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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Dec 06. 2023

꼬리한 콩잎 배달갑니다     

누렇게 삭힌 콩잎을 사러 오일장에 들렀다.

삭힌 콩잎은 친정엄마와 언니들이 다들 좋아하는 반찬이다. 도시에선 찾아보기 힘든 요즘, 내가 만들어서 가져다줄 요량으로 오일장의 정이 담긴 할머니의 떨이 인심으로 푸짐하게 사 왔다.


팔팔 끓는 물에 삭힌 콩잎을 넣고 살짝 삶아서 찬물에 깨끗하게 헹구어낸다.

양념은 미리 만들어 둔 김치 양념에 돌복숭청을 여유 있게 부어 달고 걸쭉하게 짧짜롬한 양념장으로 준비해 놓는다.

콩잎 두 장 얹고 양념 한 스푼 올리고 켜켜이 쌓아 올려 김치통 한통 만들어두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한 스푼에 꼬리 한 콩잎 하나 얹어먹으니 친정엄마와 언니들이 뒤로 나자빠지며 좋아할 맛임에 틀림이 없다.

작년에 말려둔 무말랭이가 있어서 같이 섞어서 버무렸더니 꼬리한 콩잎 맛과 아삭아삭한 무말랭이의 단맛이 조화를 이뤄 일품 반찬이 탄생한다.


젊었을 때는 엄마의 반찬을 얻어만 먹다가 이젠 내가 엄마에게 반찬을 해다 주는 나이가 되었다.

나도 딸아이한테 반찬을 얻어먹을 나이쯤 되었을 땐 친정 엄마처럼 초점 없는 눈동자로 "왔나~" 하며 잡은 두 손을 놓고 싶지 않아 할걸 생각하니,

시간아 천천히 가라. 저기 그늘에 가서 좀 쉬다가 낮잠이라도 자고 가라, 붙들어 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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