보다 증가했다. 내가 집에 내려온지도 이제 1년 반이 지났으니 그 동안 쭉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었는데, 유난히 최근 들어 머리카락이 자주 나온다.


원래도 머리카락이 안 나왔던 건 아닌데, 최근에는 체감상으로는 3일에 한번 꼴로 밥이든 반찬이든 국이든 어딘가에서 머리카락이 나타나는 것 같다.


내가 올해 28살이니 우리 엄마도 벌써 54살이 되어버렸다. 아마 그래서 갈수록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거겠지. 그리고 빠진다 하더라도 아마 잘 안보이실 거다. 그 두개의 원인이 합쳐져서 전보다 자주 밥상에서 엄마 머리카락이 보인다.




나는 원래 어디 식당에 가서 머리카락이 나와도 같이 먹는 사람이 최대한 모르게 조용히 빼서 식탁 구석에 놔두고 태연히 식사를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벌레가 나오거나, 머리카락이 아닌 다른 이물질까지 그냥 넘어가는건 아니다. 그냥 내 기준에서는 머리카락 한올 정도는 넘어가 줄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그 식당에 갈때마다 머리카락이 나온다면 그건 문제가 있겠지만 이미 머리카락이 나온 마당에 다 먹어가는 중이었다면 그냥 빼고 먹든지 그만 먹고 만다.


몇번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말씀을 드린 적도 있는데, (식당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지만) 너무 죄송해하셔서 요새는 말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을 안할때가 더 많다.




글쎄 식당과 다르게 엄마가 차려준 밥상의 머리카락은 기분이 묘하다. 한 10년전에는 밥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면 엄마 바보~ 머리카락 들어간거 몰랐지~ 라며 놀렸던 것 같다.


지금은 놀리기는 커녕 가슴 한켠이 아린다. 한평생 엄마가 차줘서 내가 얻어먹은 끼니가 몇갠데, 고작 머리카락으로 엄마를 타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거보다는 내가 이 머리카락이 나오는 빈도를 줄여주고 싶은데, 나는 돈벌이도 없고 시간도 없는 고시생일뿐이다. 모르겠다. 내가 요리를 한들 어차피 내가 서울로 가고 나서 엄마가 다시 요리를 하면 반복될 문제라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나 싶다.


우리엄마 갱년기는 3년전쯤 지나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마음이 복잡해지는 저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