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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가요. 또 올게요.“

by 즐란


딱 딱 딱 딱

처음엔 딱따구리 소리인 줄 알았다.

자꾸 듣다 보니 뭔가 소리가 다르다.

딱따구리는 따르르르 따르르르 둥지에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나무 쪼는 소리를 내는데

저건 뭘까?

마당에 나가 보았다.

호두나무에 직박구리 두 마리가 열심히 호두를 쪼아대는 소리였다.


딱 딱 딱 딱

암 수 쌍으로 날아다니며 봄에는 체리를, 여름에는 복숭아를 그리고 가을에는 호두나무와 감나무를, 겨울에는 잘 마르고 있는 곶감까지 쪼아댄다.

어떤 날은 직박구리들끼리 치열하게 싸움질하는 것도 보이니 암 수 두 마리의 내 마당 도둑꾼들이 자기 구역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새들로부터 자리다툼 하는 듯이 보인다.

거의 몇 초 사이에 아주 격렬한 몸짓으로들 싸운다. 깃이 떨어져 나가고 한 마리가 도망감으로써 자리다툼이 끝났나 했더니 멀찍이서 지켜보던 짝이 날아와 승리의

세레나데로 찌르르르하더니 다시 정답게 호두를 파먹기 시작한다.

내가 승자라고 안심하고 짝을 불러들인다.

그걸 보고 심통이 난 내가 부르짖는다.

"짜슥 여긴 내 구역이라고!

손도 닿지 않고 너무 높아서 내가 포기할 뿐이라고~ 고마운 줄 알고 먹으라고 짜슥들아!"


한없이 고개를 쳐들고 누렁이 흰둥이와 함께 호두나무 꼭대기의 도둑놈들만 쳐다본다.

'인간아 인간아 네가 제아무리 덩치가 큰들 나를 잡을쏘냐 아유~ 꼬소하다'

약 올리는 듯하다.

구멍을 내어 다 파먹은 호두는 땅에 떨어진다.

"야! 호두다" 하고 반가운 마음에 주워보면 속 빈 호두~

호두나무 세 그루에서 여덟 개의 호두를 수확했다.

아니 수확했다는 표현도 부끄럽지.

이건 그냥 얻어냈다.

에잇! 컥컥

내 것인데 네 것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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