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없이 제일 쉽게 만들 수 있는 빵이 막걸리 술빵이다. 발효빵이라서 여름에는 잘 쉬지도 않고 은은향 막걸리 술 냄새가 고소한 빵이다.
원래 발효빵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만들어진 빵이라고 한다. 빵을 만들려고 밀가루와 물을 혼합해 놨다가 깜빡 잊어먹고 하룻밤을 방치하게 되었는데 반죽이 몽글몽글 부풀어 올라 있었다. 보기에도 너무 맛있어 보여 구워봤더니 이전에 먹던 빵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맛있어서 소문내어서 퍼뜨려진 빵이라고 한다. 하룻밤 사이 공기 중의 천연 효모가 밀가루와 만나 몽글몽글 가스를 배출하며 벌어진
일이 발효빵의 시초이다.
막걸리 애호가였던 남편은 이제 건강상의 문제로 술을 먹을 수가 없는지라 냄새라도 맡아보라 싶어서 추억의 막걸리 술빵을 만들었다.
막걸리는 생막걸리가 발효가 잘된다고 하여 실온에 놔둔 생막걸리에 밀가루 소금 설탕을 넣고 되직한 반죽이 되도록 잘 섞은 후 발효를 시킨다. 입맛에 따라 계란을 섞어도 무방하다.
세 시간 정도 실온에 놔두면 부풀어 오른다.
끓어오른 찜기에 젖은 면포를 깔고 반죽을 부어 김이 오르고 난 뒤 삼십 분 후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반죽이 안 묻어 나오면 다 익은 것이다.
솔솔 술빵 냄새만으로도 행복해지려 할 때 남편이 내가 애정을 갖고 노력한 것에 코를 벌름벌름거리며 즐거운 응답을 준다.
강낭콩이 있어서 같이 섞어 넣었더니 콩의 고소함에 맛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석양 무렵,
땅과 하늘은 또 다른 색으로 물들어 가고 우리 부부는 잘 익혀진 빵 하나에 생기가 돈다.
촌스럽고 올락 볼락 볼품없게 생긴 빵 익는 냄새에 행복해하고 그 맛에 즐거운 오늘 하루 소확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