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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전할 수 없는 것들

by 즐란

사진은 주변을 차단하고 사각형 안에서만 집중하여 볼 수 있다 보니 그 속에선 새로운 세계가 보이고 그래서 하나의 창작물이 되는 묘미가 있다. 찰나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마당의 꽃과 나무들을 열심히 찍어대며 카톡 프로필사진에 올려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와 계절에 맞게 익어가는 텃밭의 작물들을 전달해주고 싶어서이다.

아무런 꾸밈도 없고 어떻게 보일지 걱정 없이 찍어대는 아주 가벼운 마음이라서 참 좋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내 자랑질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음~ 대견하다’ 이렇게 생각하며 나 역시도 자랑질이 아니라 이곳에서 무사태평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들은 시골살이의 궁금증과 계절별 스며든 색깔 속에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언니들이 집에 놀러 와서는 직접 보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낫다고 무시 때려도 그건 인정할 정도로 이곳에선 사진빨이 잘 받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거실에서 창의 사각 틀을 넣고 마당 풍경을 담는 것이다.

창의 틀이 액자의 역할을 해주어서 그런지 아무렇게나 찍어도 멋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한낮의 햇빛이 마루에 떨어져 튕겨져 나갈 때도~

하얀 눈이 펄펄 내려와 벌거벗겨진 나뭇가지 위에 무상무념의 그림을 얹어 놓을 때도~

나무, 꽃, 햇살, 바람, 강아지들의 표정도~

조용한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 언젠간 퇴색할 빛바랜 사진 속으로 추억이 되어 다가온다.


이 맘 때의 주인공은 파란 하늘 아래 빨간

고추들이 평상에 드러누워 잘 마르고 있는 모습이다.

쨍하게 새파란 하늘, 새빨간 고추, 진청록빛이 우거진 너른 산.


누구나 시골에 살고 싶다고 하면서도 용기가 없어서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쉬이 실행하지 못한다. 나처럼 콩깍지가 씌어야 하고 무식이 용감하다고 일단 들이대고 봐야 한다.

내가 주인이 된 이상 돌 하나도 내 손으로 옮겨야 하고 나무 하나 심는 것도 직접 땅을 파야 하며 밥상에 푸른 잎 쌈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몇 번의 손길이 거쳐야 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마당에서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신선한 호흡 만으로도 열 개 중에서 아홉 개의 불편함은 잊히니 집같이 편안함을 느끼는 자연의 풍경이 사진 한 컷 속에서 내 지인들에게 잠시 쉼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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